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전화번호·직원 이름 도용 범죄 연루 겁주며 개인정보 요구 경찰·검찰 사칭 영상통화로 협박
한국의 재외공관·경찰·검찰·법무부 직원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가 끊이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사기 전화를 받은 한인은 영사관 대표번호와 직원 이름까지 똑같다며 황당함을 전했다. 일부 피해자는 민감한 개인정보 도난 피해까지 보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 및 재외공관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공관 대표번호와 근무직원 이름을 활용한다. 이들은 불특정 한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LA총영사관 등 공관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마약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됐다며 겁을 준다. 이후 상대방이 속는 듯하면 인터넷 접속을 유도하거나 문제 해결을 빌미로 고액 송금을 요구한다.
제프 이씨는 “총영사관 직원이라는 사람이 전화한 뒤 내 개인정보가 도난당했다고 말했다”면서 “그 사람은 사기꾼들이 훔친 내 개인정보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서울 경찰청으로 전화하라고 했다. 서울 경찰청이라는 사람들은 나와 영상통화를 하더니 일주일 안에 5만 달러를 보내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씨는 “영상통화 당시 그 사람들은 정말 경찰처럼 보였다. 이야기 도중 내 운전면허증 등 개인정보를 알려줬는데 다른 피해가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총영사관 사칭 사기범들은 전화를 받은 사람이 방심하면 영상통화, 인터넷 접속 등을 유도한다. 이후 민감한 개인정보와 신용정보, 추적이 어려운 송금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미한국대사관 측은 “재외공관 직원 사칭은 마약 및 사건·사고에 연루됐다고 겁을 준 뒤,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수법”이라며 “공공기관은 전화나 온라인으로 직접 개인정보 등을 확인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의를 거듭 당부했다.
또한 총영사관 직원 사칭이 의심될 때는 전화를 끊고 직접 해당 공관 대표번호로 전화해 확인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김모씨는 “총영사관 영사 내선번호를 저장해 놨고, 그 번호로 전화가 와 사기를 의심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사기범은 내가 알던 영사 목소리와 달랐다. 특정 억양 등이 이상해 사기를 의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며 내용을 확인하라는 사기전화도 조심해야 한다. 이들 사기범은 가짜 웹사이트(im.bdata923.com)를 만들고 한국 검찰 등을 사칭한다. 가짜 웹사이트는 한국 정부 웹사이트와 매우 유사해 피해자를 방심하게 한다. 피해자가 웹사이트 지시대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정보가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LA총영사관 측은 “민원인에게 국적이나 병역 관련 안내를 전화로 할 수는 있지만, 범죄사실 등에 관해서는 절대 전화로 통보하지 않는다. 직원을 사칭한 뒤 마약범죄 연루, 검찰 웹사이트 접속 등을 요구하면 꼭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