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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77만명도 투표할 수 있길

Los Angeles

2025.05.2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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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재외선거가 역대 가장 뜨거운 관심 속에 마무리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21대 대선 재외투표율은 79.5%로 잠정 집계됐다. 등록 유권자 25만8254명중 20만5268명이 투표에 참여해 2012년 재외투표가 도입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8대 대선(71.1%), 19대 대선(75.3%), 20대 대선(71.6%)의 투표율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LA총영사관 관할 지역의 투표 열기 또한 뜨거웠다. 총 등록 유권자 1만 341명 중 7630명이 투표에 참여해 73.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LA지역 역대 재외 대선 투표율 중 18대 대선(79.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번 재외선거에서 등록 유권자 5명 중 거의 4명꼴로 투표했으니 한인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관위와 한국 정치권이 제 몫을 다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관위가 추정한 이번 재외선거권자는 197만4375명이다. 등록 유권자가 아닌 이를 기준으로 하면 실제 투표율은 10.4%로 뚝 떨어진다.
 
나머지 90%, 177만 표가 사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한 제도 때문이다. 본지가 수차례 지적한 대로 등록 및 선거 안내 부족, 투표소 접근의 어려움은 투표를 하고 싶어도 못하게 만든 주원인이다.  
 
선거 40일 전에 등록한 뒤 휴가까지 내서 먼길을 달려 투표소까지 와도 문제는 발생했다. 일부 유권자는 등록을 하고도 본인 확인이 되지 않아 투표하지 못했다. 한 유권자는 “국외부재자로 등록했는데 투표소에서 합법 체류신분 입증을 요구받았다”면서 “미국에서 차별받고 우리나라에서도 외면당했다”고 했다.  
 
도대체 미국 체류신분이 대한민국 국적과 무슨 상관이 있나. 한인 유권자들은 언제까지 이런 부당함을 견뎌야 하는가. 우편투표 도입을 추진하겠다던 정치인들의 약속은 말 뿐이었나.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여러분의 소중한 한표 한표가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드는 디딤돌이 된다”고 참여를 호소했다. 재외유권자들의 바람도 다르지 않다. LA 투표소를 찾은 한 유권자는 “작은 벽돌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 반영되지 못한 177만 표가 다음 선거에선 반드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제도 마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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