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여름, 에어컨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폭염으로 인해 밤에도 잠을 잘 수 없어 사람들이 부채질하며 거리에 모여 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반면 겨울에는 한파에도 불면증으로 밖에 나오는 일은 드물다. 이는 더울 때보다 약간 추울 때 잠이 더 잘 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신생아나 영아를 재울 때도 방 온도를 조금 낮게 해 주면 잠이 잘 든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에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캠핑을 예로 들면, 해가 져도 바로 졸음이 오지 않는다. 멜라토닌 분비는 증가하지만, 실제 졸음은 온도가 떨어져 서늘해질 때 찾아온다. 이는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몸속 온도를 낮춰 피부 온도와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깨어 있을 때는 체온이 피부보다 약 2도 높지만, 잠들 때는 0.3도 정도 낮아져 차이가 2도 이하로 줄어들며, 밤이 깊어지면서 최저점을 찍고 새벽에 다시 올라온다.
하버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숙면에 가장 적합한 실내 온도는 섭씨 20~25도(화씨 68~77도)였다. 반면 섭씨 25~30도(화씨 77~86도)가 될 때는 수면의 질이 5~10%씩 줄었다고 밝혔다.
효과적으로 몸속 온도를 낮추려면 목욕 후 체온을 증발로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15분 이상 목욕하면 체온이 일시적으로 0.5도 상승하지만, 이후 평소보다 더 많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어, 잠들기 약 90분 전에 15분간 목욕한 뒤 40분 정도 지나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이상적이다. 단, 목욕 시간이 15분 미만이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그럴 경우엔 샤워만 하는 편이 낫다.
텍사스대 오스틴 연구팀은 5,322건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잠들기 1~2시간 전에 섭씨 40~43도(화씨 104~109도) 물로 목욕하면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고 수면 질이 향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목욕물 온도를 40도로 유지하면 총 수면 시간, 수면 효율, 주관적 수면 질 등이 개선되고, 잠드는 시간이 평균 10분 정도 단축된다.
목욕 외에도 족욕은 좋은 대안이다. 38~42도(화씨 100~107도)의 따뜻한 물에 20분 정도 발을 담그면 혈액순환이 촉진되어 체온 발산을 돕고, 아로마 오일을 사용하면 심신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수면 중 발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양말을 신은 채 잠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실내 온도 관리도 중요하다. 직장과 집에서 에어컨과 히터로 실내 온도를 항상 22~23도(화씨 72~73도)로 맞추면 체온 변화가 없어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취침 전 체온을 잠시 올리고, 잠잘 때는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수면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불면증에 좋은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따뜻한 우유, 바나나, 체리, 호두, 캐모마일차 등이 있다. 따뜻한 우유에는 트립토판과 칼슘이 풍부해 수면 유도에 효과적이며, 바나나는 마그네슘과 칼륨이 풍부해 근육 이완과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준다. 체리와 호두는 멜라토닌이 함유되어 있어 생체 리듬 조절에 유익하고, 캐모마일차는 신경을 안정시키고 불안을 완화해 편안한 수면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