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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곱슬머리 손녀

Los Angeles

2023.09.0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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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
 
쏟아지는 비를 보며
 
“엄마, 비는 생머리네?”
 
볼이 탱글탱글한 6살 소녀
 
꽃망울 터트리듯 말한다
 
 
 
그녀는  
 
자기만의 세상을 만나기 위해
 
빗속에 서 있다
 
두 눈을
 
살짝살짝 곁눈질 해가며
 
 
 
머리끝에 떨어지는 빗줄기에
 
입술은 보랏빛
 
입을 열어 말하지만
 
소리는 굳어
 
 
 
쏟아지는 비
 
그녀가 살아야 할 인생을  
 
소리나는 대로
 
바닥에 적어 놓는다
 
 
 
그녀의 생머리
 
바닥에 흔들리고
 
눈썹에 매달린 방울방울
 
발자국 남기며 떠났다
 
 
 
어느새  
 
웃음이 하늘에 걸려있다

이경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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