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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휩쓴,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미친 몰입감

개봉 50주년 ‘애정의 조건’

1983년 개봉한 ‘애정의 조건’은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등 5개 부분을 수상했다. 잭 니컬슨(오른쪽)은 그해 거의 모든 영화제와 시상식의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데브라 윙어와 셜리 맥클레인(왼쪽)은 모녀 역을 맡아 주연과 조연을 구분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Paramount Pictures]

1983년 개봉한 ‘애정의 조건’은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등 5개 부분을 수상했다. 잭 니컬슨(오른쪽)은 그해 거의 모든 영화제와 시상식의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데브라 윙어와 셜리 맥클레인(왼쪽)은 모녀 역을 맡아 주연과 조연을 구분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Paramount Pictures]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의 가슴 속에 찐한 울림으로, 그리고 애잔함과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는 영화 ‘애정의 조건(Terms of Endearment)’이 50주년을 맞았다.  
 
영화 제목 ‘애정의 조건’은 엄밀히 따지면 오역이다. 일본도 ‘愛と追憶の日?(사랑과 추억의 나날)’로 의역한 걸 보면 개봉 당시 번역의 애로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애정의 조건’이라는 제목은 오역이었음에도 지난 50년을 함께 한 친숙함 때문인지 우리 정서에 걸맞은, 오히려 적절한 제목이 돼 버렸다.    
 
영화의 장르 중에는 ‘tearjerker’라 불리는 ‘비공식’ 장르가 있다. 관객들을 낄낄거리게 하고 그 웃음을 다시 눈물로 짜내는, 전형적인 신파극이다. ‘애정의 조건’만큼 이 신파의 속성을 십분 발휘한 영화도 없다.  
 
1983년 개봉한 제임스 L. 브룩스 감독의 첫 번째 영화 ‘애정은 조건’은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셜리 맥클레인), 남우조연상(잭 니컬슨), 각본상 등 모두 5개 부문을 수상했다. 미국비평가협회와뉴욕비평가협회는 맥클레인이 아닌 데브라윙어를 최우수 주연 여배우로 선정했고 잭 니컬슨은 영화제와 시상식의 남우조연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당시 영화 팬들이 이 영화에 몰입했던 첫 번째 이유는 당연 데브라윙어와 그녀가 연기하는 엠마에 대한 연민 때문이다. 별 볼 일 없는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 셋의 엄마가 되고, 결국 암에 걸려 30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엠마라는 캐릭터를 윙어는 대체불가의 연기로 감동을 주었고 오늘날까지 영화사에서 영원히 잊힐 수 없는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따로 없는 윙어와 맥클레인의 연기에도 사람들은 이 영화를 오스카를 수상한 맥클레인의 영화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옆집 아저씨 개렛(니컬슨 분)도 모두 몰입의 정도를 높이는 인물임이 틀림없지만 ‘애정의 조건’은 역사상 가장 신파적인 인물로 기록될 인물 엠마를  창출해낸 데브라윙어의 영화라는 생각이다.    
 
1964년 텍사스 휴스턴. 보스턴 출신의 오로라 그린웨이(셜리 맥클레인)는 독선적으로 보일 정도로 자아가 매우 강하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남편의 빈자리를 노리는 주변 남자들의 애정 공세를 도도하게 버텨내며 한순간도 교양있는 귀부인의 품위를 잃지 않는다.    
 
오로라는 외동딸 엠마(데브라윙어)와 친구처럼 지내며 살고 있다. 그녀의 모성애는 엠마의 인생을 통제하려 듯 보인다. 그들의 옆집에 전직 우주비행사 개렛(잭 니컬슨)이 이사를 온다. 그리고 5년이 흐른다.  
 
엠마는 어머니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한다. 오로라의 격한 반대를 무릅쓰고 별다른 비전이 보이지 않는 젊은 대학 강사 플랩 호턴(제프 다니엘스)과 서둘러 결혼식을 올린다. 플랩이 못마땅한 엠마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다.  
 
플랩이 아이오와주의 교사직을 얻어 이사를 가게 된다. 오로라는 자신의 품을 떠난 엠마가 원망스러우면서도 거의 매일 전화통화를 하면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쓸쓸한 오로라에게 옆집의 게릿이 데이트를 청하나 거절당한다.  
 
엠마의 나이 서른. 어느덧 아이 셋의 엄마가 된 그녀는 남편의 바람기로 집을 나온 상태다. 엠마는 쇼핑을 하다 은행원 샘 번스(존 리스고)와 사귀게 되고 오로라도 이웃 게렛과 로맨스를 시작한다. 그즈음 엠마는 새 출발을 하자는 남편의 편지를 받고 기뻐하지만, 종양이 발견되어 병원에 입원한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된다.  
 
엠마는 이제 세상을 떠난 후 누가 아이 셋을 키워야 할지 고민한다. 엠마의 바람대로 오로라가 키우기로 하지만 그녀의 병세는 자꾸 악화되어 간다. 엠마의 장례식을 끝으로 영화는 끝난다.
 
엠마와 오로라는 모녀 사이지만 너무 다르다. 오로라는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세상을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으로 보고 타인의 사정을 헤아리기보다는 휘어잡으려 한다. 고고한 품격 유지를 위해 늘 고급스럽게 자신을 치장한다.  
 
엠마는 잘 웃고 순진하다. 사랑 지상주의자이고 연민도 많다. 커리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스무살도 안 돼서별 볼 일 없는 남자에게 빠지고 섣불리 결혼을 해버린 낙천주의자다. 그러나 엠마와 오로라는 자매처럼, 친구처럼, 웃음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모녀 사이를 늘 유지한다.  
 
영화는 ‘애정의 조건’이란 어떤 것들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서로에 대한 존중, 우정과 사랑이라는 고전적 개념, 서로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마음, 또는 희생? 50년 전 신예 제임스 L. 브룩스 감독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애정의 조건’,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의 애정의 조건은 그 시절에 비해 얼마나 변했을까?  
 
삶이란 참 내 맘 같지 않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인격체이다. 어제도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후회하며 살아간다.  
 
‘애정의 조건’은 인간의 오류에 대한 영화다. 사랑이라 불리는 오류!

김 정 영화 평론가 ckkim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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