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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인도네시아 - 종교가 생활인 나라

지난 3월에 동남아 크루즈를 다녀왔다. 비행기로 뉴욕에서 타이페이로, 타이페이에서 인도네시아 발리에 거의 하루 만에 도착했다. 계절이 겨울에서 여름으로 하루 사이 바뀐 셈이다. 88도의 바닷바람이 끈끈하게 몸에 엉긴다. 가로수의 야자수 나무가 ‘Welcome to Bali’ 두 손 벌려 환영한다. 세계적인 휴양도시인 발리의 제일 큰 자랑은 하늘에서 춤추는 구름과 시시각각 변하는 바닷물 색의 오묘하고도 신비로운 조화였다. 건축물과 관광산업을 위한 모든 시설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결코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연경관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그대로 멋진 한장의 그림엽서가 된다.  
 
인도네시아는 국토 한가운데로 적도가 통과하여 많은 지역이 열대 정글로 이루어져 있고 많은 섬에는 사화산, 활화산, 휴화산들이 있다. 일 년 내내 고온다습한 우기와 고온 건조한 건기가 있다. 이슬람교가 국교는 아니지만 2억이 넘는 88%가 이슬람교를 믿지만 발리는 87%가 힌두교 신자이다. 다만 발리 힌두교는 발리 토착 신앙과 인도 불교 및 힌두교의 융합으로 인도와 다르게 ‘성스러운 물의 종교’라 불리며 현세적인 정령신앙에 가깝다. 그들에게 종교는 일상생활에 젖어있어 각 개인의 집에, 공공장소에 또 마을에 성전을 모시는데 식사 전에 마른 바나나 잎으로 만든 접시에 꽃, 밥, 음식 등을 담아 조상신께 정성껏 공양하는 ‘카낭 사리’로 가는 곳마다 공양 접시가 눈에 띄었다. 덥고 습한 날씨여서 위생과 질병이 염려되었으나 그들은 진지하고 마냥 행복해 보였다.  
 
발리는 현재 인도네시아에 속한다. 네덜란드 식민지로 300여 년을 보내고 일본의 짧은 지배 기간을 거쳤으나 서구식 건물이나 철도 하나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 섬에서 생산되는 천연자원을 유럽으로 실어 나르는 관광지로만 알려졌기에 더 이상의 발전을 보지 못했다. 아직도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자연 그대로인 순수하고 아름다운 경관은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는다. 타나롯 사원은 발리의 명소다. 주위에 바위가 많아 옥색 바다와 더불어 숨이 막히는 경관을 자아낸다. Rice Field와 Coffee Plantation도 그들만의 자랑이며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떤 사원을 방문했는데 힌두교 사원, 교회, 성당, 절과 모스크가 함께 있어 신기했는데 가이드가 발리에서는 모든 종교를 서로 존중하고 하모니를 이루며 살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지어졌다고 설명하자 가슴이 뭉클했다.  
 
발리에서 3일을 바쁘게 보낸 후 크루즈에 승선했다. 하룻밤을 항해 후 첫 도착지가 Lombok이다. 발리와 다르게 여기는 거주민의 90%가 이슬람교 신자다. 이곳은 대중교통편이 없어 오토바이가 제1의 교통수단이다. 남자들은 밭에 나가 벼농사를 짓고, 히잡을 쓴 여성들이 매일 아이들을 등하교시키고 일상생활을 한다. 아낙들은 Batik이라는 수공예품을 직조해 일상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만든다. 다음에 들린 곳은 Sesak Ende 이라는 마을이다. 차에서 내리자, 소똥 냄새가 진동했다.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할머니 한 분이 조그만 방갈로 같은 초가집 앞 마루에 앉아 계셨다. 소똥으로 코팅한 마루 뒤에 4x4 크기의 방안의 선반에 담요 한장과 바구니 하나가 전부였다. 부엌은 마을 공동으로 마을 중심부에 있었는데 역시 솥 하나와 몇 개의 기구들이 전부였다. 가이드는 3월 한 달이 라마단(일출에서 일몰까지 금식하는 종교의식)이어서 부엌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갈하게 차려입은 이 할머니는 우리에게 당신의 집안을 보여주는 호의를 베풀었지만, 이분은 하루를 어떻게 소일하실까 궁금해졌다.  
 
여기 주민들은 모두 무소유주의자이며 금욕주의자들인가. 마을 회당에 들어가니 사내아이 넷이 평상에서 카드 게임을 하고 한 9살 정도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장면 또한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이 애는 과연 무엇을 보고 있을까.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을까. 그들은 현실과 인터넷 세상을 어떻게 조율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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