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될까 두려워 집안에서 숨어 지내며 일상 활동은 대면 대신 온라인으로 대체 추적 우려로 휴대전화 끊고 호출기 사용
병원·학교·교회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예배 참석 신도 줄고, 법원 출두도 기피 진료 취소 급증…택배 식료품으로 연명
이스트 LA의 오순절 교회에서 카를로스 린콘 목사와 그의 아내 암파로가 신도들이 예배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자 라이브 스트리밍 예배를 드리고 있다. [제이슨 아몬드 / LA타임스]
백혈병을 앓고 있는 과테말라 출신 불법체류 남성은 병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항암 치료를 미뤘다.
멕시코 출신 할머니는 언제 추방될지 몰라 대부분의 소지품을 상자에 담아 정리했다.
이스트 LA의 한 오순절 교회는 대면 예배 참석 인원의 절반 가까이를 잃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이민 단속을 강화하면서,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전역의 이민자들은 일상생활을 멈추고 사실상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자녀 등교, 장보기, 운전 등 일상이었던 행동들이 체포와 추방의 위협으로 인해 버거운 일이 됐다.
이스트 LA 오순절 교회에서는 ICE 단속을 피해 대면 참석 대신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제이슨 아몬드 / LA타임스]
일부 이민자들은 대면 활동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사회와의 접촉을 끊고 자택에 머물고 있다. UCLA 노동센터의 프로젝트 디렉터인 빅터 나로 교수는 “이것은 헌법상 권리와 적법절차를 중단시킨 인종 프로파일링”이라며 “많은 가족들이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스트 LA의 오순절 교회를 이끄는 카를로스 린콘 목사에 따르면, 매주 약 400명의 신도들이 예배에 참석했지만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신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실시간 스트리밍 조회 수는 늘었고, 일부 기도 모임은 온라인 줌(Zoom)으로 전환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부터 병원, 학교, 교회 등 과거 ‘민감 지역’으로 간주돼 단속이 제한됐던 장소에서 체포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린콘 목사의 교회에서는 젊은 백혈병 환자 한 명이 과테말라로 추방될 것을 우려해 항암 치료를 미뤘다. 이후 치료를 재개하기로 결정했으며, 교회 지도자들이 병원에서 교대로 함께 머물기로 했다.
조경업자를 위한 자원 프로그램과 어린이 음악 수업은 참석자들의 두려움으로 중단됐다. 음악 수업은 최근 소규모로 재개됐다.
린콘 목사는 이민 단속 요원이 교회 인근에서 목격됐다는 이웃의 말을 듣고, 신도들에게 대면 예배 참석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약 5마일 떨어진 루르드 성당의 리카르도 곤살레스 신부도 참석 인원이 3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 역시 영주권자로, 단속 요원이 교회에 나타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제가 체포되면 이 나라에서 쫓겨나게 되는 걸까요? 누가 저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법원에 출두한 이민자들이 체포되자, USC, UCLA, UC어바인, UC샌프란시스코 로스쿨의 자원봉사자들은 청문회를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무료 핫라인(888-462-5211)을 개설했다. 이 서비스는 USC 정치학과 교수 올루 오렌지가 주도한 프로젝트이다. 개통 이후 4000건 가까운 전화가 접수됐고, 300명 이상이 온라인 청문회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다.
오렌지 교수는 금요일 한 통화에서 “SNS에서 번호를 보고 전화한 12세 정도의 소녀가 ‘부모님이 체포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며, 로스앤젤레스 인도주의 이민 권리연합(CHIRLA)의 연락처를 안내해줬다고 전했다.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의 TODEC 법률센터 루스 가예고스 소장은 팬데믹을 통해 일부 고령자와 농촌 주민들이 디지털 기술을 익히면서 지금의 상황에 적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줌 사용법을 익히고, 와이파이(Wi-Fi)도 갖추게 된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접속조차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다. 가예고스 소장에 따르면, TODEC에 도움을 요청한 많은 이들이 이민 단속 요원의 추적을 우려해 통신사를 바꾸거나 휴대폰 대신 호출기를 사용하고 있다.
TODEC이 지원하는 서류미비 여성 도냐 첼라(66)는 수개월 전 고향 멕시코 미초아칸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지만, 현지 마약 카르텔 조직의 위협으로 귀국을 포기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남편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세 명의 미국 태생 딸들과 가까운 국경도시로 옮기는 것도 고려했지만, 남편의 상태 악화로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첼라는 여전히 짐을 상자에 담아둔 채 생활하고 있다. 외출은 응급 상황에 한정하고, 식료품은 딸들이 가져다준다. 더 이상 교회에도 가지 않고, 이웃 모임에 쓰던 타말레도 만들지 않는다. 밤에는 단속 요원이 문을 두드릴까 불안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제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쫓겨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요.”
그의 유일한 위안은 망고, 선인장, 라임, 허브를 기르는 정원이다. 가예고스 소장은 첼라와 같은 사례를 보며 로스 티그레스 델 노르테의 노래 La Jaula de Oro(황금 감옥)을 떠올린다고 했다. “우리 커뮤니티는 황금 감옥에 갇혀 있어요. 미국이 이민자 노동력이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기 전에 깨닫길 바랍니다.”
LA 카운티 최대 비영리 진료기관 중 하나인 세인트 존스 커뮤니티 헬스는 이민 단속의 영향으로 전체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예약을 취소하거나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단지 ICE 체포에 대한 두려움으로 진료를 포기한 환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병원은 소규모 방문진료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곧 팀을 확충해 방문 횟수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OC 긴급대응네트워크는 벤모(Venmo)를 통해 모금해 거리 노점상 14명에게 귀가할 수 있는 교통비를 지원했다. 앨리 캣 딜리버리즈(Alley Cat Deliverie)를 운영하는 롭 스미스는 식료품 배달 요청이 약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어느 한 여성은 “친구를 대신해 문의한다”며, 코스트코에 들를 때 ICE 요원이 있었는지 물었다고 한다.
월드 하비스트 푸드 뱅크 대표 글렌 쿠라도는 평일 평균 방문 가구 수가 150가구에서 100가구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 푸드뱅크는 ‘카트 위드 하트(Cart With a Heart)’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50달러 기부로 두 가구에 일주일치 식료품을 제공하고 자택까지 배달해준다.
쿠라도 대표는 “마치 전쟁터 같다. ‘당신은 숨어 있어요. 내가 나가서 가져올게요’ 하는 심정이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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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LA타임스 6월27일자 “Immigrants go dark or online”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