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 속도보다 중요한 통찰의 축적

신현규 / 글리터컴퍼니 대표
제가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 포인트입니다. 바로 ‘속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앤드류 응 교수의 주장에 한 발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바로 ‘속도’ 이후 돌아오는 ‘축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마늘과 올리브오일에 밥을 섞어서 멋진 ‘알단테’ (살짝 덜익은 상태) 형태의 ‘알리오 올리오 밥’ 이라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 음식점 주인이 있다고 칩시다. 메뉴는 멋집니다. 그런데 잘 팔릴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시장에 테스트를 해 봐야겠죠.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여기서 끝인가요? 이 메뉴를 개발한 요리사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나게 쏟은 열정이 들어간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이 메뉴가 왜 실패했는지를 파악하려고 할 겁니다.
마침내 시장에서 실패한 이유를 깨달은 순간, 그는 재도전할 의미를 찾게 되겠죠. 그는 이제 올리브오일과 밥을 섞는다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수백가지 쌀과 수백가지 올리브오일을 다양한 온도와 시간으로 요리하는 아이디어들을 테스트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각기의 방법들이 가진 단점들을 파악하고 최적의 레시피를 발전시킵니다.
인공지능이 도입된다는 것은 위의 식당의 사례에서 레시피를 만드는 로봇이 도입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요리를 만드는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같은 시간에 수십 번의 요리를 만들면서 데이터들을 축적해나간다면 더욱 더 빠른 시간 내에 이 요리사는 최적의 레시피에 도달할 수 있겠죠.
앤드류 응 교수의 주장처럼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도입된다는 것은 더 빠른 제품개발로 연결되고, 그 사이 이뤄지는 경험과 데이터의 축적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알리오 올리오 밥’의 레시피는 사실 수많은 기업들이 가진 세일즈 레시피, 제품 개발 레시피, 마케팅 레시피 들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기업이 잘 되려면 속도와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축적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실패를 통해 쌓아가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통찰들을 인공지능이 모두 다 제대로 학습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런 경험들은 인간이 언어로 모두 풀어놓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정주영 현대 창업자가 했다는 말, “임자, 해 봤어?” 같은 인사이트들은 실제로 도전해 보고 실패해 봤던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일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에 자리잡고 있는 ‘더 빠르게 실패하고 더 빠르게 도전하라’는 문화는 그래서 인공지능 시대에 더더욱 유의미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이제 AI를 쓰는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더 빠르게 시장을 탐색해 보고, 거기서 수많은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축적해서 성공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기업들은 몇 가지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기존의 레시피를 더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AI 시대에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것이 ‘속도’라면 그 속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레시피 업그레이드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거죠. 또한 그 속도에서 얻은 데이터들을 내부에 축적할 수 있도록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실패의 경험을 뼈에 아로새길 수 있는 기업 내부의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겁니다. 그리하여 결국 그 실패의 축적된 경험 속에서 최적의 레시피를 ‘판단’해낼 수 있는 데이터 리더십이 갖춰져야 할 겁니다.
신현규 / 글리터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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