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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노후엔 위드(대마초)를 피며

sooim lee, shoes, 2003, crylic on woodblock, 15.25x11.25inches

sooim lee, shoes, 2003, crylic on woodblock, 15.25x11.25inches

전시회를 함께 하는 인도에서 온 나이 어린 통통한 여자를 만났다. 우리는 반가워서 포옹했다. 그녀 코트에서 대마초 냄새가 났다. 내가 물었다.
 
“너 위드 피냐?” “응. 너는?”  
 
“오래전 친구들과 핀 적 있어. 더 나이 들고 몸 상태가 시원찮고 고통이 오면 피우려고. 이제 합법화됐잖아.” 내가 대답하자 그녀가 말했다. “너 피고 싶으면 내 스튜디오에 와. 함께 피자.”
 
그녀와 나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를 밀어내지 않고 초대했다.
 
결혼하고 바로 어느 해 연말, 맨해튼 그랜드 스트릿, 커다란 스튜디오에 많은 친구가 모였다. 그중 한 친구가 워싱턴 스퀘어에서 사 온 대마초를 우리는 돌아가며 폈다. 그 당시는 불법이어서 숨어서 피는 중이었다. 갑자기 내 옆에서 피던 여자가 “불이야. 불났어. 너무 뜨거워.”
 
우리는 모두 깜짝 놀라 그녀를 흔들며 정신 차리라고 했다. 그녀는 또다시 “물이야. 홍수 났어. 나 떠내려가. 살려줘. 나 좀 잡아줘~”
 
앰뷸런스를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왕좌왕했다. 난 대마초를 피우니까 평면적으로 들리던 음악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여 음정 하나하나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듯 들렸다. 음악에 빠져 4차원 세계에서 헤매는데 갑자기 여자가 불이야. 물이야. 난리를 치는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식욕이 왕성해진 나는 먹을 것을 찾아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을 늘어지게 하는 대마초를 계속 피던 친구들은 참 게을렀다. 정오가 지나야 일어들 나서 꼼지락거리다 어둑해지면 다시 피곤했다. 나는 돈도 없고, 살기 바빠서 자연적으로 그만두었다.  
 
두 아들 모두 Climbing Gym에서 바위를 탄다. 그러다 큰 아이가 떨어졌다. 허리를 다쳐서 병원에 들락거려도 낫지 않다가 3개월가량 대마초로 효험을 보고 회복됐다.  
 
“너 자주는 피지말아. 게을러진다.”
 
“냄새가 싫어서 필요할 때만 해요. 엄마도 몸이 아프면 펴요. 사다 줄까?”
 
“지금은 말고 조금 더 있다가 몸이 나빠지면 필 거야. 그때는 네가 사다 줘.”
 
“친구 아버지가 위드 라이선스가 있어서 가게가 여러 개 있어요. 라이선스 없는 가게들은 문을 닫았잖아요.”
 
“어쩐지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겼다가 사라져서 궁금했는데. 네 친구 아버지 돈을 긁고 있겠다.”
 
나는 대마초가 합법화된 후, 노후 대책으로 우선순위에 올려놨다. 고통이 심해지면 피면서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여유롭게 생을 마감하고 싶어서.

이수임 / 화가·맨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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