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에 빠지다] “아주머니 만세!”

로버트 털리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
한국의 예술, 공예, 문화 행사에는 유독 남성보다 아주머니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실제로 필자가 참석했던 일부 전시회나 공연에서는 관객 중 남성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는 단순히 여가 생활을 넘어, 자녀를 다 키워낸 후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지적·예술적 갈증을 해소하려는 열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는 예술을 후원하고 그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예술을 창조하는 아주머니들에게 큰 감사를 표해야 한다. 노리개, 보자기, 자수, 직조, 도예 등 전통 공예부터 회화와 조각 같은 현대 순수 예술, 그리고 춤과 음악처럼 가장 전위적인 공연 예술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위대한 성취 중 상당수는 여성들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사실 그들의 예술은 박물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갈하게 차려낸 밥상 위에, 한 땀 한 땀 기운 옷가지 위에도 아주머니들의 미학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
한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다수가 여성이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강 작가 역시 그중 한 명이다. 화가 천경자의 대담한 색채, 혹은 작가 박완서의 섬세한 문장 속에서도 우리는 한 시대를 살아온 여성의 삶과 고뇌를 마주한다.
‘아주머니’와 ‘아줌마’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금방 배우게 되는 애정 어린 용어다. ‘아주머니’는 더 존중하는 표현이다. ‘아줌마’ 또한 서로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는 따뜻한 단어가 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몇몇 사람들이 이 단어를 무례하게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이들은 무지한 것이며,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한국에서 엄마와 중년 이상의 여성들보다 더 큰 존경을 받아야 할 대상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아주머니를 떠올릴 때면, 짧은 파마머리 둘레를 꽉 조이는 머리띠 위에 햇빛 가리개를 쓰고, 헐렁한 옷과 편한 신발을 신은 모습을 고정관념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옷차림을 한 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복장은 허영이 아닌 ‘기능’에 충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제든 두 팔을 걷어붙이고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된, 이른바 ‘전투복’에 가깝다. 햇빛 가리개 아래에는 세상의 흐름을 꿰뚫는 초롱초롱한 눈빛이 있고, 편안한 옷 속에는 재빠른 생각만큼이나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한 다부진 몸이 있다. 때로 꾹 다문 입술은 애정 어린 꾸지람을 솔직하고 재빠르게 쏟아낼 준비가 되어 있다.
버스 빈자리를 향해 몸을 밀치고 나아가는 모습에 대해 누군가 불평한다면, 비켜서서 그녀의 당연한 왕좌를 내어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녀의 거친 손은 한 가정을 일으켰고, 그 가정들이 모여 오늘의 한국 사회를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이들의 헌신에 바쳐진 마땅한 자리다. 그녀가 얼마나 중요하고 위엄 있는 존재인지 모른다면, 이제는 입을 다물고 무엇이, 그리고 누가 한국 문화를 위대하게 만드는지 배울 때다.
독자들에게도 이제 함께 외칠 것을 제안한다.
“아주머니들 만세!”
(이 글의 일부는 곧 출간될 로버트 털리의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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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털리 /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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