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몸 낮추되 위기에서 기회 찾겠다”
[기획] 트럼프 미·중 관세전쟁에 새우등 터진 한인 경제
(하) 한국계 기업들은 희망 고문 중…위기에서 기회 찾기 노력도
한국산 상호관세 유예된 시점까진 몸 낮추고 재고확보 총력
중국산 수입품 빈자리 노리기도…단무지·마늘·가전제품 등

“불안하지만, 일단은 몸을 최대한 낮춘 채 희망을 찾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을 마주한 한국계 기업들의 입장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선 최대 145% 관세 부과를 시작했고 한국산을 비롯한 여타 국가에 대한 관세는 90일간 유예한 상황인 만큼, 90일간 최대한 활로를 모색하고 기회를 찾겠다는 설명이다. 대중국 관세가 시작된 지 한 달여가 지난 8일, 본지가 만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일단은 대규모 투자는 자제하되, 미국 시장 내 중국산 제품의 빈자리를 채울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 “시장 관망하며 재고확보에 총력”=한국산 화장품을 수입해 뉴욕·뉴저지 업체들에 공급하는 A사. 이곳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한국산 화장품 수입을 늘렸다. 미국에 제조 기지를 갖춘 한국 대기업 화장품 회사들과 달리, 한국산을 수입해 파는 경우 관세가 부과되면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A사 한인 대표는 “유통기한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재고를 확보한 덕에 몇 달 가량은 재고소진을 하며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 수입업체 B사는 올 초부터 유통기한이 비교적 긴 음료 수입을 늘렸다. 윤미정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미주지역본부장은 “보관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덜한 품목들이 평소보다 수입량이 늘어난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2월 99억 달러, 3월 111억 달러 등으로 늘었는데 많은 업체가 재고 확보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4월 대미 수출액은 106억3000만 달러, 전년동기대비 6.8% 급락하면서 관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선 25% 품목 관세를 부과한 탓이다.
◆ “중국산 고춧가루 섞인 한국 김치? 일단 수출”=중국에서 일부 부품이나 재료를 받아 한국에서 완성해 수출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런 한국 기업들은 세관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을 감수하고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국산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 중국산 당면이 일부 포함된 만두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문구업체에서 수입, 판매하는 중국산 제품도 마찬가지다. 한 수출입업계 관계자는 “세관에서 작정하고 문제 삼기 시작하면, 엄밀히 말해 중국산 부품이나 재료가 섞인 한국산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하지만 명확한 가이드가 없고, 세관 인력이 그 정도로 많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90일 유예기간이 끝난 후엔 한국산 제품에도 상호관세가 매겨질 수도 있는데, 그 부분에 업체들이 대응할 방법은 사실 없다”며 “다들 한미 관세협상이 잘 되기만을 바라며 희망 고문 중”이라고 했다.
◆ 중국산 수입 중단, 한국 기업에 기회?=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보는 한국 기업들도 있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자취를 감추자 이 빈자리를 노리는 것.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은 그간 중국산과의 경쟁 때문에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데도 가격을 낮추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경쟁 구도가 완화하면 가격 인상까지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타겟, 월마트 등 미국의 메이저 유통망에서는 먼저 중국산을 대체하기 위해 한국 업체 수소문에 나서기도 했다.
식품 시장에서도 한국산이 중국산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안 식재료를 취급해 납품하는 바이어들은 최근 중국산 수입이 차질을 빚자 단무지나 홍삼, 깐마늘 등을 한국산으로 바꾸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더 유예해주거나, 예고했던 것보다 관세율을 낮출 때 실현 가능하다. 유정학 뉴욕한인경제인협회 전 회장은 “한국산을 수입하는 바이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은 아니지만, 선적이 예약에 1주일, 부산에서 미 동부까지 오는데 한 달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많다고도 할 수 없다”며 “다들 7~8월까진 재고로 버티겠지만, 그 후는 오리무중”이라고 전했다.
◆ “정보 하나라도 더 얻자” 세미나·지원 찾는 기업들=지난달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 세미나.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한 관세 정책과 공급망 혼란을 다루는 세미나에는 수많은 한국계·한인 기업들이 몰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가 매주 진행, 유튜브 코트라TV 채널에 올리는 영상 역시 인기를 얻고 있다. 김범수 코트라 과장은 “수출업자도, 수입업자도 혼돈인 상황이라 관세사들과 상담이 절실한 시점이라 긴급수출바우처를 편성했다”고 말했다. 김동그라미 코트라 과장 역시 “미국을 기반으로 한 한인 바이어분들이 역으로 클라이언트(한국 수출기업)에게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하고, 안정적으로 수출입 관계를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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