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중심으로 불균형하게 지수 상승 과도한 낙관 만연 암호화폐·비상장 주식·수집품·부동산 등 대체자산 투자 많아 주택·고용 시장 둔화세…예술분야도 투기에서 신중론 급변 방어적 포트폴리오 구성과 내실 있는 리스크 관리 필요
2025년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은 표면적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주가지수와 강한 리스크 선호로 활황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자산별 상승의 비대칭성과 실물경제의 약화 조짐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주식, 신용, 대체자산, 실물 및 문화 경제 전반에 걸친 데이터와 시장 심리를 종합 분석하고 투자 환경의 구조적 변화와 잠재 리스크를 조망해본다.
▶주식시장과 시장 심리
국내 주식시장은 S&P 500과 나스닥 종합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주요 지수들의 흐름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밸류 라인 지수, 러셀 2000, S&P 미드캡 400 등은 고점을 넘지 못했다. 다우 운송지수와 다우 유틸리티 지수 역시 고점에서 멀어진 상태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대형주 랠리로 인해 시장의 상승은 일부 종목에만 편중된 상태다.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고점’은 역사적으로 시장 반전의 전조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장 심리는 극단적 낙관에 치우쳐 있다. ‘하락 시 매수(Buy the Dip)’ 전략이 일종의 교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주식과 옵션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2024년 2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하며 시장 내 공포심리가 사실상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두배 레버리지 ETF의 운용자산은 전년 대비 두 배, 2023년 중반 대비 10배 증가해 투기적 거래가 많이 늘어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콜옵션을 매수하고 하락 시 풋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이 퍼지고 있으며, 이는 극단적인 위험 선호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열 징후들
ETF 시장의 과열도 주목할 만하다. 2025년 상반기에만 361개의 ETF가 새로 출시되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38% 증가한 수치다. 이 중 92%는 액티브 ETF이고, 약 33%는 파생상품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일부 ETF는 S&P 500보다 4배 이상 높은 변동성을 기록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 관련 두배 레버리지 ETF는 S&P 500보다 30배나 더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
IPO 시장 역시 극도의 투기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동안 최소 3개의 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대표적으로 뉴스맥스의 IPO가 첫날 735% 급등한 바 있다. SPAC 시장도 다시 활황을 보인다.
2025년 들어 새로 상장된 SPAC 수는 2023년과 2024년을 합친 것보다 많다. 심지어 과거 실패한 SPAC 운영자들까지 다시 시장에 돌아오고 있는 상황으로 시장의 위험 감수 성향이 극도로 둔감해졌음을 시사한다고 할 것이다.
▶다양한 위험추구 현상
리스크 선호 경향이 두드러진 분야로 우선 자산배분 흐름을 들 수 있다. 기존의 60/40 포트폴리오 전략이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으로 인식되면서 밀레니얼 및 Z세대 투자자들은 IPO 전 주식, 암호 화폐, 부동산, 수집품(collectibles) 등 전통적이지 않은 자산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블랙스톤이나 아폴로 등 대형 사모 펀드사들은 최소 투자금액을 5000달러 수준으로 낮춘 상품을 출시하며 소매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블랙록은 자사에서 제공하는 401(k) 퇴직연금 솔루션에 비상장 자산을 포함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유동성이 낮고 복잡한 대체자산이 점점 더 일반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크레딧 시장에서도 극심한 위험 추구 현상이 관찰된다. 유럽의 정크본드 발행액은 6월 한 달 동안 225억 유로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CCC 등급의 초 저신용 채권들조차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국내 정크본드 스프레드는 1월에 5.13%였으나 4월에는 8.5%까지 확대되었고, 6월 말에는 6.66% 수준을 보여줬다.
장기적인 사이클상으로는 2026년 가을까지 스프레드가 지속해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기타 경기 흐름
주택시장은 둔화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고, 5월 신규 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13.7% 급감했다. 주택 건설업체의 35%는 6월 중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플로리다의 케이프 코랄 지역은 국내에서 가장 약세를 보인다. 이 지역 주택가격은 2022년 고점 대비 15.8% 하락했다. RV(레저용 차량) 산업도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2024년에는 판매가 44.4% 감소했고, 2025년에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고용시장도 약화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 졸업생들의 구직 성공률은 낮고 청소년(16~19세) 실업률은 1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DP에 따르면 6월 민간부문 고용은 3만3000명 감소해 2년 만에 처음으로 순감소를 기록했다.
여름철 청소년 아르바이트 시장은 2010년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평가된다. 문화·예술 시장에서도 경기 순환의 정점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종합 예술지수는 2023년 8월 고점 대비 29.5% 하락했고, 중저가 작품의 경매 매출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투자자의 이탈과 함께 예술 시장의 분위기가 투기에서 회의로 급변했음을 보여준다.
주식시장과 크레딧시장, 부동산, 예술시장에 이르기까지 시장 전반에 걸쳐 극단적 낙관, 위험감수 확대, 투기적 버블의 징후가 병존하고 있다. 이면에서는 경제 실물지표가 악화하고 있으며 소비·고용·부동산 등의 실물 경기는 둔화하고 있다. 겉으로는 강한 랠리를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구조적 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시장은 기술주 중심의 협소한 랠리와 과도한 레버리지, 극단적 낙관 심리가 주도하는 구간이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환경은 조정이나 전환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은 공격적 포지셔닝보다는 리스크 관리 중심의 자산배분, 레버리지 및 고변동성 상품 회피, 실물경제 연계 자산 재평가 및 재배치 등이 중요한 시점이다. 유행을 좇기보다는 냉정하게 포지션을 재조정하고 다음 사이클에 대비해 방어적이고 내실 있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