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 필요하다 / UCLA-베조스 펠로십 기획 (3) 공원 수수료 걷고도 조성은 제자리 박물관 부지 전통공원 전환도 검토 “한인 커뮤니티가 다 함께 나설 때”
지난해 7월 LA시 공원관리국은 총 24만 달러 예산을 들여 서울국제공원에 인조잔디 재설치 작업과 산책로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김상진 기자
LA 한인타운의 녹지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커뮤니티와 정치권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학교 부지 활용, 방치된 공공부지 재정비, 투명한 공원 수수료 사용 등 실질적인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빌 로빈슨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 의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인타운은 LA에서 녹지 공간이 가장 부족한 지역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지만, 아파트 유닛당 부과되는 공원 수수료(park fee)가 녹지 공간 확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해당 자금이 실제로 공원 확장에 쓰였는지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빈슨 의장은 녹지 공간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학교 부지 활용을 제안했다.
그는 한인타운 내 많은 학교들이 넓은 부지를 보유하고도 학생 수는 줄고 있다며, 이는 LA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시정부가 LA통합교육구(LAUSD)와 협력하거나 일부 부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전환한다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학교 부지를 공원과 연계할 경우, 지역 내 부족한 녹지 면적을 효과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다른 방안으로 버몬트 애비뉴와 6가에 위치한 한미박물관 예정 부지의 활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해당 부지는 LA시가 제공했지만 수년째 박물관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본 커뮤니티의 ‘재팬 가든’, 중국 커뮤니티의 ‘차이니즈 가든’처럼 한인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반영한 전통문화 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사업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예산 지원을 받을 여지도 있다”며 실현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원 수만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토질 개선과 환경 정비를 통한 지속 가능한 조성 방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원 조성과 동시에 토양 오염 여부를 점검하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생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인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 장기적인 녹지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로빈슨 의장은 주민의회 차원에서 LA한인회 등 주요 한인 단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도 제시했다. 또한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헤더 허트(10지구) LA시의원과 긴밀히 협의 중이며, 관련 방안이 LA시정부와 시의회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허트 시의원은 지난해 9월 서울국제공원 확장안을 발의한 뒤, 꾸준히 녹지 공간 확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안은 샌마리노 스트리트와 노먼디 애비뉴 사이의 아이롤로 스트리트, 그리고 올림픽 불러바드와 아이롤로 스트리트 사이의 노먼디 애비뉴 구간을 영구 폐쇄하고, 해당 구역을 공원으로 재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허트 시의원은 “서울국제공원은 수천 명이 찾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확장을 통해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현대적인 녹지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녹지 확장과 함께 소상공인 지원, 치안 강화, 쓰레기 문제 해결 등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국제공원 확장안은 존 이(12지구) 시의원도 공개 지지하고 있다. 그는 “한인타운은 LA에서 가장 역사적인 지역 중 하나이며, 주민들이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허트 시의원의 커뮤니티 중심 접근 방식을 높이 평가하며, 이번 계획이 반드시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