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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나는 정화 중입니다

요즘 부쩍 악몽을 꿉니다
 
검정입니다
 
눈에 거슬리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 것도 많은 나는  
 
분명 검정입니다
 
미움받을 용기도 없이
 
속으로만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검정입니다
 
 
 
평생 고운 색만 찾아 열렬하게 나선 순례길  
 
보이지 않는 그윽한 색을 찾아 나선 고고한 길
 
낮과 밤을 수천 번 수만 번 겪는 사이
 
하양이 검정으로 퇴색되어가는 중입니다
 
 
 
어떻게 하면 악몽을 멈출 수 있을까요
 
색은 섞을수록 탁해지니
 
날마다 빛만 가득 먹어볼까요
 
맑은 하늘만 마셔볼까요
 
빛으로 가득 채워진 내 몸이 투명해질 때까지
 
검정이 얇아질 때까지
 
악몽이 희석될 때까지
 
 
 
네가 좋아
 
네가 참 좋아 반복하며
 
나는 정화 중입니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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