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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사 개관 1년…문화원은 ‘하우스 푸어’?

New York

2025.06.16 20:37 2025.06.1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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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 개관 이후 예산은 약 30% 감소
인력도 오히려 줄어, 예산 부족에 결국 무급인턴 고용
뉴욕한국문화원.

뉴욕한국문화원.

맨해튼 코리아타운 인근에 위치한 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뉴욕코리아센터, 122 E 32스트리트). 예정된 특별 행사가 없는 평일 낮 시간대 문화원 건물은 다소 썰렁한 모습이었다. 1층 미디어월 옆에선 청년 2명이 물구나무서기를 연습하며 본인들의 사교 공간으로 쓰고 있었고, 전시장에는 3명의 관람객이 전부였다. 부엌과 도서관도 텅 빈 모습이었는데, 문화원을 나설 때쯤에야 한 남성이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을 방문했다. 문화원이 행사를 기획하면 인파로 붐비지만, 예산과 인력 문제로 행사 유치가 어려울 땐 공간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신청사 개관 1주년을 앞둔 뉴욕한국문화원의 인력과 예산 부족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와 운영비, 사업비로 구성되는 연간 예산은 2023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오히려 줄었고, 인력도 문화원 단독 건물을 마련한 뒤 오히려 줄었다.  
 
16일 뉴욕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올해 기준 뉴욕한국문화원 전체 예산은 2023년 대비 28% 감소했다. 2024년 -15%, 2025년 -15% 등으로 오히려 문화원 신청사가 설립된 뒤 꾸준히 예산이 줄어든 셈이다. 2025년 예산 중 인건비는 25% 줄었고, 운영비(-30%), 사업비(-20%)도 각각 감소했다. 2009년 3월 부지를 매입, 7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맨해튼 한복판에 신청사를 개관했지만, 이후 예산은 줄이면서 신청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거대한 문화원 건물을 유지하느라 총 예산의 65%가 운영비로 쓰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체 예산에서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으로, 그 중에서도 사업비의 절반 이상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도한 사업에 써야 한다.
 
인력 역시 문제다. 문화원 신청사가 개관하기 전 직원은 11명이었지만, 현재는 10명으로 줄었다. 전시(2명), 공연(2명), 영상영화대외업무(2명), 관리담당(2명), 부엌(1명), 도서관(1명) 등으로 구성돼 담당 인력이 휴가나 병가로 자리를 비우면 업무 전체가 공백이 생긴다. 평균근속연수도 3년 전엔 11년 10개월이었지만, 이제 10년 5개월로 오히려 줄었다. 경력자가 떠나면 인턴이나 신입으로 대체한 결과다.
 
인력과 예산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무급 인턴도 대거 모집했다. 다행히 경력이 절실한 사회초년생들이 대거 지원하긴 했지만, 전문성 있는 대응과 신청사를 100% 활용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은 “경험있는 인력이 떠나면 그 수준에 걸맞은 사람을 구하긴 매우 어렵다”며 “문화원 특성상 주말 등을 활용해 행사를 열어야 하는데 현재 인력으론 쉽지 않다는 생각에 인턴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사업 예산이 오히려 줄어든 탓에 새로 단장한 도서관과 부엌 등의 시설도 강제로 비워둘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조진수 한식 프로그램 디렉터는 “한식 인기가 상당해 전통소주, 떡, 김장행사 등을 하기만 하면 큰 인기를 끌지만 1년에 한두 번밖에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연지 문화원 도서관장도 “필드트립으로 방문하려는 학교 수요는 넘쳐나지만 소화할 수가 없어 일주일에 두 번만 받는다”며 “출판문화진흥원 사업 등 각종 지원 프로그램에 응모하고, 뜻있는 한인 작가들께서 재능기부 수준으로 이벤트에 참여해주시는 덕분에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관계기사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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