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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채식·운동·명상, 치매도 멈춘다

Los Angeles

2025.06.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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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소아정신과 전문의미국 내 3만9200명의 정신과 의사를 대표하는 미국정신과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가 40년 만에 LA에서 연례총회를 개최했다. 올해 주제는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위한 삶의 방식(Lifestyle for Positive Mental and Physical Health)’. 이 주제에 가장 걸맞은 인물로 내과 전문의 딘 오니쉬(Dean Ornish, M.D.) 박사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약 삼십여 년 전에 나는 오니쉬 박사를 타임지의 기사를 통해서 만났다. 그는 이미 그때 심장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로 주목받았다. 당시 미국에서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관상동맥이 얼마나 막혔는지 영상으로 확인한 뒤, 개흉 수술(Open Heart Surgery)을 통해 우회로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하버드대학 출신의 젊은 내과의사였던 오니쉬 박사는 약물이나 수술 없이도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심지어 이미 막힌 혈관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획기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북부에 ‘라이프스타일 클리닉’을 열었고, 환자들에게 4가지 생활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제안했다. 먼저 기름기 적은 식물성 식단(plant-based diet)이다. 그리고 주 150분 이상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명상, 요가, 기도 등과 함께, 타인과의 사회적 연결 강화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도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그룹 대화와 정서적 소통을 통한 마음의 평화다.
 
이 프로그램을 따른 환자들은 단 9주 만에 협심증 증세가 사라졌고, 3개월 뒤에는 막혔던 혈관에 다시 혈류가 흐르는 영상을 직접 확인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일부 보험회사들이 이 ‘라이프스타일 치료법(Lifestyle Medicine)’을 보장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의료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71세인 오니쉬 박사는 이제 치매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심장에 좋은 것은 두뇌에도 좋다”는 그의 신념 아래, 그는 최근 연구에서 생활습관 개선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는 APA 총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삶의 방식이 전부입니다. 잘 먹고, 더 많이 움직이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랑하라. 단순한 원칙이지만,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며 때로는 되돌릴 수도 있습니다.”
 
그의 임상 실험에 따르면, 라이프스타일 개선 프로그램을 따른 환자의 72%가 20주 뒤에는 인지기능 저하가 중단되거나 개선되었고, 반면 대조군의 3분의 2는 증상이 악화했다. 그는 “자신이 자신의 삶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환자는 자존감을 되찾고 우울도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의 모친도 알츠하이머로 별세했다고 한다. 본인에게도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4가지 요인중 하나인 가족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19세 시절 심각한 우울감에 자살을 고민했던 그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시작하면서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대인의 진정한 병은 심장병이나 당뇨, 알츠하이머가 아니라 외로움과 우울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건강 정보 전달보다는, 더 깊은 수준에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명상과 공동체 소속감을 통해 삶의 기쁨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죽음의 공포보다 삶의 기쁨이 더 강할 때, 우리는 변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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