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5.18 최초의 희생자

정찬열 시인

정찬열 시인

5월이 열리면 어김없이 1980년 5월18일, 광주와 금남로, 망월동이 떠오른다.
 
망월동. 5.18 희생자들이 묻혀있는 곳이다. 5.18 최초의 사망자 김경철씨도 그곳에 잠들어있다. 거기 누워있는 어느 죽음이 애통하지 않겠는가 마는 그의 죽음은 특히 듣는 이의 가슴을 후빈다.
 
김경철, 그는 스물여덟 살 청각장애인이었다. 공수부대원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사정을 말할 수도 없었는데, 수를 쓴다고 오해한 공수부대원들의 곤봉을 맞고 결국 사망했다.
 
45년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그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 한 편을 썼다. 연작시 ‘5월의 한 풍경(17) - 5.18 최초의 희생자 김경철’이다.
 
‘내 죄는 귀머거리 / 내 죄명은 귀머거리 // 80년 5월 그날,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방망이를 든 군인들이 몰려와 군홧발로 무작스럽게 걷어찼어요. 나는 머리를 움켜쥔 채 허깨비처럼 길바닥에 벌렁 넘어졌지요. 벌떼처럼 달려들어 매타작을 했어요. (중략) 박달나무 몽둥이가 내 머리 위에 소나기처럼 쏟아졌어요. 오-매 으째야쓰까 잉, 으째야쓰까 잉, 발을 동동 구르는 아줌마들의 겁에 질린 모습이 희미하게 스쳐갔어요. 내 스물여덟 청춘이 가.물.가.물 저물어 갔어요. 나는 자지러지게 울면서 소리, 소리, 질러댔지요. // 왜 때려, / 왜 때리냐고 / 이유나 알고 맞자고 이놈들아!’
 
죽은 자는 말없이 달을 보고 누워있는데 총을 들었던 자는 햇빛 아래 활보하고 있다. 반백 년 세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역사적 평가가 끝난 그때의 일을 왜곡하여 시비하는 사람도 있다.
 
이 아침에 생각한다. 역사란 무엇인가. 거대한 국가폭력 앞에 쓰러져간 개인의 생명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동학혁명, 3.1 독립운동, 제주 4.3, 보도연맹사건, 4.19, 5.18…. 근세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작가 한강이 했던 말을 기억해낸다.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일 수 있는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 그렇지만 마침내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지 않는가.”
 
5월은 6월을 위한 징검다리이다. 징검다리는 조심 조심 건너야 한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새 땅에 도착할 것이다. 푸르름이 넘실대는, 6월을 기다린다.

정찬열 / 시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