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월권 행위, 즉각 중단하라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재외동포의 선거 관련 활동을 문제 삼아 강압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이는 주재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재외동포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위험천만한 시도다.최근 중앙선관위는 미주지역 언론에 게재된 특정 후보 지지 광고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보고 수사를 의뢰했다. 또한, LA에서 열린 특정 후보 지지자 모임 대표에게도 서면 경고장을 발송했다. 중앙선관위측은 지난해 총선에서도 이런 단속 행위를 벌였다. 본지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광고를 게재했다며 구두 경고를 보내왔다. 또 애틀랜타 중앙일보에도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따른 경고조치’ 서한을 발송했다.
단속의 근거는 공직선거법이다. 국내와 달리 국외에서는 재외선거권자를 대상으로 신문광고, 현수막, 피켓, 인쇄물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금지돼있다.
법은 모순 그 자체다. 재외선거권자의 투표 활성화를 위해 재외선거를 도입해놓고는 해외에서의 지지 활동은 원천 금지한 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닌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앙선관위의 이러한 행위가 국제법상 주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재외공관에 파견된 한국 경찰이나 검찰 영사조차 주재국의 주권과 외교적 마찰을 고려해 현지에서의 수사나 체포를 엄격히 제한받는다. 그런데도 중앙선관위에서 파견한 재외선거관은 한국법을 근거로 미국땅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형사 처벌, 여권 발급 제한은 물론, 심지어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한국 입국 금지까지 언급하며 ‘협박성 경고’까지 보내고 있다.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등록된 언론사에 광고를 게재하거나,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모임을 갖고 현수막이나 피켓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 시민 또는 합법적 거주자로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물론 선거의 공정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은 국제법과 주재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즉각 미국 내에서의 수사 의뢰, 경고장 발송 등 강압적인 조사 및 단속 활동을 중단하고 한인 사회에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재외선거 관리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통해 국제적인 상식과 법규에 부합하는 투명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재외동포들이 주재국에서 누리는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가운데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중앙선관위가 해외에서 수행해야 할 진정한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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