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디지털 서비스세를 서둘러 도입했다가 결국 철회하며 전략적 실책을 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결과적으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협상력을 떨어뜨렸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서비스세는 구글, 아마존 같은 글로벌 IT 기업이 캐나다에서 올린 온라인 광고•플랫폼 매출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마이클 가이스트 오타와대 법학 교수는 캐나다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디지털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기에 시행하겠다고 발표해 스스로 입지를 좁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세 시행 시점을 최소 한 달만 유예했어도 미국과 보다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낼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이 세금은 5년 동안 약 72억 달러의 세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디지털세 추진으로 미국이 즉각 모든 무역 협상을 중단했고, 이후 협상이 재개됐으나 캐나다는 단순히 협상 테이블 복귀 이상의 이득을 얻지 못했다.
가이스트 교수는 만약 해당 세금이 실제 시행됐다면 아마존, 메타, 구글, 에어비앤비, 우버 등 주요 IT 기업들이 비용을 전가하며 결국 캐나다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부담하게 됐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구글은 이미 광고주들에게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하며 대비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캐나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하는 다자간 과세 체계 구축 계획에서 사실상 이탈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다수 국가가 디지털세 신규 도입을 자제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캐나다만 독자적으로 과세 방침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가이스트 교수는 캐나다 정부가 잠재적 세수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다자 합의의 원칙과 미국의 강력한 반발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캐나다 시장이 글로벌 IT 기업에 충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보여주었다며, 정부가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술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켄나 전 주미 캐나다 대사는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과 비교하며 “당시에는 캐나다의 정치적 입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의 언어 자체가 자극적이고 감정적”이라며 현재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디지털세 자체가 글로벌 차원에서 IT 대기업에 과세의 형평성을 꾀하려는 시도였지만, 미국과 캐나다 양측 모두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침착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