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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위와 공공안전, 책임 과제는

Los Angeles

2025.06.2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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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 사회부 기자

정윤재 사회부 기자

“경찰은 법적 절차를 따랐고, 상황은 위험했으며, 대응은 신속하고 절제된 것이었다.”
 
지난 14일, ‘노 킹스(No Kings)’ 시위 현장에서 LA경찰국(LAPD)의 대처가 과잉 진압이라는 비판에 대해 짐 맥도넬 LA경찰국(LAPD) 국장은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공공안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시 현장에서 경관 52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도 발표됐다.
 
일부 시민에게는 이런 대응이 과도해 보였을 수 있다. 평화롭게 시위에 참여했던 이들에겐, 경찰의 개입이 갑작스럽고 억압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은 단일하지 않다. 내가 평화로웠다고 해서, 현장 전체가 그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시위는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권리지만, 수천 명이 모인 거리에서 그 권리가 행사될 때 공공안전과 충돌할 수 있다. 시위대 중 단 한 명의 폭력적 행동이 전체 흐름을 바꾸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긴박한 현장에서 경찰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만이 아니라, 집단 전체의 안전과 질서를 지켜야 하는 책임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LAPD는 시위 도중 일부 참가자들이 병, 벽돌, 폭죽 등을 경찰에게 던지는 등 폭력 행위를 벌이고, 반복된 해산 명령에도 불응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해당 현장을 ‘불법 집회’로 선언하고, 영어와 스페인어로 수차례 해산 명령을 고지했다고 밝혔다. 일부는 지상 확성기, 일부는 헬리콥터 방송을 통해 전달됐다.
 
이쯤에서 우리는 되묻게 된다. LAPD의 무력 사용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그들이 어떤 프로토콜에 따라 대응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절차가 지켜졌다면 정당한 공공조치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닐까. 경찰이 현장에서 취한 모든 조치가 완벽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공공안전을 위한 예방적 개입이었다는 점을 배제한 채 무조건적인 비판으로 접근하는 것은 균형 잡힌 시각이라 보기 어렵다.
 
총기 소지가 합법인 미국에서 예기치 못한 폭력이 확산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수백 명이 밀집한 시위 현장에서 경찰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해야 한다.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군중 대상의 대응은 본질적으로 특수하고 복합적인 구조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특수성을 무시한 채 모든 개입을 개별 사례와 동일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정당한 공공조치마저 위축될 수 있다.
 
또한, 최근 시위 대응을 둘러싼 논란은 짧은 영상 클립이나 단편적인 증언을 중심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의 오남용을 감시하는 언론과 시민의 역할은 분명 중요하지만, 격렬하고 복잡한 현장의 한순간만으로 전체 상황을 재단하는 접근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동시에, 경찰 역시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과잉 진압이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하며, 프로토콜에 기반한 훈련과 대응의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공권력이 검증 가능한 구조 안에서 작동한다는 믿음은 사회 전체의 안전을 뒷받침한다.
 
경찰은 시민을 보호하는 책임을 지는 조직이다. 그 책임이 무겁기에 때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비판이 오직 결과에만 집중된 채, 경찰이 그 전 단계에서 어떤 판단과 절차를 거쳤는지를 살피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책임을 왜곡하는 셈이 될 수 있다.
 
이번 시위에서 LAPD의 대응이 완벽했다는 뜻은 아니다. 일부 과잉 진압이 있었다면 마땅히 검토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비판이 “경찰은 무조건 가해자”라는 시각으로 흐를 경우, 진짜 공감의 대상을 놓칠 수도 있다. 경찰 역시 우리와 같은 시민이며, 우리를 보호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들이 지닌 책임, 그리고 그 책임이 만들어내는 판단의 무게 또한 함께 이해돼야 한다.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힘의 사용조차 폭력으로만 간주한다면, 우리는 위기의 순간에 사회를 지킬 최소한의 장치마저 무력화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윤재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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