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케이드·푸드스탬프는 대폭 삭감 1년새 고갈 시점 1년 당겨진 소셜연금 1.5조불 보조 기금 설립 등 제안 나와
메디케이드.푸드스탬프 삭감과 최대 6000달러 추가 공제가 포함된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법제화하면서 사실상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을 통과한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서명하면서 사회보장제도 개혁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법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소셜연금 과세 폐지는 담겨 있지 않다. 하지만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여러 변화가 입법화됐다. 우선 65세 이상에게 기존 표준공제 외에 추가로 연간 6000달러의 소득세를 공제한다.
메디케이드와 푸드스탬프(SNAP) 대폭 삭감은 노령층 복지에서 가장 큰 변화다. 의회예산국(CBO)은 1조 달러에 가까운 메디케이드 삭감과 불법체류자 수혜 중단, 근로 요건 강화로 2034년까지 약 1180만 명이 의료보험을 잃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SNAP 수혜자는 약 300만 명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법안은 메디케이드와 SNAP 예산을 크게 줄여 소셜연금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조정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 관련 조항을 포함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추가 공제가 연소득 7만5000달러(부부 15만 달러) 이하인 65세 이상에게만 적용되고 2028년까지 4년간 한시적인 정책에 그쳤다.
그럼에도 사회보장국은 "새 예산법은 대부분의 수급자에게 사회보장 혜택에 대한 연방 세금을 폐지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며, 전체 수급자의 90% 가까이가 더 이상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라는 내용의 이메일과 보도자료를 보냈다. 사실과 다르다는 항의에 며칠 뒤 사회보장국은 보도자료를 정정했지만 소셜연금 제도 변화 기류는 분명하다.
이번 법은 소셜연금을 큰 틀에서 바꾸지 못했지만 기저의 개혁 압박은 드러냈다. 메디케이드를 크게 삭감해 사회보장제도의 장기적인 건전성과 국가재정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 자체를 전문가들은 소셜연금 개혁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6일 사회보장이사회가 발표한 연례보고서도 개혁을 압박하고 있다. 보고서는 사회보장제도 신탁기금이 2034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고갈 시점은 2035년이었다. 1년 사이에 1년이 앞당겨졌다. 올해 보고서에서 특기할 점은 노령.유족보험 신탁기금(OASI)과 메디케어 병원보험 기금이 모두 2033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는 별다른 대책이 없을 경우 10년 이내에 연금 수령액이 최대 23% 삭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금 고갈 시점이 당겨지면서 전문가와 정치권은 보다 현실적인 대안 제시에 나섰다.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미 사회보장 확대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급여세를 부과하고 자본이득에도 사회보장세를 부과해 기금을 충당하는 방안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뒤인 지난 9일에는 공화당의 빌 캐시디와 민주당의 팀 케인 연방상원의원이 새로운 재정 보완책을 제시하는 기고문을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했다.
두 의원은 노령.유족보험 신탁기금이 2033년에 고갈되는 점을 고려해 주식과 채권 등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보조 투자 기금' 설립을 제안했다. 초기 자금 1조5000억 달러를 따로 운용해 장기적으로 사회보장제도의 재정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초기 자금은 재무부가 75년간 부담하고 이후 해당 기금을 재무부로 상환하면 사회보장 급여의 보조 재원이 된다.
이들은 모범 사례로 2001년 의회가 설립한 국가철도퇴직투자신탁(NRRI)을 제시했다. NRRI는 예상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20년 넘게 철도 근로자의 퇴직 급여 지급에 기여한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두 의원은 "우리의 제안은 공공과 민간의 연금 시스템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과 일치하며 대부분 국가들이 국민 연금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방식과도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재정 보완을 꾀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평가되고 있어 초당적 합의 가능성도 있다. 1.5조 달러 규모의 초기 투자 비용과 수익률 변동성 우려가 앞으로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급 연령 상향과 과세 확대, 소득별 차등 지급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해결책이다. 세계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부유층의 수령액 축소와 급여세 상한선 상향, 이민 확대로 기금 보완 등 양당 합의로 개혁에 착수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는 불공정 문제에 초점을 맞춘 포괄적인 구상으로 유명하다. 갤러웨이 교수는 소득을 중심으로 수혜자격을 심사해 고소득층의 연금 수령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인도 고소득이라고 밝힌 갤러웨이 교수는 고소득층은 은퇴 후에 사회보장 연금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와 함께 소셜연금 이외의 소득이 연 15만 달러 이상인 경우 사회보장 수령 자격을 단계적으로 없애기만 해도 10년간 6000억~70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그는 "진짜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는 계속 지원하되 고소득층이 사치성 여행에 사회보장 연금을 쓰는 구조는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갤러웨이 교수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이 많은 이들에게는 세제 혜택이 있지만, 젊은층과 저소득층은 임금소득에 의존하는 구조가 소셜연금에도 영향을 주는 시점이 됐다고 본다. 그는 장기자본이득 우대세율과 모기지 이자 공제를 폐지하고 투자소득을 일반 소득과 동일하게 과세하면 연간 1170억 달러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