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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엄청 훌륭한 일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4년, 4년, 도합 8년, 2번의 임기를 마치고, 자발적으로 물러났다. 그 당시 조지 워싱턴은 국민으로부터 인기가 좋았다. 워싱턴은 3선, 4선도 무난하게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워싱턴이 계속 대통령을 하다가 독재자가될까 봐 두렵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워싱턴은 두 임기(8년)를 마치고, 자발적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의 물러남이 엄청나게 훌륭한 일이었다. 이게 전통이 되어서 미국의 대통령은 두 임기뿐이다.  
 
엄청 훌륭한 일이 또 생겼다. 베네딕토 16세는, 77세, 2005년 4월에 교황으로 즉위하였다. 8년 후, 85세, 2013년 2월에 교황직에서 스스로 사임했다. “고령인 데다가…, 너무나 빠른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고…, 최근 몇 달 동안 심신이 쇠약해지면서 제게 맡겨진 이 사도직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교황직에서 사임했던 것이다.  
 
어느 누가 권좌에서 물러나고 싶어 하겠는가.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으려고 온갖 악랄한 짓을 하는 이 세상에! 정적들을 죽이고, 그리고 국민을 탄압하면서, 독재하려고 하는 판국에. 그렇구나, 권좌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일! 그래 맞아, 권좌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이 어려운 일! 이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게 ‘엄청 훌륭한 일’이라는 것은 나는 깨달았다.  
 
교황은 물러난 후, 9년 동안 바티칸 내 에클레시아 수도원에서, 매일 기도와 책을 쓰면서 조용하게 살았다. 죽기 몇 시간 전에, “주님이시여,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간호사가 전했다.  
 
베데딕트 16세 교황이 8년 정치하고 물러났기에, 다음 교황들도, 이분의 본을 따라, 교황들이 10년 정도 정치를 하고서 스스로 물러나 주기를 나는 바라고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간 대부분의 고통과 가난과 부패는 독재자의 횡포에서 생긴 것이다. 독재자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고 입으로는 마구 떠들어대고 있지만, 실은 자기 개인의 욕심을 위해서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심지어 어떤 독재자들은, 남의 나라까지 먹고 싶은 탐욕에, 옆 나라를 침공한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
 
만약 독재자들이, 워싱턴 대통령처럼 그리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처럼, 몇 년간 정치하고 자발적으로 물러난다면? 그 나라는 보다 더 부유한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미국을 보라. 지금 수많은 세계의 굶주린 사람들이 미국에 와서 살고자 한다. 왜 미국에 와서 살고자 하는가? 미국은 부자이고 그리고 자유가 있는 나라이다. 왜 그런가? 수많은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에는 독재자가 없다. 독재자가 없는 대신에, 그 자리에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가 없기에 부패가 없다. 그래서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었고 계속 최강의 나라가 되어 갈 것이다.  
 
베네딕토 16세의 은퇴를 보고서, 고려말 나옹선사(1320~1376)의 시가 생각이 나서 여기에 적어본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노여움도 내려놓고 아쉬움도 내려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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