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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정전 72주년,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Los Angeles

2025.07.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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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6.25참전동우회

이재학 6.25참전동우회

한국의 시인 모윤숙 여사가 6.25전쟁 때 피란 길에서 죽은 군인의 시체를 보고 읊은 한편의 서정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구구절절 가슴을 울린다.
 
‘외딴 골짜기에 / 죽어 넘어진 국군을 본다 / (중략) /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 (중략) /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 나는 듣노라! 그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그 치열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총성이 멈췄다. 3년 1개월 동안 한반도를 폐허로 만든 동족상잔의 전쟁이 정전이라는 이름 아래 잠시 숨을 고르게 되었고 그날 이후 우리는 전쟁의 끝이 아닌, 전쟁의 ‘멈춤’ 속에서 숨차게 살아오고 있다. 오늘도 우리는 다시 되새겨야 할 그날의 끝나지 않은 전쟁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72년 전, 전선의 돌산이 포탄에 산산 조각나고 푸른 강물이 뻘건 핏물이 되어 한반도를 가로지르며 울려퍼지던 전쟁의 굉음은 조용한 휴전의 숨결로 퍼졌다. 그리고 이 땅을 지키겠다는 하나의 염원으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숱한 영웅들이 나라의 수호신이 돼 조국의 하늘로 산화했다. 가족을 뒤로한 채 전장을 향했던 젊은 병사들, 폐허 속에서도 삶을 일구려 했던 수많은 이들의 고통과 희생 위에 휴전, 또는 정전이라 부르며 평화의 숨고르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세월은 피 흘린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의 자리에 다시금 그들을 초대했으나 총성 없는 냉전은 길어만 갔다. 그 속에서 우리는 폐허에서 번영으로, 상처에서 희망으로 72년간의 시간은 우리에게 전쟁이 남긴 고통을 이겨내는 힘과 평화를 향한 끈질긴 의지를 심어 주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은 선택받은 평화의 수혜자가 아니라 지켜내야 할 책임을 가진 주체로 굳건히 섰다.
 
정전(停戰)은 종전(終戰)이 아니다. 한반도는 여전히 세계 유일의 분단된 상태에서 철책선을 사이에 둔 채 국군과 인민군이 총구를 겨누고 긴장과 불신, 이념의 대립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전쟁을 막아낸 군사력의 힘’이며, 동시에 ‘완전한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한 자각이요 노력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일상은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 번영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피와 헌신, 그리고 멈춘 총성이 진정한 끝이 되기 위해서는 월등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하는 선진 국력이 필요하다. 이는 바로 도발과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비무장지대(DMZ) 너머엔 수많은 병력과 무기가 대치하고 있다. 분단의 선은 지리적 경계를 넘어 마음의 경계로도 이어졌고 그 경계는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여전히 우리 사회 깊숙한 곳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평화를 위해 만에 하나 전쟁에 대비해야 하고, 훈련해야 하며 무엇보다 ‘평화는 절대로 절로 오지 않는다’는 진실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지금도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무력 충돌의 위험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긴장 속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무명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전쟁의 악몽을 평화의 소망으로 지켜내야 한다. 전선에 멈춘 총성의  그 고요함은 오직 우리가 깨어 있을 때에만 지켜질 수 있다는 진리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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