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한 인사의 평이다. 그는 지난 6월부터 LA 등 남가주 전역에서 계속된 연방 이민당국의 무차별 불법체류자(서류미비자) 단속에 우려를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초 공약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세관국경보호국(CBP), 국경수비대(BP)가 남가주 곳곳에서 불법체류 주민을 잡아가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무엇보다 남가주 경제상황 타격을 걱정했다.
그는 “중남미에서 건너온 불법체류 주민 대부분은 저임금을 받고도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들 덕분에 한인사회와 남가주 경제도 돌아간다”면서 “이런 그들을 다 잡아가면 누가 그 일을 대신하나. 트럼프가 중시하는 백인 노동자들의 ‘우리 일자리를 뺏는다’는 말도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인 우월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다인종·다문화 민주주의 사회를 일궈온 미국의 힘을 믿는 이들이 더 많았다. 지난 대선에서 백인이 아닌 유권자 상당수도 ‘안전하고 위대한’ 미국을 바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표를 줬다.
지난 2월 본지가 한인 1032명(시민권자 74%)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8%가 ‘ICE의 불법체류 주민 체포 및 추방 조치’에 찬성했다. 단, 단속대상을 범죄 전력이 있는 불법체류 주민으로 한정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조한 ‘중범죄자 전력’ 불법체류자 단속 방침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행정부 정책의 명확성과 일관성을 신뢰해서다.
법과 질서를 강화하고, 범죄율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범죄자 전력 불법체류자 체포와 추방을 지지하는 여론은 높다. 하지만 최근 남가주에서 벌어진 이민당국의 묻지마식 단속작전은 고개를 갸웃하게 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이민당국은 도심 거리, 농장, 세차장, 병원, 학교, 공원 등 곳곳에서 대규모 체포작전을 단행했다. 현장 주민이 연방 요원들의 막무가내 단속 행태를 참다못해 반발하는 영상은 ‘인권’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이민당국이 최근 LA 한인타운 인근 맥아더공원에서 장갑차까지 동원해 보여주기식 작전을 연출한 장면은 이민자 공동체 사회를 주눅이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UC버클리 로스쿨 추방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10일까지 남가주에서 체포된 불법체류 주민 722명 가운데 69%는 전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자 체포와 추방 정책이 공약과 다르다는 증거다. 궁색해진 크리스티 놈 DHS 장관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온 행위 자체도 범죄”라고 합리화했다.
LA카운티는 전체 인구의 약 30%가 이민자다. 불법체류 여부를 떠나 아메리칸드림을 꿈꿔온 이민자 공동체라는 정체성이 강하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묻지마식 불법체류자 단속작전은 지역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반이민정책 적용대상을 이민자 전반으로 확대했다. 이민서비스국(USCIS)과 법무부는 합법비자 소지자, 영주권자, 귀화 시민권자까지 추방 대상으로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민 권익단체가 우려한 ‘시작은 불법체류 단속, 최종 목표는 소수계 이민자 배제’라는 주장이 현실이 될까 두렵다.
소수계 이민자 커뮤니티는 불체자 단속이 시작된 올초부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백인 아니면 이방인으로 취급했던 미국의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