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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불교에도 신이 있나요

불교에도 신이 있을까. 일반인들이 불교에 대해 흔히 갖는 질문이다. 신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은 전지전능하면서도 자의식과 감정, 의지를 지닌 인격적 존재이며, 인간의 삶에 개입하고 기도에 응답하는 존재라는 기독교의 전통적 해석이 신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불교에는 신은 없다고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신을 만물의 근원, 궁극적 실재, 곧 진리 자체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부 기독교 전통에서도 이런 해석을 따르긴 하지만, 아직은 소수(10~15%)에 불과하다. 특정한 장소에 따로 계시는 인격신은 인정하지 않지만, 우주를 관통하여 두루 있는 신령한 진리는 인정한다는 불교의 입장과도 유사하다. 신의 개념을 이렇게 본다면 불교에 신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수행 중심의 종교로 알려진 불교에는 신앙이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신앙의 대상은 무엇일까? 부처님이 생존해 계실 때에는 부처님이 수행의 표준이고 신앙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런 질문 자체가 필요 없었다. 부처님 열반 이후 불자들에게 혼란이 일어났다. 부처님이 돌아가셨으니 불교는 끝인가. 우리가 믿었던 대상은 무엇이었나. 신앙의 대상이 물리적 부처님이 아니라, 부처님의 깨달음이었다는 자각이 생기면서 부처님의 색신을 의미하는 화신불(化身佛)과 별도로 진리 자체인 법신불(法身佛)의 개념이 생겨났고, 이후 불교 신앙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부처님이나 진리 자체는 신앙의 대상이긴 하지만, 믿고 의지하는 대상이지, 기도에 응답하는 존재는 아니다. 원불교에서는 법신불 개념을 수용해서 수행의 표준과 신앙의 대상으로 삼기는 하지만, 기도에 응답하는 대상으로도 받아들인다. 즉 존재론적으로 인격신은 아니지만, 관계적으로는 기도에 감응하는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다. 불교의 법신불과는 기도에 응답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의 하나님과는 인격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겠다.
 
원불교에서 신앙은 불공(佛供)을 의미한다. 원래 불공은 부처님께 음식을 바친다는 의미였지만, 부처님께 소원을 비는 일이라는 뜻으로도 발전 되어 자연스럽게 기도의 의미도 갖게 되었다. 대종사께서는 며느리가 불손하여 절에 불공드리러 가는 노부부에게, 부처님에게만 불공을 드릴 것이 아니라, 며느리에게도 함께 불공을 드려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불공은 진리에 하는 불공(기도)과 상대에게 직접 하는 불공 두 가지가 있다. 며느리가 공손하기를 원하거나, 시험에 합격하고 싶거나, 운동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으면 기도만 해서 될 일이 아니라, 며느리에게도 불공하고 시험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자는 것이 원불교의 신앙이다. 기도에 응답하는 존재로서 신(법신불)도 인정을 하지만, 동시에 당사자와 그 일 그 일에 대한 불공도 요구한다.
 
비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종교는 신앙과 수행의 요소가 모두 갊아 있다. 신에 대한 관점에서 구분 되듯이, 대체로 기독교는 신앙 중심, 불교는 수행 중심, 원불교는 신앙과 수행의 조화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단, 원불교의 신앙이 기도만을 의미하지 않는 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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