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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쥐가 가장 많은 도시

Chicago

2025.07.1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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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

박춘호

시카고가 갖고 있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 중 하나는 전국에서 가장 쥐가 들끓고 있는 도시라는 점이다. 이는 방역 전문 업체가 전국적으로 실시한 조사를 통해 매년 발표되고 있는데 그만큼 시카고가 위생적으로 낙후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도시의 고유한 특성도 자리잡고 있다.  
 
일단 전국에서 가장 쥐가 많은 도시로 선정되었다는 조사를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조사는 방역 전문 업체인 오킨스사가 도시별 쥐 방역 의뢰 건수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오킨스사는 지난 10년간 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 매년 시카고가 가장 많은 방역 의뢰 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쥐가 주거 환경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쥐가 박테리아를 지니고 있어 렙토스파라증(leptospirosis)과 같은 질병을 퍼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질병은 감기와 같은 증상을 나타내고 장기 손상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대할 수는 없다.  
 
쥐는 또 정신 건강에도 이롭지 못하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일 쥐를 본 사람들의 경우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다섯 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카고는 왜 이렇게 쥐가 많은 걸까? 전체 거주 인구 수로 따지면 뉴욕이나 L.A.에 더 많은 쥐가 서식해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에 대한 원인은 시카고의 다양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시 전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뒷골목(alleys)을 꼽는다. 시카고의 전형적인 주택가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뒷골목은 쥐들에 최적의 서식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쥐들이 사람과 차량 운행이 빈번한 집 앞 길 대신 뒷골목에 쉽게 숨을 수 있고 새끼를 낳고 기를 수 있으며 골목마다 놓은 쓰레기통에서 먹이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 서버브로만 나와도 시내와 같은 네트워크식으로 짜여진 뒷골목이 없어 쥐들의 서식 환경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3대 대도시로 많은 주민들이 밀집해 거주하고 있는 환경 역시 쥐들이 번식하기 좋은 편이다. 특히 쓰레기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쥐들이 쓰레기통 근처에서 자리를 잡고 살기에 용이하다. 쓰레기 봉투를 제대로 묶지 않고 남은 음식물이 쓰레기통 밖으로 나오게 되면 쥐들에는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건축적인 특징도 시카고에 많은 쥐들이 서식하기 용이한 환경을 제공한다. 현대 건축의 도시인 시카고는 다른 주요 도시에 비해서도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1871년 시카고 대화재 이후 시카고의 주요 건축물들이 들어섰는데 이 건물들은 지금까지 유지되면서 많은 틈새를 보이면서 쥐들이 이동하는 루트로 활용된다. 또 나무로 된 포치와 상하수도관 사이의 벌어진 틈으로 인해 쥐들이 쉽게 주택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아울러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기존에 서식하던 쥐들이 다른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로 이동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시카고에 서식하는 쥐의 종류 역시 번식에 능해 개체수 확장이 쉽다. 노르웨이 쥐가 대표적인 시카고 서식종인데 이 쥐는 일년에 10마리 이상의 새끼를 친다. 이로 인해 쥐의 개체수를 컨트롤 하는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  
 
시카고의 날씨 역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쥐들은 고온다습한 여름이나 혹독한 추위에도 건물 내부로 피하려는 습성을 보이기 때문에 인간들과 마주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시카고에 다른 도시보다 많은 쥐가 서식하고 있으며 사람들 눈에 자주 띄여 방역 건수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최근에는 다양한 시도들이 선보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새끼를 낳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기존 쥐 퇴치에는 쥐약을 뿌려 개체수를 줄이는 방안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새끼를 치지 못하게 하는 약물이 도입되기도 했다. 특정 약물을 들어간 작은 소시지 모양의 미끼를 쥐들이 지나가는 경로에 둬 이를 먹게 만들면 이 약물로 인해 쥐들은 약 6개월간 새끼를 치지 못하게 된다. 이런 방식은 기존의 쥐약에 비해 환경적으로도 안정적이다. 일반 쥐약의 경우 다른 조류나 동물들이 먹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생태계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시카고 시내에서 발견된 모든 래쿤과 스컹크의 체내에서 쥐약 성분이 발견될 정도로 쥐가 아닌 다른 동물이 쥐약을 먹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노력이 얼마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새 시카고 시청 민원 전화 311을 통해 접수된 쥐 방역 민원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 시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접수된 쥐 방역 민원 건수는 6만5897건이었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22년 5만201건, 2023년 4만8647건, 2024년 4만5732건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로 정확한 쥐 개체수 확인은 어렵지만 그만큼 쥐의 서식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시카고 주민들이 줄어들고 있음은 추정할 수 있다.  
 
쥐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된 곳은 웨스트 타운으로 2019년부터 5년간 총 1만6180건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한인 밀집지역인 알바니파크와 포레스트 글렌, 노스 파크 지역은 1천건에서 4천건 사이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다. 시카고 시청 역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8000만달러 이상을 쥐 방역 프로그램에 투자하며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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