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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미술가들이 꿈꾸는 LA강 사랑

Los Angeles

2025.06.19 19:00 2025.06.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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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LA강의 중요성과 생태적 복원 가능성과 미래 등을 미술작품을 통해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기획전 〈우리의 강: 물길의 회복과 미래(OUR RIVER: Floodplain and Future)〉는 매우 반갑고 고마운 전시회다.
 
지난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이 전시회에는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작가 16명이 참여하여 회화, 조각, 사진, 비디오, 설치미술 등 다양한 매체의 개성적인 작품을 통해 로스앤젤레스 강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 속에서 강의 지속적인 복원과 보전을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우리 인류의 문명은 강가에서 시작되었다. 흐르는 강은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생명의 노래와 이야기와 색깔이 있었고, 삶과 죽음이 있었다. 같은 맥락으로 세계의 많은 대도시들이 강을 끼고 발전했다. 서울의 한강을 비롯해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
 
LA에도 강이 있나? 있기는 있다. 샌퍼낸도밸리 지역에서 시작하여 LA 다운타운 등 17개의 도시를 거치며 롱비치 하류로 흘러 태평양 바다에 이르는 51마일의 물길을 우리는 LA강이라고 부른다. 이 중 32마일이 LA의 도심구간을 흐른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을 따름이다.
 
그런데, 이 강의 현재 모습은 콘크리트로 쌓은 벽채 같은 물길(水路)이다. 이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는 미군 공병대가 동원되어, 홍수 방지용으로 만든 것이다. 1938년에 시작해 1960년에 완성한 대공사였다.
 
LA강은 일 년에 8개월은 말라 있는 건천(乾川)이다. 물이 흐르지 않는 콘크리트 수로는 삭막하다. 아무것도 살 수 없다. 물고기와 물새도 다 떠나고, 사람 발길도 끊겨버렸다. 과거에는 송어가 헤엄치던 강이 이렇게 변해 버렸다. 기록에 따르면, 강에서 송어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것은 1948년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LA카운티는 나름대로 강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서울 청계천을 벤치마킹하자는 목소리도 나왔고, 일부 지역에서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제거되기도 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친수성 식물과 나무가 자랐고, 콘크리트 틈 사이로 풀이 뿌리를 내렸다.
 
LA카운티가 지난 2022년 발표한 LA강 복원을 위한 최종 계획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도 참여하여 관심을 모은다.
 
환경운동가들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시인이자 기자였던 맥애덤스(MacAdams)로 1985년 환경단체 'LA강의 친구들'을 설립하여, 강을 살리는 일에 앞장섰다. 직접 과격한 행동도 감행했다. 이에 주민이 호응하고 정치인이 움직였다. 맥애덤스는 2020년 파킨슨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미술가들이 뜻을 모아 LA강을 살리자는 취지의 전시회를 연 것이니 반가울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 더불어 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이 세상도 아름다워질 것이다.
 
작가들의 꿈은 LA강을 자연 상태로 살리는 것이다. 인공적으로 물길을 고치려들지 말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복원하길 바란다.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고, 물고기들이 뛰놀고 새들 노래하는 그런 생명의 강으로 만드는 일…. 강이야말로 우리 생명의 근원이며,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의 중요한 일부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이다.
 
아무튼, 미술가들과 갤러리의 합심으로 뜻깊은 전시회가 꾸려졌다. 아무쪼록 많은 이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LA강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는 건강한 공론의 마당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예술과 함께 아파하고 꿈꾸는 동안 우리들 마음속에 맑은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기 시작할 것이다. 삭막한 사막 도시이기에 더욱 시원한 강이 필요하다.
 
전시회는 오는 6월28일까지 ‘샤토 갤러리’에서 열린다.

장소현 / 미술 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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