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마크 카니 신임 총리가 예산안 없이 정권을 출범시키며, 정치권 내 혼선이 커지고 있다. 자유당 정부는 국회가 여름 휴회에 들어가기 전까지 연방 예산안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보수당과 신민당(NDP)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책임 방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당은 올해 봄 예산안 대신 가을에 경제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총선 공약이었던 중산층 소득세 인하부터 우선 추진하며, 이를 위한 세입 법안(ways-and-means motion)을 수주 내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번 감세안은 최저 소득세 구간을 1%포인트 인하하는 것으로, 자유당의 ‘생활비 절감’ 기조를 상징하는 첫 정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야권은 정부가 구체적인 재정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보수당과 신민당은 “국회는 정부 지출을 심사하고 승인할 책무가 있다”며, 예산안을 올여름 내 제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책 전문가들은 현재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통상 정책, 특히 관세 문제로 인해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자유당 정부가 보다 명확한 경제 상황이 드러날 가을까지 예산 결정을 미루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내각 출범과 함께 자유당은 주요 정책 방향을 반영한 내각 위원회도 재편했다. 새로 신설된 ‘정책•전략 위원회’는 총리가 직접 주재하며, ‘빌드 캐나다(Build Canada)’ 위원회는 국내 경제 재건을, ‘정부 혁신•효율성 위원회’는 정부 지출 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다. 또한 ‘안보 및 주권 위원회’는 대외 관계 및 국가 안보를 담당한다.
자유당은 출범 초기부터 기업적 효율성과 경제 중심의 운영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관들은 빠르게 부처 현안을 파악하고, 지역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정책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내각 내부에서는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이견도 감지된다. 특히 자원 개발 정책을 두고 문화부 장관이 신규 파이프라인 건설보다 기존 인프라의 효율적 활용을 강조하면서, 석유•가스 산업이 주력인 서부 캐나다와의 긴장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카니 내각은 전임 트뤼도 정부와 달리 경제에 집중하는 실용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안 부재로 인해 야당과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 초반부터 국정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