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 천둥지기 길
내 안에서 좁아지는 길을 본다 / 길이라는 원형의 두 축 / 사랑과 쉼이면 더 바랄 것 없다 / 바람이 실어다 주는 진심은 / 지워도 지워지지 않아, / 닦아도 닦아지지 않아서돌담을 쌓고 길을 내는 오늘도 / 한 걸음 두 걸음 거친 숨 몰아쉰다 / 온기로 점점 채워지는 몸 / 소실점으로부터 점점 다가오는 길
속마음 모른 척 외면하여도 / 길의 반대편은 바라보지 않기로 한다 / 마음에 짚이는 순서대로 양지에 심고 / 그 밑에 산처럼 누워보기로 한다 / 어디선가 까막까치 날아오르고, / 노란 생강나무 꽃 아련히 피어나는데 / 시간에 감겨 태엽처럼 구부러지는 길
빠르게 흐르는 모든 것들을 한데 모아 / 발끝으로 시간을 길게 펴 *적바림하고 / 긴 호흡으로 숲의 위까지 사랑해 본다 / 하루가 아니라 겁으로 이어지는, / 사람의 시작과 끝으로 이어지는 / 사람의 걸음이 되고야 마는, / 결국 한 사람의 삶이 새겨지고야 마는 / 내 안에 점점 좁아지는
*천둥지기 길, *적바림: 짧게 요지를 적음, *천둥지기: 외딴곳
![[신호철]](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06/2f32d5ef-06ef-4f50-83fc-c9f43da9a737.jpg)
[신호철]
일생을 걸어도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길. 그 길 위에서 생각한다. 내가 길을 선택하는 것인지 길이 걷고 있는 나를 손짓하는 것인지. 두 길이 만나 한 길이 되기도 하고 한 길이 갈라져 두 길이 되기도 한다. 내가 가는 길이 다른 사람의 가는 길과 다르다고 해서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길을 걷고 있기에 어느 누구도 그 길을 평가해서도, 판단해서도 안 된다. 길이란 다만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 말자. 어쩌면 그 길이 바로 당신이 지금까지 찾고자 했던 것을 만나게 해줄 유일한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우리의 인생길을 꽃길만 걸으라 말할 수 있는가. 어찌 봄날같이 평탄하고 기쁜 날만 걸으라고 말하겠는가. 때로는 가시밭길을 걸을 때도 있고, 걷기 힘든 진흙탕 길을 걸으며 온몸이 더럽혀질 때도 있다.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려고 애쓰기도 하고, 길 같지 않은 길을 걸으며 온몸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 않았던가. 길을 걷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기도 하고 서로의 길을 위해 떠나는 그를 위해 축복의 손을 들기도 한다. 나의 욕심과 자랑을 내려놓고 새가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그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지기도 한다.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진 것이 없음에도, 크고 작은 불편함이 있음에도 우리는 오늘도 나만의 길을 걷고 있다. 많이 휘어져 길의 끝을 내 눈으로 확인 할 수 없어도 결국 사람의 걸음이 되어야 하는, 한 사람의 인생이 되어야 하는 그 길 위에서 후회 없는 길을 걸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래서 나를 지으신 이의 부름에 뒤돌아보지 않는 후회 없는 발걸음이 아름다울 수 있기를….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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