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러튼에 거주하는 올해 49세의 박모 씨는 그동안 미뤄왔던 생명보험 가입을 결심하고, 30년 만기형 생명보험 플랜을 알아보았다.
보장금액 50만 달러를 기준으로 여러 보험사의 보험료를 비교한 결과,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경우 대략 월 130달러 내외의 보험료가 산출됐다. 이 플랜은 30년 동안 보험 혜택이 유지되며, 만기 이후에는 보장이 종료되는 전형적인 기간형(term) 생명보험이다.
그런데 한 보험사의 플랜이 눈에 띄었다. 월 보험료가 144.50달러로 조금 더 비싸긴 했지만 말기 질환이나 불구 상태는 물론이고 롱텀케어(Long-Term Care)에 대한 보장도 포함된다는 점이 특별했다.
생명보험은 일반적으로 가입자가 사망해야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박 씨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큰 매력을 느꼈다. 가까운 친척이 간병인의 도움을 받느라 평생 모은 재산을 거의 다 써버리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있었기에 박 씨는 결국 이 플랜을 선택했다.
생명보험을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험료 차이가 크지 않다면 생존 시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플랜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박 씨가 가입한 이 보험플랜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 걸까. 보험료 차이는 크지 않은데, 다른 보험보다 더 많은 혜택을 준다니 의심이 들 수도 있다. 알고 보면 이 플랜은 ADB(Accelerated Death Benefit, 사망보험금 선지급 조항)이 강화된 생명보험이다.
대부분의 생명보험에는 기본적인 ADB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가입자가 향후 1~2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말기 질환에 걸린 경우, 보험금의 일부(절반 혹은 회사 기준에 따른 한도)를 사망 전에 미리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박 씨가 선택한 보험은 이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형태다. ADB 혜택을 말기 질환에 국한하지 않고, 중증 질환이나 만성 질환의 경우에도 일정 비율의 보험금을 선지급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박 씨가 선택한 A사의 보험을 예로 들면, 이 회사는 기간형(term)과 종신형(whole life) 보험 모두에 이런 생전 혜택(Living Benefit)을 제공하고 있다.
보장 대상 질병은 다음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말기 질환(Terminal Illness)은 전문의로부터 24개월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은 경우로, 말기암이나 백혈병 등 치명적인 질환이 이에 해당한다.
중증 질환(Critical Illness)은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 질환으로, 대표적으로 심장마비, 장기 이식 수술이 필요한 상태, 뇌졸중, 시력 상실, 말기 신부전, 루게릭병(ALS) 등이 포함된다.
만성 질환(Chronic Illness)은 목욕, 옷 갈아입기, 배변, 이동, 배설 조절, 식사 등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기능 중 두 가지 이상을 스스로 수행하지 못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롱텀케어(Long-Term Care) 상황에 해당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가입자의 신청에 따라 보험사가 생명보험금의 일부를 생전에 선지급하게 되며, 지급되는 금액은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평균 롱텀케어 비용은 월 4000달러에 달하며, 10년 후에는 최소 5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류사회에서는 은퇴 후 장기 요양비로 인해 재산을 소진할 것을 우려해, 별도의 롱텀케어 보험을 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 생명보험에 조금의 보험료만 추가하면 롱텀케어 혜택까지 포함된 생전혜택형 플랜을 선택할 수 있다면, 더 경제적이고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