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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내 영혼 어디에

이진용 수필가

이진용 수필가

작년 이맘때 문인 3개 단체가 관광 버스를 대절해 단합대회 겸 야유회를 갖고자 ‘카추마 레이크’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여류 소설가 K 작가를 직접 대면할 수 있었다. 이름 석 자는 익히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첫 인상은 조용하고 차분하다고 느껴졌다. 우수에 젖은 듯한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녀에게서 친필 서명이 적힌 작품 ‘내 영혼 어디에’를 선물로 받았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미국 교포인 미모의 의대생 강엔젤라와 20년 연상인 한국 인기 영화 배우 김청하가 전무후무한 뜨거운 사랑에 빠졌으나 엔젤라가 의문의 교통 사고로 사망하여 그 영혼이 우주 공간을 돌아다니다가, 암으로 10년을 고생하다 죽은 70대 여인 유여사와 동반자가 되어 하늘 아래 지상을 내려다보며 나누는 대화체 형식의 중편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은 후부터 나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오늘도 새벽 1시쯤에 깨어난 이후로 갖은 상념에 잠겨 밤을 꼬박 새웠다. 내가 살아온 70평생을 뒤돌아보며 지은 죄가 어떤 것이었는지 성찰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내가 원치 않는 임신을 중절시키는데 공범이 된 것을 포함하여 크고 작은 죄를 여섯 번이나 더 범하였던 것을 기억해 냈다.  
 
‘인간이 죽어서 육체가 땅에 묻히면 흙 속으로 사라지고, 불에 타면 한 줌의 재로 변해 바람 따라 물결 따라 어디론가 사라진다. 육체는 이미 사라졌지만 영혼은 그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작가의 말 중에서)  
 
영국의 작가 존 번연이 쓴 ‘천로 역정’은 기독교 우화 소설로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익히는 책이라고 하는데 죽은 영혼이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것이 비슷하나 천로 역정은 내가 무지해서인지 이해하기가 역부족이었고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내 영혼 어디에’는 미사여구 없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써 내려간 작품이었기에 완벽하게 흡수할 수 있었다. 우리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영혼이 100% 존재한다고 확신하며 살아온 이유는 밤에 자다가 가끔 꿈을 꾸게 되기 때문이다.  
 
꿈이란 넋이 돌아다니며 겪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육체는 그대로 누워 있으나 그 혼은 돌아다니며 망자를 만나기도 하고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일들을 꿈속에서는 이루기도 하는 등 온갖 일을 경험한다. 꿈을 꾸며 살기에 영혼은 존재한다고 여기고 살아오지만, 천국과 지옥설에는 반신 반의하며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영혼처럼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천국과 지옥이 존재하느냐? 확증은 없으나 이 소설을 읽고 나서는 ‘있다’ 라고 심증을 굳혔다. 영혼은 영원불멸하여 이 우주 어디엔가를 떠돌아다닌다는데, 내가 지은 죗값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 고민하느라 잠 못 이루고 있다.  
 
내 여생을 자신보다 처지가 불우하고 가난하며 약한 사람들에게 선을 베풀며 살아간다면 그 지은 죄를 대신 할 수 있을까. 이 세상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조물주께 용서받는 길이란 그것 뿐일 것이라고 가슴 속에 새겨둔다. 사후 세계에서 내 영혼을 벌하실 신 앞에 서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이진용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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