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나와 온실 청소”…캐나다 청년 실업률, 25년래 최고
인구 급증, 고금리, 무역전쟁 ‘삼중고’…청년층에 피해 집중
“삶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중”…고학력 청년들, 구직난에 ‘한숨’

밴쿠버 중앙일보
상황은 ‘암울하다’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캘거리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한 사라 정 씨는 전공을 살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국 석사과정 진학을 결심했다. 기계 공학 학위를 받고도 가든 센터에서 잡일을 하며 생활비를 버는 청년, 400-500곳에 지원서를 넣고도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공대생의 이야기는 더 이상 소수의 사례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청년 실업난이 캐나다 경제 전반의 문제를 예고하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 같은 조기 경보 지표라고 경고한다. 팬데믹 이후 잠시 있었던 채용 붐은 끝났고, △고물가와 고금리 △일자리 증가 속도를 앞지른 급격한 인구 증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불러온 경제 불확실성이라는 ‘퍼펙트 스톰’이 청년층을 덮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업들이 불황기에 인력을 감축할 때 ‘가장 나중에 들어온 사람을 가장 먼저 내보내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경험이 단순한 ‘일시적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캐나다의 과거 연구에 따르면, 불황기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은 이후 수년간 지속적인 소득 손실을 겪는 ‘임금 상흔’ 현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기대했던 직업이 아닌 저임금 분야에 자리 잡게 되면서 장기적인 소득 전망이 어두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은 청년들의 삶 자체를 유예시키고 있다. 맥마스터 대학을 졸업한 벤 구치 씨는 그의 부모님이 20대 중반에 이미 경력을 쌓고 집을 사며 삶을 꾸렸던 것을 떠올린다. 그는 “나는 아직 경력을 시작하지도 못했다”며 “마치 내 삶이 시작되기를 그저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전문가는 “일부 청년들은 부모 세대보다 더 잘살고 있지만, 다른 많은 청년들은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 멈추지 않는 러닝머신 위에서 더 빨리 달려야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청년층 내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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