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도쿄의 모던 한식당 '키' LA 최초 미슐랭 스타 한식당 "전통 한식의 창의적 재해석"
LA의 한인 셰프가 미슐랭의 ‘별’을 거머쥐었다.
주인공은 LA 리틀도쿄에서 모던 한식당인 ‘키(Ki)’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기용(35.사진) 셰프다.
새크라멘토 지역에서 지난 25일 진행된 미슐랭 시상식에서 김 셰프는 미슐랭 1스타와 ‘영 셰프상(Young Chef Award)’을 동시에 수상했다.
지난 1월 키 레스토랑을 개업한 이후 약 5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LA에서 미슐랭 별을 받은 한식당은 키 레스토랑이 처음이다. 영 셰프상은 미슐랭이 36세 이하 셰프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미슐랭 측은 “김 셰프의 리더십, 장인 정신 등을 높게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키 레스토랑은 단 10석 규모의 작은 식당이다. 하지만 미슐랭은 김 셰프를 “전통 한식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며 손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셰프”라며 “재료, 기술, 셰프의 개성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다”고 평가했다.
대표 메뉴로는 상추 아이스크림에 캐비어와 청주 크림을 곁들인 디저트가 꼽혔다.
김 셰프는 해당 메뉴에 대해 “상추는 한식 바비큐에서 익숙한 재료지만, 이를 아이스크림으로 만들고 청주를 캐러멜처럼 졸여 캐비어와 결합했다”며 “예상치 못한 조합이지만 균형감 있는 맛”이라고 설명했다.
김 셰프는 뉴욕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정식’과 2스타 ‘아토믹스’, ‘블랑카’, ‘노부’, ‘베누’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미슐랭과의 공식 인터뷰에서 “좋은 음식은 입에 넣는 순간 반응이 나오게 된다”며 “그 순간의 반응이야말로 인간이 숨길 수 없는 감정이고, 그게 ‘맛있는 음식’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김 셰프의 음식은 단순히 미각을 자극하는 것을 넘어, 셰프 자신의 철학과 이력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나의 요리는 내가 걸어온 길과 스타일을 반영한 결과물"이라며 “‘키’는 미슐랭식 정통성과 한국적인 감성이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김 셰프는 레스토랑 운영에 있어서도 재료에 대한 철학을 분명히 한다. 매주 세 차례 파머스 마켓을 직접 찾아 제철 식재료를 고르고,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운영 방식을 고수한다.
김 셰프는 “작은 공간이기에 최고의 재료만 고집할 수 있다”며 “10석 레스토랑은 나에게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상은 그가 지난 2023년 한인타운에서 운영하던 레스토랑 ‘킨(Kinn)’의 폐업 이후 이룬 두 번째 도약이다. 당시 ‘킨’은 미슐랭 가이드의 ‘주목할 만한 식당’에 선정됐지만, 김 셰프는 당시 “삶의 질보다 손님 만족을 우선시한 결과, 체중이 20파운드나 줄었고 셰프로서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며 자진 폐업을 결정했었다. 이후 정신적 회복과 방향성 재정립 끝에 리틀도쿄에 ‘키’를 열었다.
김 셰프는 후배 셰프들을 위해서도 한마디를 했다.
그는 “실패해도 괜찮고, 정말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며 “매일 완벽할 필요는 없으며 하루에 한 걸음씩만 나아가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