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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무당거미

Los Angeles

2023.10.0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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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열리는 늦새벽 거미줄 늘어진 나무 아래
안개빛 윤슬 한 폭
 
 

무얼까 눈 돌려 따라가니 
빨간 엉덩이 내놓고 먹이를 부르는 
애교쟁이, 그네를 타고 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배를 채울 수 없는 고독한 시간만 
흐르는데 
시야 밖 나비 한 마리 햇살 따라가는 걸 본다
역세권 밖이다
 
마른 입술로 사슬을 접는다

  
 
점점 짧아지는 낮 시간 
나무껍질 속, 엄마의 젖내 가득 풍겨오는 잠자리 속에서 
몇 번의 꿈을 청하려는가
무당거미

엄경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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