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상당한 기업을 수십 년간 성공적으로 이끌어오신 CEO가 한분 계신다. 이 분은 재무제표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손익계산서나 대차대조표뿐만 아니라 세금보고 서류도 늘 꼼꼼히 직접 들여다 본다. 이 분이 자기회사 직원들을 시켜,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꼼꼼하게 챙겨보시는 보고서가 따로 있다. 바로 ‘현금흐름표’다.
회계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현금주의 회계는 현금이 입금되면 이익으로, 현금이 지출되면 비용으로 기록한다. 반면에, 발생주의 회계는 받을 돈이 생기면 수익으로, 지출할 의무가 생기면 비용으로 처리한다. 발생주의 회계에서는 장부상 이익이 나도 실제로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기업이 현금 부족에 빠질 위험이 있다. 외상판매가 많은 기업이 외상값을 제 때 회수하지 못하면 장부에는 이익이 나지만 실제로 회사에 현금은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잘 팔리던 상품을 현금을 주고 대량 구매했지만, 갑자기 판매가 줄어 재고로 쌓여도 마찬가지다. 사업이 계속 잘 될 것이라는 기대 아래 건물이나 고가 장비에 과도한 투자를 하다가도, 현금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기 침체기다. 이럴 땐 은행도 대출을 꺼리게 되므로, 한 기업의 자금난이 거래처 기업들까지 영향을 미쳐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기업주나 경영자들은 장부상의 이익뿐 아니라, 회사가 지금 당장 또는 일주일 내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의 잔고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내일 지급해야 할 급여나 임차료가 있는데 오늘 통장에 돈이 없다면, 이것이야말로 경영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은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금의 지출과 조달 계획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이런 필요성에 의해 등장한 장부가 바로 현금흐름표다.
현금흐름표는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현금이 들어오고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보고서이며, 크게 세 가지 활동으로 나뉜다.
첫째, 영업활동에 따른 입출금이다. 제품 판매나 서비스 제공 등 기업의 본업과 관련된 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입금과 출금이다. 판매를 늘리거나 외상값을 회수하면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이 늘어나고, 영업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면 현금이 줄어든다.
둘째,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증감이다. 건물이나 장비와 같은 자산에 현금을 사용하거나, 갖고 있던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활동을 말한다.
셋째, 재무활동이다. 대출을 받거나 빚을 상환하는 등 영업 활동이외에 현금을 조달하거나 사용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영업활동을 해서 현금이 들어오는 것은 대부분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한마디로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투자활동이나 재무활동에서는 오히려 현금이 나가는 것이 기업에 유리할 수도 있다. 투자로 인해 현금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미래 수익을 위한 준비일 수 있으며, 재무활동에따른 현금 유출은 부채 상환을 의미하므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은 장부상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자금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생존과 성장의 핵심이다. 현금흐름표는 바로 그 흐름을 보여주는 기업의 혈관 지도라고 할 수 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