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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퍼플하트 훈장도 추방당했다

New York

2025.06.26 17:59 2025.06.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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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송 민권센터 국장

김갑송 민권센터 국장

퍼플하트 훈장은 전투 등 군사 작전 중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은 미군에게 주어진다. 하와이에 살던 한인 박세준(55) 씨는 19살에 입대, 1989년 파나마에서의 전투 중 큰 부상을 입고 죽을 고비를 넘긴 뒤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참전군인이다. 그는 척추에 두 발의 총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그런데 그가 최근 추방령을 받고 한국으로 출국했다. 7살 때 미국 이민을 와서 48년을 살았는데 생소한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와이 언론들이 박 씨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박 씨는 영주권자였다. 참전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다 마약 범죄로 체포됐고 실형을 받았다. 이민국은 그의 영주권을 박탈했고, 추방을 시도했다. 하지만 법원은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그에게 선처하며 미국 합법 거주를 허용했다. 그 뒤 박 씨는 지난 14년 동안 새 사람으로 살았다. 마약을 끊고, 행복한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가 들어선 뒤 그에게 추방령이 다시 내려졌다. 3주 안에 출국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그는 가족을 두고 지난 23일 한국으로 떠났다. 고국이지만 30년 전 잠시 방문했던 생소한 나라로 그는 돌아갔다. 앞으로 미국 재입국도 할 수 없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딸의 결혼식에도 오지 못한다.
 
박 씨는 미국을 떠나며 말했다. “사람들이 저에게 말합니다. 당신은 이 나라를 위해 두 번의 총상을 입었습니다. 당신은 대부분의 미국인보다 미국을 위해 더 큰 희생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추방은 막을 길이 없었다.
 
현재 미군에 복무 중인 사람 가운데 38%가 영주권자 등 비시민권자다. 미국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그들도 언제든 추방될 수 있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쫓겨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군인들뿐이 아니다. 시민권을 받지 못한 입양인들, 부모의 손을 잡고 어릴 때 미국에 왔던 서류미비 청년 추방유예(DACA) 신분인 청년들, 자녀 또는 배우자가 시민권자인데 이들을 두고 떠나야 할지 걱정하는 서류미비 가족들이 지금 우리 곁에서 두려움에 떨며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현 정부는 이민단속국에 매일 서류미비자 3000명 체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3일 하루에만 2만2000여 명을 붙잡는 기록을 세웠다. 이민자 수용소에는 51만~59만 명이 잡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월평균 2만2000여 명이 추방돼 올해에만 30만 명 가까이 강제 출국 될 것으로 보인다.
 
유학생 커뮤니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업이 끝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미국을 떠나라는 통지를 하거나, 대학 또는 대학원 진학과 박사 학위를 위해 학교 측의 입학 허가를 받은 학생들에게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비자를 거부하고 있다.  
 
어린아이들도 겁에 질려 있다. 최근 한 라틴계 어린이가 친구에게 이런 쪽지를 남긴 사실이 알려져 가슴을 후려치고 있다. “만약 이민단속국이 나를 잡아가도 나를 잊지 말아줘. 나는 엘살바도르에 있을 거야. 넌 나에게 가장 좋은 친구야. 너는 나에게 없었던 형제가 되어줬어. 나는 이민단속국이 학교에 와서 나를 잡아갈 것 같아서 매일 밤 울고 있어.”
 
미국은 올 초부터 전쟁 중이다. 이민자 커뮤니티를 상대로 한 전쟁이 선포됐다. 이민자를 침략자로 보는 정부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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