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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현장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K-나눔’

Los Angeles

2025.07.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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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학 / 굿네이버스 USA 본부장

김재학 / 굿네이버스 USA 본부장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는 경제 양극화, 청년 세대의 고립, 고령화, 기후위기 등 복합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정책과 더불어 외교와 국제협력의 방향도 함께 혁신돼야 한다. 단순히 선진국의 기준을 좇는 것을 넘어, 한국만의 지속 가능한 가치 외교가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K-나눔’이라 불리는 새로운 개발협력 전략이 자리할 수 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세계의 원조를 받던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를 돕는 나라로 변화했다. 한국은 1945년 광복 직후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 유엔, 일본, 유럽 등 국제사회로부터 약 130억 달러 이상에 달하는 원조를 받으며 재건과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정회원국이 된 이후, 이제는 반대로 제3세계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공여국으로서 위상을 다지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실적은 약 31.3억 달러(약 4.1조 원)로, 전년 대비 11.4% 증가하며 G20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원조 규모를 확대하는 국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24년 ODA 예산은 6.26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전년 대비 31.1% 늘어난 수치다. 대표적인 실행기관인 KOICA(한국국제협력단) 는 70여 개국에서 보건, 교육, 디지털 개발, 여성 인권 증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으며, 굿네이버스와 같은 시민사회 파트너는 50여 개국 이상에서 NGO 기반의 민간 나눔 외교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굿네이버스와 KOICA가 르완다에서 함께 수행한 농업협동조합 지원사업은 개발협력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는다. 인다트와 협동조합 1400여 명을 중심으로 농업 생산성과 소득을 2~3배 증가시키고, 관개시설·수확물 보관창고·유통 인프라까지 구축한 이 사업은 지속가능성과 자립역량을 강조하는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히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현지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지금이야말로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성공 사례들을 기반으로, 한국형 개발협력의 정체성과 원칙을 재정립할 때다.
 
더불어, 변화하는 미국의 대외 원조 정책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2025년 2월부터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미국의 해외 원조 예산 삭감과 국익 중심의 개발협력 회귀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트럼프 정부 시기인 2017~2020년 사이, USAID의 ODA 예산은 평균 20% 가까이 삭감되었으며, 보건과 교육 부문보다는 군사와 전략 안보 중심의 지원이 강화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 시민사회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틈새 외교’와 시민사회 협력 강화를 통해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단순히 미국의 정책에 종속되기보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독립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대북 지원에 있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정치적 갈등과 별개로, 북한 주민의 생존권과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의 식량, 보건, 아동 관련 지원은 재개되어야 한다. 특히 WFP(세계식량계획), 유니세프, 굿네이버스 등 국제 NGO 및 다자기구와 협력한 ‘비정치적 지원 모델’을 활성화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제는 외교와 개발협력의 전략을 ‘국익’이라는 단어 하나로 축소시키지 않고, 대한민국이 받은 도움을 세계에 돌려주는 ‘책임 있는 연대국가’로 거듭나야 할 때다.  
 
그것이 바로 K-나눔이며, 정의와 연대를 실현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외교 정체성이자 시대적 사명이다.

김재학 / 굿네이버스 USA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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