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흥미로운 샘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자료를 읽다가 호기심이 생겼는데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과학 용어가 많이 등장해 이해에 어려움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샘플은 지구의 생성을 포함한 우주의 탄생과 관련한 비밀을 담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간단하게 생명의 근원을 밝히는 연구쯤으로 생각하면 쉽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소행성 베누(Bennu)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이 소행성은 지구 근접 소행성(Near-Earth Asteroid, NEA)이라고 부른다. 지구 가까이서 움직이고 있는 소규모 행성이라는 의미다. 지구에서 가깝다고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29만9000km, 186만마일 떨어져 있는 행성이다. 이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 거리인 38만4400km보다는 가깝다. 그러니까 지구와 달 사이 거리보다 가까운 거리를 움직이는 소행성이 베뉴인 셈이다. 자전도 하는 이 행성은 그리고 미래에는 이보다 더 가까운 거리로 지구와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예상이다. 2060년에는 74만km, 2135년에는 20만km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다. 지금보다 약 110년 후에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 약 중간거리까지 소행성이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로 인해 혹시 지구와 충돌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구와 베뉴의 충돌은 가능하긴 하지만 확률적으로는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 가능성은 약 2,700분의 1로 0.037%정도로 희박하다는 점이 계산으로 나왔다. 이 지구와 가까운 소행성에 NASA가 탐사선을 보낸 것이 지난 2016년 9월 8일이다. 그리고 약 2년 2개월 후인 2018년 12월 탐사선이 베뉴에 도착했다. 탐사선은 예정된 임무를 수행한 뒤 2023년 9월 24일 지구에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당시 채취한 샘플은 NASA의 연구 센터에서 분석 중이다. 분석하고 있는 주제는 생명체의 필수 구성 요소 등인데 이미 과거 소금물 활동의 증거가 발견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도 나왔다. 아울러 이 샘플은 미국이 처음 획득한 소행성 샘플이라는 점에서 희귀성을 띄고 있다. 이 때 채취에 성공한 샘플 중 일부가 최근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 보내졌다. NASA 역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필드 박물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발견된 바에 따르면 이 샘플은 물을 포함한 유기 화합물과 생명체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 등 지구 생명체의 기본 구성 요소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생명체가 탄생되기 위한 기본 재료들이 태양계가 생길 당시부터 널리 분포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구 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에서도 이런 물질들이 있었다면 그 곳에서도 생명이 생겨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넓은 태양계 중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다는 것보다 지구와 같은 환경이 태양계가 생성할 당시 다른 행성에서도 존재했다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베뉴 소행성에서 채취한 샘플에서는 과거 물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염분이 포함된 물이 증발하면서 형성된 광물인 증발 잔류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는 베뉴가 현재보다 훨씬 큰 소행성의 일부였을 당시 내부에는 한때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물이 있어아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기에 생명체가 번성하기 위한 환경이 태초부터 존재하고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 때 과거라고 하면 태양계가 형성된 45억년 전을 뜻한다. 베뉴가 과학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는 이유는 당시 상태가 거의 보존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구의 경우 화산 활동과 침식 등 지질학적인 변화로 인해 태초 그대로의 모습이 변질된 상태라고 봐야 한다. 베뉴가 태양계 형성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갖고 있다면 이를 통해 태양계가 어떻게 생겼고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지 살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이 베뉴를 우주의 타임캡슐이라고 부른다. 지구 생명체의 기원 뿐만 아니라 태양계의 초기 역사, 소행성 출동 위험에 대한 다양하고 근원적인 정보를 두루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필드 박물관에서는 이 샘플 연구를 냄새에 집중할 예정이다. 휘발성 유기 화합물의 하나인 이 샘플은 매우 작은 분자로 기화를 통해 쉽게 손실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밀봉한 상태에서 잘 보존되어 있는데 샘플이 담고 있는 생명의 기원을 밝힐 수 있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필드 박물관에서는 샘플 연구를 위해 안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약 두달 간은 샘플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태양계의 탄생과 생명의 근원 등에 관한 질문에 이 작은 샘플이 얼마나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소행성 샘플 지구 생명체 생명체 존재
2025.06.18. 12:47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리노이 정부가 자택 대피령을 내린 뒤 거리를 다니는 사람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필수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장인은 일자리를 잃거나 자택 근무를 해야 했다. 그 와중에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아폴리스 경찰에 의해 숨지자 전국적으로 시위와 약탈이 이어졌다. 이후 각종 범죄가 폭증하는 일련의 사태가 발생했다. 시카고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 중에서도 차량 탈취 사건이 크게 증가했다. 이전과 사뭇 다른 범죄 양상을 보이기도 했는데 기존 차량 탈취가 주로 우범 지대에서 저녁 늦은 시간에 빈발했던 것과 달리 다운타운에서도 차량을 탈취하는 일이 많았고 낮 시간 서버브 지역에서도 피해를 당하는 일이 잦았다. 당시 시카고 경찰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후디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범인들은 대부분 어린 청소년이라는 발표만 있었을 뿐이었다. 시카고 경찰은 최근 시카고 지역에서 차량 탈취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른 일당에 대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그룹을 SRT Boys라고 불렀다. SRT은 Sum Real Threats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었다. 원래 SRT은 Street and Racing Technology의 앞글자를 따온 말이다. 지난 2018년 시카고 오토쇼에서 처음 데뷔한 닷지 챌린저가 대표적인 차량으로 꼽힌다. 젊은층에서 선호하는 차량인 챌린저 등을 일컬을 때 쓰는 말과 같은 말로 범죄 조직의 이름을 지은 셈이다. 둘 다 모두 차량과 관계되는 의미로 머슬카를 숭배하고 도로를 질주하는 의미였다가 차량 탈취를 일삼는 그룹이 이를 차용한 것이다. 2025년 기준 가장 나이가 많은 조직원이 21세, 가장 어린 경우는 15세였다. 이 들이 처음부터 차량 탈취 범죄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12~15세인 이들은 버스나 전철 안에서 다른 탑승객의 아이폰 등을 빼앗아 달아난 뒤 이를 되팔아 현금을 챙기는 방식의 범죄를 저지르곤 했다. SRT Boys는 모두 30명 이상의 소년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유투브와 같은 채널에 자신들의 행위를 올리곤 했다. 이들은 폭력적인 가사의 랩을 하면서 훔친 차에 탑승하고 총기를 든 동영상을 자랑스럽게 업로드 했다.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시카고 서부 지역이었지만 지역에 국한되지는 않았다. 다운타운을 포함해 부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북서부 서버브도 이들의 범행 대상에 빠지지 않았다. 이들로 인해 시카고의 차량 탈취 범죄는 폭증했다. 운전자들은 차량을 몰고 시카고 지역을 다닐 때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최근 몇 개월간 시카고 지역의 범죄 현황을 보면 차량 탈취 사건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것은 이제 SRT Boys와 같은 조직 범죄 단체가 다른 범죄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차량 범죄에서 현금지급기를 털고 차량을 이용해 소매 업소를 습격한 뒤 달아다는 smash and go가 이들의 새로운 범죄 모델이 됐다. 최근 경찰에 체포된 SRT Boys는 차량 트렁크에 두 대의 훔친 금전등록기를 싣고 다니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일리노이 사법 체계의 한계를 악용하기도 한다. 처음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된다 하더라도 미성년자들은 그리 오래 수감되지 않는다. 이들이 교도소를 나오는 순간 다른 범죄에 빠지곤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겐 교도소가 단순한 회전문인 셈이다. 시카고 경찰은 이 순환 고리에 주목하고 있다. 거리에서 휴대폰을 훔치다가 차량 탈취로 본격적인 조직 범죄에 빠진 뒤 차량을 이용한 대형 범죄에 가담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치안 문제가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 주민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고 다치며 목숨을 잃는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일은 이런 소년들이 시카고에서 암약하던 갱 조직과 연계된다는 것이다. 범죄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한 소년들은 자연스럽게 Four Corner Hustlers, New Breeds, Traveling Vice Lords와 같은 우범 지역의 갱스터들과 어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소년 범죄 그룹이 기존 갱스터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투브 등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자랑한다는 것. 시카고 경찰이 소년 7로 명명한 한 청소년은 유투브 영상을 통해 AR-15 소총으로 라이벌 그룹을 쏘고 현금을 보여주면서 폭력을 미화하는 랩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또 감기약과 탄산 소다를 섞어 마시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을 통해 거리 범죄 조직에 발을 들여 놓은 이들은 당초 학교에 있어야 했던 아이들이라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고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하며 스포츠를 통해 성인으로 성장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결손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나 보호자들의 관심 밖에서 자랐다. 그리고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말았다. SRT Boys 30명 중에서 10명 이상의 소년들이 도난 차량에 탑승해 있거나 운전하다가 체포됐다. 이들 대부분은 중범죄인 차량 탈취죄에 적용되지 않는다. 차량을 훔칠 당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들이 이들을 특정하지 못하면 직접 차량을 훔쳤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범죄의 늪에 빠지고 만다. 이들을 단순히 교도소에 수감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근본적으로 가정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문제 학생의 경우 카운셀링을 통해 더 심한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차량 탈취 시카고 지역 시카고 경찰
2025.06.11. 13:00
프로스포츠구단이 자체 경기장을 건설하는데 주력하는 것은 독자적인 운영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단순히 경기장 하나만 세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과의 복합 문화 센터로 잘 활용하면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프로풋볼(NFL) 시카고 베어스의 경우 시청 공원국이 소유한 솔저필드를 장기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프로야구(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역시 구단이 소유한 경기장이 아니라 임대로 구장을 빌려쓰고 있다. 이렇게 임대를 할 경우 구단은 엄청난 초기 건설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지만 구장 운영으로 인한 수익 역시 포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솔저필드에서 열린 비욘세 콘서트와 같은 대형 이벤트가 열려도 구단에 수익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하지만 리글리필드를 소유한 시카고 컵스 구단은 자신들의 구장에서 K Pop 아이돌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리면 이는 곧 수익 창출로 연결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프로 구단들은 자체 경기장을 소유하고 있다. 경기장에 특정 기업의 이름을 붙여 파는 명명권으로도 큰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이를 파는 것으로도 수입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프로야구의 경우 대부분의 구단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경기장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부터는 일부 구단이 자체적으로 경기장을 짓기 시작했다. 대전을 연고로 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가 그렇고 인천 청라 지역에는 쇼핑몰과 결합한 실내 경기장 건설도 SSG 랜더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시카고 파이어 구단은 프로축구(MLS) 리그 소속으로 시카고를 연고로 하고 있다. 첫번째 홈 구장은 시카고 서부 서버브인 베드포크 파크의 도요타 파크였다. 그러다 현재는 솔저필드와 임대 계약을 맺고 홈 경기를 치르고 있다. 1998년 창단된 파이어는 첫 시즌부터 MLS 리그컵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9년 현 소유주인 조 만수에토에 인수되면서 2020년 시즌부터 솔저필드로 다시 홈 구장을 옮긴 바 있다. 솔저필드에서는 당시 LA 갤럭시 소속이었던 홍명보 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뛰기도 했으며 도요타파크에서는 이영표 선수도 파이어와의 경기에 출전한 바 있다. 파이어의 구단주인 만수에토는 일리노이와 인디애나주 접경 지역인 먼스터에서 태어난 뒤 시카고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시카고에서 자신의 돈 8만달러로 투자 리서치 업체인 모닝스타를 설립했다. 모닝스타는 이후 글로벌 파이낸셜 서비스 회사로 성장해 전세계 2900억달러의 자산에 대한 관리와 자문을 하고 있다. 만수에토 자신은 축구를 하지 않았지만 두 아들이 축구를 하며 자라면서 축구 구단을 소유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어 구단이 시카고 다운타운 남부 재개발 지역인 The 78에 6억5000만달러의 민간 자본을 투자해 축구 전용 구장을 세우기로 한 것은 이런 만수에토의 자본력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르면 2028년 축구 시즌에 앞서 완공될 수 있는 파이어 구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시카고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베어스와 화이트삭스의 The 78 구장 건설과 다른 점은 순수 민간 자본으로 구장을 건설한다는 것. 물론 연결 도로 건설과 상수도관 연결, The 78과 연결되는 시카고 리버워크 확장 등에 시청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구장 건설 자체에는 주민들의 세금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것이 지금까지 The 78에 시도됐던 구장 건설과 가장 다른 차이다. 또 The 78은 이미 구장 건설에 필요한 시청의 허가가 마련돼 있다. The 78이 시카고에 남은 거의 마지막 대형 재개발 지역이라는 점에서 파이어의 구장 건설지로는 최적인 셈이다. 파이어 구단은 최종 후보지 선정을 두고 시카고 북부 지역의 링컨 야드와 The 78을 두고 마지막까지 저울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링컨 야드의 경우 후보지 소유가 불문명하고 인근 공연장 업주가 콘서트가 열릴 수 있는 구장 건설에 적극 반대하면서 The 78쪽으로 최종 낙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 구장은 풋볼 구장만큼 큰 규모가 아니어도 된다. 작년 파이어 구단의 평균 관중은 2만명대. 물론 지난 봄 리오넬 메시가 뛰는 인터 마이애미전에는 파이어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6만명 이상의 관중이 몰렸지만 평소에는 2만명대 규모의 구장이면 충분하다. 10만명대를 육박하는 풋볼 구장에 비해 컴팩트한 파이어 구단이 The 78에는 더 적합한 셈이다. 그리고 구장 주위에는 쇼핑을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시카고 다운타운 남부지역 재개발은 어느 정도 윤곽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 The 78에는 구글 시카고 본사, 시카고 다운타운 카지노, 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유치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모두 무산되고 이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파이어 구장 건설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물론 최종 구장 건설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시카고 시청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브랜든 존슨 시장이 파이어 구장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The 78에 적합한 재개발 계획이라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낸 바 있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구장 건설은 곧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를 스포츠의 도시라고 부른다. 역사와 전통이 강한 구단들이 주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어 시카고에서 자라면서 스포츠 관람과 참여로 끈끈한 연대감이 맺어지기 때문이다. 파이어 구장 뿐만 아니라 현재 새로운 홈 구장을 물색하고 있는 시카고 베어스와 화이트삭스도 이런 전통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시카고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시카고 파이어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카고 베어스
2025.06.05. 13:09
시카고에 핵무기를 금지하는 법이 있다는 것을 아는 주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연방법도 아니고 시 조례안으로 핵무기를 금지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핵무기의 생산과 보관, 거래를 금지하는 시카고 조례안은 정식 절차를 거쳐 시의회에서 통과된 후 시장의 서명을 받아 발효됐고 현재도 존재한다. 만약 이를 어길 시 1000달러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이면에는 핵무기 확산 경쟁을 벌이던 1980년대 당시 상황과 핵무기 개발과 연관된 시카고의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 흥행에도 성공한 유명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시카고는 미국 정부의 핵무기 개발 역사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도시다. 엔리코 페르미를 주축으로 한 시카고대학의 과학자들이 2차 세계대전이 한창 중이던 1942년 12월 2일 캠퍼스 내에서 인류 최초의 통제된 핵 연쇄 반응 실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론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인류 역사에서 핵폭탄과 핵발전소 등이 등장할 수 있었다. 시카고 대학에서의 실험이 성공하자 이를 기반으로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맨하탄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을 종식시키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던 핵폭탄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질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시카고 대학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적인 흔적은 지금도 시카고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시카고 대학 캠퍼스에 설치된 핵 연쇄 반응 실험 성공 조각상이다. 조각상은 핵연쇄 반응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지 25년이 되는 1967년 12월 2일 시카고 대학 도서관 옆에 세워졌다. 또 실험에 쓰였던 원자로도 시카고 서버브 지역으로 이전돼 매장되어 있을만큼 핵 개발과 시카고는 연관성이 깊다. 국립아르곤연구소에서는 원자력 관련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세계는 냉전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소간 핵무기 경쟁이 치열해졌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이런 추세는 이어졌다. 레이건 대통령은 전임 카터 대통령이 마련한 핵무기 관련 조약도 반대했다. 또 1982년 연방 의회에서 통과시킨 핵무기 동결 결의안도 무시한 채 소련과의 핵무기 경쟁을 이어갔다. 그래서 핵무기 반대론자들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핵무기 금지법을 추진했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금지법을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자명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취했던, 일종의 차선책이었던 셈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핵무기 금지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연방 의회보다 쉬웠으며 더욱 많은 지자체들이 참여해 일반 시민들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1982년 핵무기 확장에 반대하던 시카고 주민 2만명이 다운타운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면서 당시 상황을 대변했다. 이어 1986년 시카고 시의회는 핵무기 금지 조례안을 상정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전국적으로 100여개의 도시에서 핵무기 금지 법안을 승인했다. 이 중에는 뉴저지주의 저지 시티와 같이 인구 23만명의 주요 도시도 포함됐고 매사추세츠주의 게이 헤드와 같이 고작 인구 220명의 소도시도 참여했다. 시카고는 이 중 가장 큰 대도시로 이름을 올렸다.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당시 시카고 시장과 시의회가 치열한 권력 다툼을 하고 있었을 때라는 점이다. 당시 시카고 시장은 최초의 흑인이었던 해롤드 워싱턴. 하지만 시의회는 에드 브도이락 시의원이 이끄는 백인이 다수계를 차지하고 있었다. 브도이락 시의원이 대표하는 백인 시의원들은 워싱턴 시장의 모든 제안과 조례안을 거부하고 일종의 권력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를 ‘시의회 전쟁’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치열한 헤게모니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단 핵무기 금지법은 예외였다. 워싱턴 시장이 취임한 후 시의회에서 처음으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이 바로 핵무기 금지법이었다. 그만큼 핵무기에 반대하는 시카고 주민들의 의사가 견고했기 때문에 시의회 전쟁 중에서도 조례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이다. 워싱턴 시장은 조례안이 통과된 후 “이 조례안보다 더 상징적인 것은 없다. 시카고가 원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경제다. 시카고가 핵무기를 금지한 미국 최초의 대도시가 됐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 조례안은 핵무기 설계와 생산, 보관, 운영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평화전환위원회를 만들어 시청과 계약 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핵무기 관련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도록 했다. 조례안은 또 단순히 법률을 만들고 공표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시민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조직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컸다. 시카고와 같은 주요 도시들의 반핵 움직임은 일정 부분 성과도 냈다는 평가도 있다. 즉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당시 핵무기 강경론자로 이를 적극적으로 몰아부쳤던 대통령이었지만 퇴임할 때에는 평화를 사랑하는 비둘기가 됐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았는데 이런 변화에는 시카고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핵무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줄기차게 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는 지적이다. 결국 핵무기프리존이라고 불리는 시카고의 조례안은 지금도 핵무기 해체와 평화를 바라는 시카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셈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핵무기 금지법 핵무기 반대론자들 시카고 조례안
2025.05.21. 12:51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 추기경이 교황 리오 14세로 선출되자 시카고는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시카고 출신임을 상징하는 핫도그, 딥 디쉬 피자 이미지와 함께 교황 리오 14세가 등장했다. 포틸로의 시카고 스타일 핫도그가 자연스레 나왔다. 스포츠 타운임만큼 교황과 시카고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시카고 연고팀들이 응용되기도 했다. 그중 눈길을 끈 것은 모든 미식축구팬들에게 ‘평화를 빕니다’라고 외치지만 시카고 베어스와 운명의 라이벌인 그린베이 패커스팬들은 예외라고 하는 동영상이었다. 야구팀들도 나섰다. 처음에는 교황이 북쪽의 컵스팬이라고 알려졌지만 이후 남부의 화이트삭스팬으로 확인됐다. 현재 시카고 서버브에 살고 있는 교황의 큰형이 교황은 평생 화이트삭스팬이라고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제치고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교황이 시카고서 열린 1차전을 직접 야구장에서 관람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TV 중계 화면에 교황의 모습이 잠깐 비춰졌던 것이다. TV 카메라가 화이트삭스의 승리를 바라는 관중들을 비췄는데 그때 교황의 모습이 잡혔던 것이다. 교황은 검은색의 화이트삭스 점퍼를 입고 있었고 점퍼 안에는 화이트삭스 저지가 살짝 보였다. 비록 교황 스스로 화이트삭스팬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을까. 화이트삭스는 곧바로 교황은 화이트삭스팬이라는 문구를 경기중 대형 스크린에 띄우기도 했다. 팬들은 화이트삭스 로고에 교황을 상징하는 커다란 모자를 추가하며 이를 즐기고 있다. 시카고서 태어나 남부 서버브 돌튼에서 자랐고 지역 학교와 성당을 다녔던 교황 리오 14세의 흔적들을 우리는 이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교황의 유년 시절 집은 매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고 교황이 출석했었지만 현재는 폐쇄된 성당에는 그를 기억하는 지역 주민들이 다시 찾는 장소가 됐다. 어린 시절 교황과 함께 학교를 다니던 시카고 주민들은 교황이 매우 진솔했으며 노는 시간에 했던 미사 놀이도 장난이 아닌 진지함으로 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흥미로운 주장도 제기됐다. 바로 교황이 혼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전문가의 견해인데 만약 사실이라면 교황은 다민족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이 된다. 일각에서 주장된 바에 따르면 교황의 부친인 루이스 매리어스 프리보스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혈통을 가졌고 모친인 밀드레드 애그니스 마르티네즈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페인계인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외조부와 외조모인 조셉 마르티네즈와 루이스 바키에는 흑인으로 알려졌고 결혼식도 뉴올리언스 7지구에 있는 교회에서 열린 것으로 드러났다. 7지구는 대표적인 흑인 밀집지역이다. 그리고 이들의 조상들은 뉴올리언스와 아이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교황의 가족들은 20세기 초 뉴올리언스에서 시카고로 이주했다. 당시 이렇게 뉴올리언스에서 시카고 등지의 중서부 주요 도시로 이주하는 일은 매우 흔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흑인들에 대한 차별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조셉 마르티네즈는 아이티에서 태어나 시가를 만들어 생계를 이끌거 갔고 루이스 바키에는 아프리칸과 프렌치, 스패니시 혼혈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적어도 교황 리오 14세의 외가쪽은 크레올의 정체성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크레올이란 루이지애나 지역에서는 프랑스와 스페인 정착민들의 후손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백인을 가리키며 프랑스어와 스페인어의 일종을 사용하는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뜻한다. 결국 교황 리오 14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아프리카의 피가 섞인 것으로 보인다. 교황 리오 14세가 미국 출신의 첫번째 교황일 뿐만 아니라 미국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크레올의 피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머지 않아 시카고 지역에 산재한 교황 리오 14세의 흔적들은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교황의 흔적을 살펴보면서 그의 집, 학교, 성당, 하물며 화이트삭스 경기장에서 그가 앉았던 좌석도 의미를 부여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교황의 선조들이 미국 역사와 떼어낼 수 없는 크레올의 피를 가졌던 것이고 뉴올리언스를 떠나 시카고에 정착했던 역사적인 배경, 시카고 남부 지역에서 살며 종교에 관심을 가졌고 이후 페루에서도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사역에 매진했던 교황의 발걸음을 차분하게 되새기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미국인으로 첫번째 교황의 자리에 오른 리오 14세가 당분간은 일정상 미국이나 시카고를 방문하기 어렵다고 알려졌지만 언젠가 자신이 자랐던 시카고 남부와 돌튼 지역을 찾는 장면도 기다려본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시카고 화이트삭스 교황 리오 시카고 출신
2025.05.14. 13:41
최근 정계 은퇴를 발표한 딕 더빈 연방 상원 의원은 한인 사회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한인 후원회가 조직돼 선거 때마다 지지를 표명하는 한인들이 많았으며 한인들로부터 다양한 요청 사항을 듣는 것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포괄적 이민 개혁 법안 중 하나인 드림액트였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줄기차게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는 포괄적 이민 개혁 법안은 더빈 의원이 연방 상원으로 재임하는 동안 끈임없이 관심을 보였던 사안이다. 그리고 이 법안을 발의하는 데에는 한인 학생 테레사 리의 사례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모와 함께 미국 이민을 왔지만 체류 신분이 없어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테레사의 사례를 접하고 의회에 포괄적 이민 개혁 법안인 드림액트를 발의한 것이다. 테레사는 추후 더빈 의원이 여러 차례 거론하며 이민법 개혁 필요성을 역설하곤 했고 자신도 직접 드림액트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결국 이 학생은 무사히 대학을 졸업한 뒤 정착했지만 부모와 함께 이민 온 다른 많은 이민 학생들은 체류 신분의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미성년자로 미국에 입국한 서류미비자에 대한 구제책이 마련되긴 했으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민법 개혁에는 실패함에 따라 이들이 시민권을 취득해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쉽지 않게 됐다. 만약 더빈 의원이 테레사의 사례에서 추진했었던 포괄적 이민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다면 현재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서류미비자 추방 사태 등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 더빈 의원은 큰형이 한국전 참전 용사라는 사실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예전 시카고의 한인사회복지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더빈 의원은 “한국이라는 나라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한국전에 참전한 큰형이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오면 듣곤 했던 한국이라는 단어는 어렸던 나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가져다 주곤 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큰형은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어떤 곳인지를 머리 속에 떠올리곤 했다. 그 이후 한국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나라가 됐다”고 언급한 것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더빈 의원의 정계 은퇴 선언이 나오고 약 2주 후에는 잰 샤코우스키 의원도 내년 선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샤코우스키 의원은 9지구 연방 하원 의원으로 1999년 이후 무려 14선을 지냈다. 내년에 도전하는 15선을 포기하고 출마하지 않기로 공식 선언한 것이다. 9지구는 현재 선거구로는 시카고 북부 지역과 시카고 북서브 서버브 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대표적인 한인 밀집지구다. 이런 이유로 샤코우스키 의원은 한인 사회 주요 이슈가 있을 때면 한인들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 샤코우스키 의원을 개인적으로 처음 만난 것은 오희영 전 한인회 이사장의 노스브룩 자택에서 열린 후원의 밤 행사를 통해서였다. 당시 총영사를 비롯해 한인 사회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샤코우스키 의원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었다. 샤코우스키 의원은 여권 신장과 소비자 권익 보호, 총기 규제, 환경 문제 등에 관심이 많았고 일리노이주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그간 위상을 확고히 했다. 처음 연방 하원으로 당선될 때에는 일리노이주 여성 의원이 손꼽을 만큼 적었지만 지금은 태미 덕워스 연방 상원을 비롯해 로렌 언더우드, 매리 밀러, 로빈 켈리 의원 등 일곱 명의 여성 연방 의원이 재임 중이다. 샤론 정 일리노이 주하원을 비롯해 테레사 마, 제니퍼 공 거쇼위츠 등 아시안계 일리노이주 하원 의원들의 롤 모델이 샤코우스키 의원인 것은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두 명의 유력 일리노이 정치인들이 은퇴를 결심함에 따라 지역 정계도 큰 폭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후임 자리를 놓고 예비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더빈 의원의 후임으로는 줄리아나 스트랜톤 부주지사를 비롯해 라자 크리스나무티, 로빈 켈리 연방 하원 등이 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샤코우스키 의원 후임으로는 다니엘 비스 에반스톤 시장과 로라 파인 주 상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두 의원 모두 80세가 넘은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정계 은퇴가 그리 빠른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일리노이 정계를 이끌어 오던 리더십이 어떤 변화를 맞을까 기대감도 크다. 아울러 두 의원 모두 한인 사회와 가까워 후임자 역시 한인사회를 잘 알고 충분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 당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예비 후보들 중에서는 비스 시장이 주하원 재임 당시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한 바 있어 그를 지지하는 한인들도 많았다. 파인 의원 역시 북서버브를 지역구로 하는 주하원으로 오랫동안 재임하면서 한인 세탁인들을 위한 법안을 여러번 처리하고 한인 단체 지원을 하는 등 한인 사회 이슈에 관심이 높았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한인 사회 이민법 개혁 한인회 이사장
2025.05.07. 13:19
시카고 지역 주민들은 한가지 특혜를 누리고 있다. 바로 미시간 호수의 깨끗한 물이다. 시카고에서 조금만 떨어진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인근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고 대부분 이 강물은 강수(hard water)인 것이 현실이다. 강수는 식수로 직접 마시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강수가 공급되는 지역에서는 주택에 공급되는 모든 물을 연하게 연수화시키는 연수기(water softener)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일리노이와 인접한 인디애나주가 대표적이다. 만약 강수가 공급되는 주택에서 연수기를 돌리지 않을 경우 마시는 물은 정수기를 거치거나 생수를 마셔야 하고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등은 강수에 포함된 미네랄로 인해 물 공급관 등이 막히는 피해를 겪을 수 있다. 연수기는 보통 소금 덩어리를 정기적으로 공급해 줘야 하고 청소를 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금을 쓰지 않는 최신 기술이 접목된 연수기를 집에 설치할 경우에는 수천달러를 호가하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호수물이 아닌 강수를 식수나 생활용수로 쓸 경우에 이래저래 불편함이 더해지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몇 해 전 미시간주 플린트 지역에서 발생한 식수 오염 사건 등을 고려하면 깨끗한 미시간 호수물을 마시는 시카고 주민들은 가히 특혜를 받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을 거래할 때 주택의 정보를 공개하는 자료를 살펴볼 때에는 물 공급이 미시간 호수에서인지, 우물을 이용하는지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카고 서버브 지역에서는 미시간 호수에서 끌어온 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시카고 취수원에서 끌어온 물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납부하기도 한다. 오래된 상수도 파이프 교체 등으로 인해 시카고 주민들도 나름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물 자체만 놓고 보면 굉장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큰 영향을 끼치는 미시간 호수에 관련한 새로운 소식이 최근 나왔다. 바로 미시간 호수를 비롯한 오대호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설명하는 논문이다. 지금까지는 오대호가 빙하기에 등장한 대형 빙하의 형성과 움직임으로 인해 호수가 형성됐다고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빙하기는 지금으로부터 1만년에서 1만4000년 전에 있었기 때문에 오대호의 역사도 그 만큼 긴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시카고에서 가장 가까운 인디애나 듄스에 가면 듄스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안내문이 있다. 인디애나 듄스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그 안내문을 유심히 살핀 적이 있었는데 그 안내문에도 미시간 호수의 형성이 빙하로 인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대한 모래 언덕은 예전에는 호수에 잠긴 부분이었으며 수위가 낮아지고 바람과 조류 등의 영향으로 모래 언덕이 더욱 커진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제기된 주장은 오대호와 빙하의 관계 대신 케이프 베르데 핫스팟(Cape Verde Hotspot)이 거대한 호수를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기는 빙하기 보다 훨씬 긴 약 2억년에서 3억년 전이다. 이를 받아들이면 지금보다 오대호의 역사가 훨씬 더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주장은 지구 내부 깊은 곳에 위치한 케이프 베르데 핫스팟이 상승하면서 지층에 낮은 지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빙하가 더욱 깊게 깎아내며 현재의 호수를 형성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케이프 베르데 핫스팟은 현재 대서양에 위치하고 있는 섬들을 만든 화산 활동으로 알려져 있다. 화산 활동으로 다수의 섬들을 만들었는데 2억년 전에는 이 핫스팟이 현재의 오대호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는 현재의 대륙과 대양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팡게아라는 거대 대륙이 존재했었는데 그 때 발생한 화산 활동으로 오대호의 기반이 만들어졌고 이후 한참 뒤인 1만년 전에야 빙하가 나타났고 오대호가 현재의 모습이 됐다는 새로운 주장이다. 시카고는 미시간 호수와 떼어 놓고는 그 근원과 역사를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애초 시카고라는 도시가 만들어지고 유럽 이민자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도 미시간 호수와 미시시피강을 연결성을 살피려는 노력으로 인해 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아름다운 다운타운 스카이라인도 멀찍이 떨어져 미시간 호수에서 바라볼 때가 가장 아름답다. 직선거리상 차로 40분 거리인 인대애냐 듄스에서 바라보는 시카고 다운타운은 미시간 호수 위에 떠있는 가상의 도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시카고 주민들과 떼어놓을 수 없는 미시간 호수와 오대호가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탄생의 신비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오대호는 면적으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크고 담수량으로 보면 바이칼 호에 이어 두번째다. 오대호가 담고 있는 민물은 전 세계 민물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로렌스강을 따라 대서양과 연결되고 남쪽으로는 미시시피강과 연결되는, 현재도 수송과 레저 수단으로 애용되는 주요 수로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미시간 호수물 형성 과정 오대호 자리
2025.04.16. 13:32
Public Housing이라고 이름의 공공 주택은 주로 저소득층이나 소수 인종을 대상으로 저렴하게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서민 주택을 뜻한다. 시카고에서는 1900년대 초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났지만 주택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은 주택을 공급하고자 대량으로 정부 주도로 건축된 건물을 말한다. 주로 다운타운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주택이 공급됐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제인 아담스 홈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제인 아담스는 시카고에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유명한 사회사업의 어머니다. 특히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훌 하우스를 만들어 이민자를 위한 커뮤니티 허브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이름을 딴 제인 아담스 홈이 현재 일리노이주립대 시카고 캠퍼스(UIC) 주변에 30개가 넘게 산재해 있었다. 제인 아담스 홈을 필두로 한 공공 주택은 시카고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일단 제인 아담스 홈은 시카고의 첫 공공 주택이었다. 제인 아담스 홈을 통해 당시 일반 서민들은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떻게 도시 생활을 영위해 나갔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일단 시기적으로 제인 아담스 홈은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초반에 지어졌다. 이후에는 10층이 넘는 고층 건물들로 공공 주택이 지어졌지만 이때만 해도 주로 3층 혹은 4층 높이의 주택들이었다. 3층 건물이면 당시 주변 지역에 많았던 창고 건물의 높이와 거의 비슷했다. 즉 주변 건물들과의 조화를 위해서 3층 건물이면 적당했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건물로는 다운타운 북쪽의 디버시 파크웨이와 클라이본길에 위치한 줄리아 라트롭 홈과 106가와 예이츠길에 있는 트럼불파크 홈이 있다. 이들 건물은 모두 1937년에 지어졌으며 총 1030세대의 아파트를 주민들에게 공급했다. 이런 아파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3층이나 4층 높이였으며 벽돌식 건물이었다는 점이다. 또 캠퍼스 스타일의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건물 사이에는 잔디밭이 있었고 시카고의 유명한 바둑판 모양의 길거리 구조를 깨는 공동구역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특징이 있다. 건물 외관 역시 특별함을 갖추지 않는 평범한 디자인이었다. 이 역시 주변의 건물과 환경을 고려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건축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러한 공공 주택의 등장은 당시 연방 의회가 추진한 주택법에 근거한 것이었다. 1937년 연방 의회가 통과시킨 주택법은 “안전하지 않는 거주 공간을 고치고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며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안전한 거주지를 제공한다”라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다만 저소득층을 위한 공간이다보니 화장실이 세대 내에 없거나 있어도 복도에 위치하고 있는 공용 화장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부모들이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내려다볼 수 있게 설계한 점은 건축가들의 배려였다. 입주민들을 위한 배려는 동물 조각들로 채워진 놀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카고 지역에서 흔한 석회석을 이용해 곰과 늑대, 양 조형물로 채웠고 바닥은 물이 채워진 구조였다. 밀레니엄파크의 크라운 분수대와 유사한 형태다. 당시 이 아파트를 공급하고 시카고주택국에 따르면 저소득층 아파트 입주자들이 이 곳을 네이버후드로 느낄 수 있도록 공원과 상점을 곳곳에 배치하고 실내외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서민 주택이었기 때문에 화려한 장식이 있진 않았다. 대신 단순하고 무난하며 튼튼함을 보일 수 있는 벽돌 건물로 지어졌다. 당시 이 아파트를 디자인한 건축가는 존 홀라버드로 지금도 남아 있는 333번지 노스 미시간길의 팜올리브 건물과 시카고 데일리 뉴스 건물 건축가로도 유명하다. 당시 가장 명망있는 건축가가 공공 주택을 디자인한 것이다. 이렇게 유명한 건축가들이 공공 주택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유로는 1937년에 불어닥친 대공황으로 인해 건축가들의 일감이 크게 줄었던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그래서 공공 주택 사업은 서민들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건축가와 건축 회사에게는 주요 일감의 공급처였던 셈이다. 이후 공공 주택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자 시카고주택국은 1950년대부터 20년간 15층이나 16층의 고층 아파트도 지었다. 하지만 이 고층 아파트는 인종간 분리 현상을 심화시키고 범죄의 소굴이 되어 2000년대 초반 모두 철거됐다. 한편 시카고에 위치한 전국 공공 주택 박물관은 최근 개관했으며 서쪽 다운타운인 919번지 사우드 아다길에 위치하고 있다. 입장료가 무료인 이곳에서는 시카고의 공공 주택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시카고 주민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당초 32개였던 제인 아담스 홈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건물이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2000년대에 30개가 넘는 제인 아담스 홈이 모두 철거됐지만 당시 놀이터에 남아 있던 동물 조형물들은 보존돼 박물관 개관에 맞춰 재배치됐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공공 주택 서민 주택 주택 수요
2025.04.09. 13:38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시카고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 전년 같은 기간에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올해 첫 세달 동안 시카고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주민 96명이 숨졌는데 이는 작년에 비해 15%가 감소한 것이다. 비록 1분기 자료에 불과하지만 이는 최근 몇년간 있었던 범죄 발생 감소 추세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팬데믹 기간 중에 크게 늘었던 살인 사건이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재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이와 같은 현상이 시카고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도 살인 사건 발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 왜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 범죄 발생이 줄어들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추후 대책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시카고 경찰국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범죄 발생과 관련한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시카고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경우 최근 50년간 기록을 보면 1990년대 초반이 가장 많았다. 1992년의 경우 한해 시카고에서 900명 이상이 살인 사건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이어 1980년대 초반이 880건을 오르내리면서 범죄 도시로서의 악명을 이어갔다. <<〈사실 시카고는 범죄 도시라는 오명을 알 카포네가 악명을 떨치던 1900년대 초중반 얻었다. 이후 이런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고 계속됐다.〉>>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는 살인 사건 발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1~2년에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으며 2010년대 초반에는 연간 400명대로 떨어졌다. 199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약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던 시기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 살인 사건이 폭증해 2021년에는 다시 800명을 넘겼다. 이런 추세는 2022년부터 감소세로 들어서 작년에는 600건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올 1분기 살인 사건 감소율이 15%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경찰과 범죄 관련 전문가들은 살인 사건이 두 자리수로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범죄 발생 감소세가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비단 시카고만의 상황은 아니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2021년을 전후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자료로 확인된다. 올 1분기의 경우만 보더라도 필라델피아의 경우 1960년대 중반 이후 살인 사건이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볼티모어 역시 최근 10년새 가장 적은 살인 사건 발생 건수를 보였다. 남부의 뉴올리언스 역시 비슷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니까 시카고 역시 이런 전국적인 추세를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범죄에 대한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범죄의 경우 주변에서 체험한 사건에 대한 이미지가 오래가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즉 아는 사람이 강도 피해를 당하거나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강력 사건의 경우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개인적인 인식이 통계가 보여주는 것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정치적으로 왜곡된 메시지 역시 영향을 끼친다. 최근 연방수사국장이 TV 인터뷰에 나와 범죄가 지난 4~5년간 폭증했다라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가지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4~5년전에 범죄 발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 발언이 완전한 거짓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이후 범죄 감소 현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작금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전국의 범죄 발생 현황 자료를 누구보다 자세히 파악하고 있을 연방수사국장이 이런 발언을 내뱉고 있는 것은 다른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아울러 범죄 발생 현황을 면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관련 자료의 부재도 문제다. 최근에서야 전국 주요 도시의 자료가 연계돼 세세한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기 때문에 이전까지는 살인 사건 등을 제외한 다른 범죄가 얼마나 극성을 부리고 있는지 한 눈에 확인하기 힘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범죄의 경우 전국적인 트렌드를 확인하는 순간 이에 필요한 대처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라는 점에서 관련 자료의 수집은 재발 방지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다. 전문가들은 또 범죄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자원들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물론 모든 범죄가 정부 정책이나 캠페인으로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투입되어야 범죄 발생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범죄의 감소 배경에 어떠한 요인들이 작용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사실 시카고의 경우 지난 2019년 이후 경찰 인력은 큰 폭으로 줄었지만 실제 범죄는 줄어든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범죄 발생이 증가세로 돌아설 경우 경찰 인력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범죄 발생 감소의 이면에는 환경 자체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찰의 대응과 함께 범죄 발생을 막기 위한 방과 후 활동과 재취업 프로그램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이러한 범죄 감소의 원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나중에 범죄 증가세가 나타났을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시카고 경찰국 범죄 도시 사실 시카고
2025.04.02. 13:15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들이 즐비한 시카고에서는 이중에서도 오랫동안 보전할 가치가 있지만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 건물을 선정해 매년 발표한다. 역사적으로나 건축학적으로 사라져서는 안될 건물들을 모아 발표하고 설사 건물에 대한 재개발을 추진하더라도 원래 상태를 가급적 유지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이런 건물 리스트를 ‘시카고 7’이라고 부른다. 매년 일곱개의 건물들을 선정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 발표된 시카고 7 중에는 다운타운을 오고가다 자주 지나친 건물도 하나 포함돼 있었다. 36번지 웨스트 랜돌프길에 위치한 델라웨어 건물이 바로 그것이다. 이 건물은 리차드 J 데일리 센터 북동쪽, 굿맨극장 동쪽, 네덜란드 극장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위치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매일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다운타운 중에서도 핵심 지역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운타운 법원을 갈 때나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갈 때 지나쳤던 곳이기도 하다. 많은 시카고 주민들에게는 이 건물의 1층과 2층에 위치한 시카고를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로 인해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8층 규모로 사무실 용도로 주로 사용되던 이 건물은 시카고 대화재 이후 건설붐으로 고층 건물이 지어지던 당시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탈리안 건축 양식을 도입해 주변 건물과도 차별성을 지녔다. 맥도날드가 더 이상 델라웨어 건물에서 영업을 하지 않으면서 건물주는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장기 계약을 가지고 있는 맥도날드에서 건물주가 이를 사들이는 바이 아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건물의 향방이 불투명한 상태다. 올해 시카고 7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곧 사라질 수 있는 위험이 처한 건물에는 유콘 빌딩이 들어갔다. 유콘 빌딩의 경우 쿡카운티 메트로폴리탄 교도소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쿡카운티 메트로폴리탄 교도소는 다운타운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로부터 왜 땅값이 비싸고 복잡한 이 곳에 교도소가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는 인근에 연방 법원이 있어 재판을 받는 수감자들을 후송하기 용이하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수년 전 수감자가 침대 시트를 이어서 유리창을 통해 탈옥하는 일도 있었다. 또 건물 옥상에는 수감자들이 체력 단련을 할 수 있도록 운동장이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콘 빌등은 127년 전인 지난 1898년에 지어졌다. 19세기말에 지어진 건물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하지만 이 건물은 인근에 위치하면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루커리, 모나독, 마켓 빌딩을 세운 보스톤 출신의 부동산 개발업자 피터 브룩스에 의해 지어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브룩스는 1871년 시카고 대화재 이후 황폐화가 된 시카고를 재건하기 위해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이끌었다.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다운타운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브룩스와 같은 투자가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유콘 빌딩 역시 클락과 밴 뷰렌길의 L 자 모양의 땅을 17만5000달러를 주고 매입하면서 개발이 가능했다. 현재 시세로 하면 560만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산된다. 주변의 높은 빌딩숲에 가려 그 역사적 가치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건물로 평가된다. 브룩스는 부동산 개발업자 중에서도 효율성을 따지는 인물이었다. 그가 투자한 건물들을 평가할 때 따라오는 주요 수식어가 비용은 가급적 최소한으로 하면서도 실용적인 구조물을 택했다는 것이었다. 유콘 빌딩 역시 초기에는 당시 크게 유행했던 고층 건물의 형식을 채택하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초기에는 당시에는 꽤 높은 12층으로 계획했다가 6층으로 낮췄고 최종적으로는 현재처럼 2층 건물로 확정됐다.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낮은 건물을 지은 뒤 여기서 들어오는 수입으로 후에 더 높은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 브룩스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세금 납세자의 건물이라는 별명으로도 널리 불렸었다. 2층 건물이었기 때문에 건물 뻐대를 지탱할 수 있는 크고 두꺼운 프레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더 넓은 유리창을 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 현재와 같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바깥에서 보면 건물 표면이 거의 대부분 유리창으로 덮여 있었고 모더니즘의 한계까지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유리창은 1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대로 있다. 하지만 유리창으로 대변되는 유콘 빌딩의 미래는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수개월 전부터 주요 입주자들이 건물에서 철수하면서 공실률이 크게 높아졌다. 최근 2년간의 재산세 납부도 연체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금 미납으로 인한 건물 매각 위기에 놓인 것이 현실이다. 세금 납세자의 건물로 불렸던 건물이 세금 체납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이 건물을 끝까지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적어도 건물 외관이라도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시카고 대화재 시카고 주민들 올해 시카고
2025.03.26. 14:21
시카고 다운타운 루프 지역에는 각종 관공서가 밀집돼 있다. 시카고 시청과 일리노이 주청사, 쿡카운티 법원, 연방 법원을 비롯한 다양한 연방, 주, 시 정부 기관들이 다운타운 사무실 지역에 몰려 있다. 이 중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건물이 크루진스키와 덕슨 연방 건물을 포함한 시카고 연방 센터다. 이 건물에는 법원을 포함해 국세청과 마약단속국 등 연방 정부의 각종 기관과 일리노이를 지역구로 하는 연방 상원 사무실 등이 입주해 있다. 다운타운 잭슨과 아담스, 클락과 디어본길 사이에 있는 이 건물숲 중심에는 연방 플라자라고 불리는 작은 광장도 위치해 있다. 이 건물들은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시카고는 현대 건축의 도시, 마천루가 태어난 곳이라고 널리 알려졌는데 그 한 축을 담당했던 유명 건축가가 이 건물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시카고에서 망명 생활을 했던 현대 건축가 루드윅 미스 반 데 로우가 바로 이 모던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그의 작품은 외형만 보더라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 외관은 철제빔이 그대로 노출된 채 기둥이 지면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쭉 뻗어 있고 사이사이에는 커다란 유리창으로 내부가 고스란히 들여다 보이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 미스 반 데 로우의 작품은 뉴욕에도 몇 점 있지만 시카고 곳곳에도 아직까지 남아 있다. 시카고 남부 일리노이공과대학교 캠퍼스에 위치한 크라운 홀이 대표적인데 이 대학은 반 데 로우가 학장으로 재직했던 곳이다. 다운타운 지역에는 이전에 IBM 건물이라고 불렸던 AMA 플라자가 대표적이고 860-880 레익 쇼어 드라이브에 있는 트윈 타워 역시 그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는 한결같은 테마가 존재하고 있는데 심플함이 바로 그 것이다. 건축된지 50년이 넘은 그의 건물은 지금 봐도 세련됨과 간결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건축 철학은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Less is more”, 적을수록 좋다는 말은 그의 모던함과 심플함을 압축하고 있다. 그는 또 “God is in the details”이라고도 말했다. 이런 건축 철학을 갖고 있었던 그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러니까 시카고는 초기 도시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할 때부터 루이 설리반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다니엘 번햄, 파즐러 칸, 브루스 그래햄과 같은 시카고 건축학파들이 맘껏 능력을 표출한 곳인 셈이다. 각각의 건축물 뿐만 아니라 조화롭게 구성된 다운타운의 고층 건물들은 아직도 멋스러움을 맘껏 발산하고 있다. 시카고 연방 센터 중 하나인 크루진스키 건물은 로컬 정치인 이름을 가진 채 45층, 562피트로 지난 1974년에 완공됐다. 연방 센터를 구성하는 다른 건물인 우체국 건물과 층 높이만 다를 뿐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리드 모양의 일체감이었다. 즉 크루진스키 빌딩과 우체국 건물 사이에 있는 시멘트 바닥 그리드는 두 건물의 철제빔과 한 틈의 오차없이 나란히 정렬되어 있는 디테일을 갖추고 있다. 그러니까 건물과 바닥이 바둑판 모양으로 나란히 자리잡은 모습이 마치 시카고의 거리 블록이 오차없이 정렬된 것과 같은 맥락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 연방 센터에는 공공 예술 작품도 우뚝 솟아 있다. 알렉산더 캘더의 플라밍고로 불리는 작품이다.〈사진〉 철제빔과 유리창으로 대표되는 모던한 건물 앞에 빨간색으로 뼈대만 남아 있는 철제 조형물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건물의 웅장함과 심플함이 53피트 높이의 플라밍고의 강렬한 빨강과 만나 생명을 불어 넣고 있음을 알리는 듯하다. 우뚝 솟은 건물숲 사이에 이렇게 포인트가 되는 조형물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나름의 균형감을 주고 있다. 캘더의 플라밍고는 몇 블록 북쪽에 위치한 리차드 J 데일리 센터 플라자의 피카소 작품과도 연결된다. 피카소가 미국이나 시카고를 단 한번도 방문하지 않고 무제로 남은 그의 조형물을 제작한 것과 달리 캘더는 자신의 작품이 1974년 10월25일 연방 센터 앞에서 처음으로 공개됐을 때 참석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캘더의 플라밍고, 피카소의 무제 조형물은 시카고의 공공 예술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다. 물론 체이스 뱅크 플라자 앞에 위치한 마크 샤갈의 사계 조형물도 빼어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연방 센터 인근 건물과의 조화도 이채롭다. 건물 길 건너편으로는 마켓 빌딩과 모나독 빌딩이 위치하고 있는데 각각 1895년과 1891년에 지어진 건물들이다. 초기 철제빔 뼈대의 스카이스크래퍼 빌딩의 전형이 마켓 빌딩인데 건물의 이름이 시카고 지역을 처음으로 탐험하고 기록으로 남긴 사람에서 왔다는 점에서부터 역사성을 가늠할 수 있다. 16층 높이의 모나독 빌딩 역시 건물 하중이 철제 뼈대로 전달되지 않고 벽을 통해서 내려오는 load bearing 방식 중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로 알려져 있다. 덕슨 연방법원을 제외한 연방 센터 건물들은 최근 연방 내무부에서 지정한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팬데믹 이후 다운타운 건물 공실률이 높아지고 재개발 수요가 줄어들어 매각이 원할하게 이뤄질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연방 정부가 재정 관리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들어 건물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들이 설령 매각된다 하더라도 시카고 랜드마크의 가치와 역사성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시카고 다운타운 시카고 건축학파들 시카고 시청
2025.03.12. 14:25
건축 양식을 일컫는 말 중에 방갈로(bungalows)라는 말이 있다. 인도 뱅갈 지방에서 흔히 보이는 건축 양식을 뜯하는 말로 사용됐지만 현재는 미국 도시에서 주로 크지 않은 면적 위에 자리잡은 단층 주택을 의미하는 말로 통용된다. 방갈로의 특징은 높은 천장과 큰 문, 넓은 창, 처마와 베란다 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시카고에서도 전형적인 방갈로 주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남부에, 일부 서부와 북부 지역에도 이와 같은 형식의 주택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리고 건축계에서는 이런 시카고 방갈로 주택이 고층 건물을 뜻하는 마천루(skyscraper)에 못지 않은 시카고 건축의 역사와 특징을 나타낸다고 평가한다. 마천루의 탄생지로 시카고가 인정받는데 비해서 방갈로는 그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갈로는 1900년대 초반부터 시카고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반에 쿡카운티에만 약 8만채에서 10만채의 방갈로가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대공황 이전까지 지어진 시카고의 주택 대부분이 방갈로 스타일이었다. 이 집에 입주한 주민들은 대부분 이민 1세대들이었다. 방갈로 벨트라고 불리는 지역으로는 사우스 쇼어에서 마켓 파크까지, 오스틴에서 노스웨스트 지역, 웨스트 로저스 파크까지에도 방갈로가 차지하고 있었다. 방갈로에 거주한다는 것은 사회적 지위의 확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집은 중산층을 의미하기도 했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 않고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낳고 이들이 자라게 되면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야했겠지만 방갈로는 첫번째 주택이라는 점이 강조됐고 첫 보금자리의 의미가 컸다. 집을 임대하지 않고 첫 주택을 장만한다는 것은 또 부의 축적을 뜻했다. 에쿼티가 커지면 대출을 할 수도 있었고 그만큼 가용할 수 있는 재산이 늘어난다는 것과 의미가 상통했다. 당시 부동산 광고도 이런 측면을 강조했다. 아서 맥인토시라는 주택 건축 회사는 당시 시카고 트리뷴에 낸 광고를 통해 “우리는 지붕이 있고 벽난로도 설치됐으며 전기 조명, 난방장치까지 갖추고 모든 방이 멋지게 꾸며져 있는 시멘트 토대의 집을 500달러 현금과 월 40달러에 판매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외관적으로는 방갈로에 넓은 유리창이 적용됐고 붉은색이나 노랑색 벽돌이 체커보드 패턴으로 사용됐다. 또 출입구에는 베란다가 만들어져 의자 하나 둘 씩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시티 라이트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사각형이나 팔각형 혹은 둥근 모양의 베이 윈도는 이 주택이 단순히 주거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택 소유주의 멋스러움을 표현하는 용도로도 쓰였다. 방갈로의 형식은 간단하다. 보통은 지하가 지상 위로 약간 돌출된 모양을 가진 1층반짜리 주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락방이 있고 지하실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침실을 추가할 수 있었고 주거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었다. 규모 역시 클 수가 없었다. 시카고의 한 부지가 보통 25피트에서 35피트 넓이다. 이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서 주택을 지어야 했기에 옆 주택과 촘촘히 붙어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실제로 방갈로 주택의 창문과 창문은 거의 붙어 있는 정도로 가깝다. 그래서 옆집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훤히 알수 있는 공간적 제한이 있었지만 이를 통해 옆집과의 소통과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내 공간 역시 넓지 않았기 때문에 복도를 통해 옆방으로 이동할 수 있기 보다는 거실과 침실을 문을 통해 드나드는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했다. 이를 레일로딩(railroading)이라고 불렀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열차 내부 설계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유래했다. 방갈로가 당시 대표적인 주택 양식으로 널리 사랑받게 되자 정치인들에게도 하나의 표식으로 여겨졌다. 리차드 J 데일리 시카고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즉 방갈로에 살고 있다는 의미는 서민, 일반 노동자들과의 연대감 혹은 교류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로 읽혔다. 연방 하원이었던 윌리암 리핀스키는 선거 캠페인을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자신은 도시의 방갈로에 살지만 상대 후보는 서버브의 크고 멋있는 주택에 살고 있음을 강조하는 우편물을 보내 차별화를 시도했고 이는 선거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당선에 큰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시카고 시는 이런 자산인 방갈로의 보전을 위한 정책도 펼쳤다. 2000년에 방갈로를 구입하거나 개조하고자 하는 주민들에게는 재정적 보조 프로그램을 실시한 것이다. 이 정책을 실시한 것은 리차드 M 데일리 시장이었는데 자신도 역시 방갈로와 함께 한 경험이 풍부했다. 아버지 데일리 시장이 남서부 브릿지포트에서 일생을 방갈로에 살았고 자신 역시 시장 임기 마지막 해 몇해를 제외하곤 방갈로에 살았기 대문이다. 아들 데일리 시장이 방갈로에서 나와 시 남부 고급 고층 콘도로 이사하는 것을 두곤 시장 선거에서 낙선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을 정도로 정치인과 방갈로로 상징되는 중산층과의 관계는 중요하게 여겨졌다. 아들 데일리 시장은 “방갈로에서 자란 우리들은 우리 가슴 속에 항상 방갈로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시카고 방갈로 방갈로 주택 방갈로 벨트
2025.03.05. 14:02
1956년 12월생인 로드 블라고야비치 전 일리노이 주지사는 한 때 소위 말하는 떠오르는 정치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스웨스턴대학과 페퍼다인 법학대학원을 나온 뒤 쿡카운티 검사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로 일리노이 주 하원에 당선된 후 연방 하원을 거쳐 2002년 46세의 나이에 일리노이 주지사로 당선될 때까지는 말 그대로 전도가 유망한 정치인이었다. 40대 중반에 주지사로 당선된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일리노이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 지배적이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배출된 것은 1972년 이후 블라고야비치가 처음일 정도로 공화당 일색이었던 일리노이 주지사직에 민주당 소속 40대 정치인이 당선된 것이었다. 이런 배경에는 전직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의 부정부패와 함께 비교적 참신하고 이민자 출신이면서 블루칼라 가정에서 자란 블라고야비치 주지사의 배경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버지는 지금은 문을 닫은 시카고 북부 지역의 에프 핑클 제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출신의 세르비아 이민 1세대였다. 블라고야비치 주지사가 재선에 당선된 날 이 제철소에서 당선 축하 파티를 열기도 했다. 그만큼 블루 칼라 노동자 가정 출신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물론 그의 장인인 리차드 멜 시카고 시의원의 강력한 지지도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하는데 한 몫을 했다. 그의 연방 하원 당선에는 장인 멜 의원의 영향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주지사로 당선된 이후 블라고야비치 주지사는 올키즈 어린이 의료보험과 노인에 대한 무료 버스 탑승과 같은 대표적인 정책들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특히 부모의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일리노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올키즈 의료보험의 경우 한인 가정에도 큰 혜택이었다. 적어도 부모의 체류 신분으로 인해 아이들이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빠지는 사례는 올키즈로 인해 상당 부분 커버가 됐다. 블라고야비치 주지사의 대표적인 성공 정책이라고 올키즈가 현재까지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알지 못하는 뒷면에는 부정부패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사례가 버락 오바마 당시 연방 상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지명하고자 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이 자리를 바라는 예비 후보군에는 JB 프리츠커 현 일리노이 주지사 등이 있었는데 이들에게 자신을 위한 선거 자금을 모아주거나 다른 혜택을 줄 수 있느냐고 대화하는 것이 고스란히 FBI 도청으로 인해 발각된 것이다. 그 중 유명한 대화는 이 기회를 자신에게 주어진 ‘FXXXXXX Golden’이라고 지칭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블라고야비치 주지사는 어린이병원과 경마장 승인 등을 두고 역시 자신에게 유리한 혜택을 받으려고 했던 점 등이 재판 과정 등을 통해 밝혀졌다. 결국 블라고야비치 주지사는 FBI에 거짓 진술을 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14년형을 선고받은 뒤 연방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에 앞서 일리노이 주의회는 그를 탄핵했고 다시는 공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의결하기도 했다. 변호사 자격 역시 박탈됐다. 자신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작하는 TV쇼에 출연했다. ‘You are fired’라는 대사로 유명세를 탄 이 쇼에서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담당 판사에게 TV 출연을 위해 코스타리카로의 출국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즉각 기각되기도 했다. 이 TV 쇼를 제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인연을 맺게 됐다. 블라고야비치의 와이프 패티 역시 남편 대신 트럼프의 TV쇼에 출연해 그의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패티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감형과 사면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에게 감형 조치를 내려 교도소에서 나오게 했다. 5년 뒤 재선에 성공한 직후에는 사면 조치까지 내렸다. 감형과 사면 조치의 이면에는 그가 사법 시스템에 의해 부당하게 감옥살이를 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입막음용 돈 거래로 인해 중범으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러시아와의 유착 혐의 등으로 인해 재판을 받는 등 사법 리스크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는 공통 분모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와 트럼프 대통령을 수사하고 기소했던 주요 인물등 중에는 트럼프의 정적으로 부상한 인물도 있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부당한 기소와 재판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는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에 대한 사면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단 한번도 그를 선출한 일리노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일관되게 검찰의 혐의 내용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해 왔고 사면을 받는 직후에도 유권자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의 사면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주요 정계 인사들 뿐만 아니라 공화당 소속의 일부 연방 의원들도 일제히 그의 사면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소속 다린 라후드 일리노이 연방 하원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 조치에 대해서는 존중한다면서도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이미 확인된 부정부패 정치인으로 이미 배심원들에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사면조치는 주민들이 사법 시스템에 갖고 있는 믿음과 신뢰를 저버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일리노이 주지사직 하원 당선 공화당 소속
2025.02.12. 12:09
현재 시카고의 중앙 공립 도서관은 해롤드 워싱턴 도서관이다. 다운타운 스테이트와 밴 뷰렌 길에 위치하고 있는 이 빨간색 벽돌 건물은 시카고 최초 흑인 시장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이 건물은 지혜의 상징이라고 알려진 부엉이가 건물 옥상에서 지상을 내려보고 있다. 시카고를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 배트맨에서도 배트맨이 이 건물 옥상에서 사색에 잠긴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이전에는 미시간과 랜돌프길에 위치한 지금의 시카고 컬추럴 센터가 최초의 시카고 공립 도서관이자 대표적인 도서관이었다. 현재는 컬추럴 센터로 바뀌었고 각종 문화 행사와 전시, 여행자 정보 센터 등이 운영되고 있다. 미시간길 중심에 위치하면서 밀레니엄파크 길 건너편에 자리잡은 지리적인 이점으로 인해 매년 많은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이 곳을 찾는다. 시카고 컬추럴 센터는 한인 단체들도 종종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예전에 한인회가 한인 추석 잔치를 개최할 때에는 이 곳에서 행사를 개최하곤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재임시 시카고를 찾았을 당시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이 환영식을 개최했을 때다. 2011년 10월 닷새간의 미국 방문 기간 중 이명박 대통령은 워싱턴 DC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상하원 합동 연설을 통해 한미 FTA의 효과와 한미동맹 강화의 중요성에 대해 연설한 뒤 디트로이트를 거쳐 시카고에 들렀다. 시카고 컬추럴 센터에서 열린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인 2세 조세핀 리가 이끄는 시카고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을 지켜보기도 했다. 시카고 컬추럴 센터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곳이 있다면 프리스톤 브래들리 홀일 것이다. 시카고 공립 도서관 이사로 25년 이상 재임했고 시카고 지역에서 성직자와 작가, 환경보호 활동가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한 프리스톤 브래들리의 이름을 딴 홀은 컬추럴 센터를 대표하는 장소다. 브래들리 홀은 또 티파니 돔으로도 유명하다. 티파니 돔은 직경 38피트, 1000 평방피트 넓이로 3만개 이상의 글래스와 24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돔은 철 구조물로 하중을 받치고 있으며 1897년 시카고 컬추럴 센터가 오픈할 당시부터 이 건물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티파니 돔이라고 이름이 부쳐진 이유는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티파니 앤 코(Tiffany & Co) 설립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의 아들 루이스 컴포트 피타니가 이 돔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티파니사는 민트색의 보석 상자와 반지와 목걸이, 귀걸이, 손목시계 등의 고급 보석으로 유명하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프로포즈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보석이 아마 티파니가 아닐까 싶다. 아울러 프로 미식축구 결승전인 수퍼보울 우승팀에 돌아가는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만드는 제작사로도 티파니사는 알려져 있다. 시카고 컬추럴 센터 티파니 돔은 전 세계에 가장 큰 티파니 스테인드 글래스 돔으로 알려져 있다. 현장에서 직접 보면 그 웅장한 크기에 압도되며 스테인드 글래스 특유의 우아함과 클래식한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또 돔 아래쪽으로는 형형색색의 타일이 벽에 부착되어 있는데 마치 화려하게 빛나는 보석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 티파니 돔이 현재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180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뒤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원래 모습에서 벗어난 곳곳을 세세한 손길로 복원하고자 주정부 예산을 들여 보수 및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 4월부터는 일부 복원 작업이 끝난 구역은 일반에게도 다시 공개된다. 한인들에게는 대표적인 행사가 열렸던 행사장으로 기억되는 브래들리 홀과 티파니 돔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된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시카고 공립 이매뉴얼 시카고 시카고 어린이
2025.02.05. 13:35
그의 이름은 필립 캘빈 맥그로우다. 일반적으로는 닥터 필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0년생인 그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시카고에서 촬영되던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면서다. 닥터 필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방청객이나 시청자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던 정신학 전문의였다. 닥터 필이 윈프리와 친해지게 된 계기 역시 흥미롭다. 전문의 과정을 마친 닥터 필은 변호사와 함께 법정 컨설팅 업무를 하는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가 윈프리의 법정 소송을 맡게 됐다. 이 소송에서 만족한 윈프리가 이후 닥터 필을 자신의 쇼에 초대하게 된 것이 1998년이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오랫동안 고정 출연을 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쌓던 닥터 필은 2002년 그의 이름을 딴 토크쇼 ‘닥터 필’을 론칭하기에 이른다. ‘닥터 필’ 토크쇼는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어 그는 방송사와의 계약으로만 연간 1500만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얻기도 했다. 이후 정신학 전문의 면허는 갱신하지 않고 방송인과 저자로 활약해 온 닥터 필은 자신의 웹사이트를 운영했고 메리트 스트릿 미디어라는 방송국 네트워크 회사도 마련했다. 유명 연예인 순위 30위에 오르고 시청자 669만명을 확보한 셀렙이 된 것이다. 이후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지지 선언한 닥터 필이 26일 자신이 전국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한 시카고를 찾았다. 오프라 윈프리 쇼가 제작됐던 하포 스튜디오가 있는 시카고에 다시 온 이유는 이날 시카고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전개된 서류미비자 체포 작전을 영상으로 담기 위해서였다. 이날 상황은 그의 X에 올라왔고 메리트 스트릿 미디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 관계자와 대화를 하던 한 체포된 주민이 그를 알아보고 “당신은 닥터 필 아니냐”고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날 동영상에서 닥터 필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담당자인 톰 호만과 함께 체포 작전을 살펴보는 모습을 보였다. ICE는 닥터 필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이유로 연방 기관의 체포 과정에 동행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닥터 필은 시카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작전이 얼마나 투명하게 이뤄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동행했다. 하지만 닥터 필의 시카고 체포 작전 동행 소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쟁거리가 됐다. 우선 이민변호사 업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고 체포자의 인권도 보장되어야 하는 서류미비자 체포 과정에 토크쇼 진행자가 동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연방 이민기관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한 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통 이런 체포작전의 경우 극비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연방 요원들이 언론과 함께 전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시카고 지부도 닥터 필의 체포 작전 동행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체포되는 이민자가 자신의 변호사를 불러달라고 말한 직후에 “당신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저질렀나”라고 묻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선임 고문으로 있었던 데이빗 엑셀로드는 “오바마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보다 더 많은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했지만 단 한번도 이렇게 체포 작전을 방송사 카메라에 공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엑셀로드는 “닥터 필이 ICE 체포 작전에 동행한 광경은 싸구려 리얼리티 쇼에 불과하고 작전이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고 중대성이 있는지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시카고 체포 시카고 언론 이날 시카고
2025.01.29. 13:21
연방법에 ‘Fair Housing Act’라는 것이 있다. 주택을 거래하거나 임대를 줄 때, 혹은 주택담보대출인 모기지 론 등을 심사할 때 인종이나, 종교, 성별, 출신지, 장애, 가족 상황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즉 내가 집을 팔거나 임대를 줄 때 특종 인종에게는 주지 않고 싶다거나 어린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임차인을 선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특정 국가 출신에게는 자신의 집을 임대할 수 없다는 것 등도 관련법의 규제를 받게 된다. 한인들의 경우 특정 인종에게는 절대 주고 싶지 않다는 요구가 종종 있다는 것이 부동산 중개인들의 경험이다. 부동산 중개인들은 물론 법적으로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고지하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가 왕왕 있다고는 한다. 연방법이기 때문에 일리노이를 포함한 전국적으로 해당되는 주택 관련 차별 금지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은 지난 1968년 연방 의회에서 통과됐다. 이에 더해 일리노이에서는 지난 2022년 ‘Illinois Human Right Act’라는 법을 발효했다. 이 주법은 연방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틈새를 메우고 있는 법으로 알려졌다. 즉 이 법은 임대료를 지불하는 소득의 원천에 따라서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흔히 저소득층이나 장애가 있는 주민들의 경우 섹션8이라는 주택 바우처를 지원받게 된다. 일종의 주택 지원금인 이 바우처로 임대료를 대신 납부하게 되는데 일부 주택 소유주나 부동산 운영회사 등에서 이를 이유로 임대를 거부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바우처를 거부하는 이유로는 저소득층이기에 소득이 확실하지 않고 바우처를 받음으로 인한 번거로움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임대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명백히 현행법 위반인 셈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작년 한해 동안 일리노이 한 비영리단체가 실태 조사에 나섰다. 임대인과 주택 소유주, 주택 관리 회사 등과 문자 메세지를 통해 임대 문의를 하다가 섹션 8으로 임대료를 납부해도 되는지를 물었는데 상당수의 답변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숫자로 확인했더니 전체 주택 문의의 36%가 차별을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문의 세 건 중에서 한 건 이상은 차별을 경험한 셈이다. 이번에 공개된 문자 메세지를 확인한 결과 주택에 관한 일반적인 문의에는 성실히 답변하지만 섹션 8으로 임대료를 납부할 수 있는지 문의하자 주택 소유주가 이를 거부한다고 답변한 것이 확인됐다. 섹션 8은 많은 한인 노인들도 사용하는 주택 임대료 납부 수단이다. 특히 시카고와 서버브 지역의 노인 아파트에서는 섹션 8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한인들의 숫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들 역시 아파트를 구할 때 섹션 8으로 인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정부가 연방법과 주법으로 주택 시장에 만연한 차별을 금지하고자 하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서 차별적인 거래와 대처가 만연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시카고 북부 서버브에 위치한 에반스톤시가 흑인 주민들을 위한 보상 조치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1년 에반스톤시는 전국에서 최초로 주택 구입이나 임대에서 차별을 받은 흑인 주민들을 위한 보상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1919년부터 1969년 사이 만연했던 인종별 분리 거주 정책과 주택 차별 정책으로 피해를 본 흑인 주민과 그 직계 가족들을 대상으로 모기지 다운페이먼트나 기존 집을 수리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 2만5000달러를 지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당시에는 현재보다 주택 구입이나 임대시 차별이 만연했던 때로 모기지를 신청하더라도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보상 프로그램은 현재 소송전에 휘말렸다. 한 비영리단체에서 흑인들에게만 보상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은 흑인이 아닌 주민들에게 차별적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아직 진행중이며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에반스톤의 보상 프로그램이 상징적인 것에 머물어 있으며 시스템적인 차별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에반스톤의 보상 프로그램은 기존에 존재했던 차별을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바탕이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주택 임대료 주택 바우처 주택 문의
2025.01.22. 13:50
Sanctuary City란 이민자들에게는 성역과 같은 도시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카고와 같은 도시에서는 이민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색출, 체포하고자 하는 연방 정부 관련 부처와의 협력을 거부한다는 의미다. 즉 연방세관단속국과 같은 부처에서 불법이민자 색출과 체포를 위해 시카고 경찰에 협력을 요청할 경우 이를 법적으로 막는 효과가 있다. 시카고 시의회는 지난 2021년 Welcoming City라는 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물론 이전까지도 40여년 가까이 시카고는 이민자를 위한 성역 도시로 알려져 왔다. 4년 전의 조례는 이를 더욱 확고하게 명문화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변화가 있었다. 2023년 여름 최고조에 달했던 남부 국경지역으로부터 유입된 불법입국 이민자들이 대거 시카고로 들어오면서부터다. 시카고는 성역 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공화당 주지사가 딱 집어서 시카고로 버스와 항공기로 실어 보낸 불법입국 이민자들을 받아들였다. 약 6만명이 넘는 이들을 위해 쉘터를 제공하고 사회복지 서비스의 혜택을 줬으며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주택과 직업 알선 등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부 예산 적자가 심해졌다는 사실 역시 부각됐다. 시카고 일부 지역 주민들은 기존 노숙자 문제에 더해 주거 문제가 심각해지자 불법입국 이민자들에게만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정하는 것에 불만을 품었다. 쉘터 인근 주민들의 반대 역시 만만치 않았다. 결국 이민자 성역 도시에 대한 균열이 생기게 된 것이 불법이민자의 시카고 유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취임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캠페인 과정과 정권 인수 준비를 하면서 여러 차례 대대적인 이민자 추방 조치를 취임 직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담당할 인사가 시카고를 방문해 시장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했으며 시카고가 이민자 추방 조치가 가장 먼저 적용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방 조치는 기존까지 이민법원의 추방 명령을 받은 경우와 중범죄를 저지른 이민자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차 연방 요원들로 하여금 학교와 교회, 놀이터를 대상으로 추방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언급했고 대상에는 범죄자 뿐만 아니라 모든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해당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민자옹호단체에서는 만약 이런 조치가 시행되면 시카고에 거주하고 있는 수천에서 수만명의 이민자들이 추방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현실에서도 체감되고 있다. 26가를 중심으로 한 리틀 빌리지에서 스몰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 상인들은 11월 선거 후 라티노 주민들의 소비 심리가 극심하게 얼어붙은 것을 체감하고 있다. 언제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연말 쇼핑 대목 역시 평상시에 비해 저조했다고 알려졌다. 라티노 주민들의 숫자가 많은 L.A.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중순 필자가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했을 때 주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직후 반이민정책이 강화될 것을 우려해 소비 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라티노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 역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카고 시의회가 성역 도시를 무력화하는 조례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15지구 레이몬드 로페즈 의원과 23지구 실바나 타바레스 의원이 추진하는 이 조례안은 성역 도시 조례안에서 갱 범죄나 마약 관련 범죄, 매춘 범죄, 미성년자 성폭행 등과 같은 중요 범죄로 인해 체포됐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연방 요원들의 추방 조치에 시카고 경찰이 협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례안이 통과된다면 더 이상 시카고를 성역 도시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게 이민자 옹호 단체의 주장이다. 물론 이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2023년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상임위원회에 조차 상정되지 못하고 조례안이 폐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 자체가 시의회에서 다시 추진된다는 것에 이민자 커뮤니티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시카고는 이민자를 환영하고 반이민정책이 나왔을 때 단호히 반대하는 모습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브랜든 존슨 시장 역시 시의회가 조례안을 기각 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성역 도시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어떤 추방 조치가 나올 것인지 이민자들이 주의깊게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이민자 성역 이민자 추방 불법이민자 색출
2025.01.15. 13:51
마이크 매디간 전 일리노이 하원 의장에 대한 재판이 중반을 지나고 있다. 지금까지 매디간 전 의장이 갈취와 협박 등으로 자신의 이익을 적극 챙겼다는 증언을 한 주요 인사들이 재판에 출두해 심문을 받았다. 연말연시 잠시 재판이 중단된 후 1월 첫번째 월요일부터 재판이 속개됐다. 7일에는 재판정이 잠시 술렁이는 일이 발생했다. 매디간의 변호인단에서 그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다. 보통 피고인들의 경우 증인석에 서는 것을 꺼린다. 증언대에 서게 되면 자신의 무죄를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교차 심문을 할 수 있는 검찰측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정치인의 부정부패와 같은 사안에서는 피고가 직접 증인석에 나서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매디간은 직접 증언을 하는 것을 택했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매디간의 증인 출석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리노이 정계에서 세기의 재판으로도 불리는 이번 매디간 소송에서 핵심은 그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컴에드와 같은 주요 기업을 압박해 이권을 확보했느냐 여부다. 이미 컴에드사의 주요 중역들은 이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은 바 있다. 이권을 제공한 쪽은 유죄가 확정됐고 받은 쪽은 과연 어떤 판결을 받느냐가 핵심이다. 이 혐의에 대해 매디간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자신은 의정 활동을 하면서 알게된 시의원 등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정계 은퇴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그의 이력서를 자신의 비서실장에게 전달만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가 어느 회사를 위해 일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는 취지의 증언인 셈이다. 또 결국 컴에드사를 위해 일을 하게된 측근이 전혀 일을 하지도 않고 막대한 보수를 받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격노했다는 사실도 증언을 통해 공개했다. 이는 컴에드에 자신의 측근을 소개한 것은 이미 증명된 일이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댓가성은 피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전기요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가능케 했던 스마트 그리드 법안의 통과를 미끼삼아 자신의 이득을 챙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는 매디간이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부인하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검찰측도 교차심문을 통해 배심원단 앞에서 이 주장이 허위인지 여부를 파악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사실은 아니고 피고측 주장이라고 봐야 한다. 매디간의 증언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로드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 역시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직접 증인으로 나와 심문을 받은 바 있다. 일리노이 정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재판정에 나와 선서를 한 뒤 공식적으로 증언을 한 발언이기 때문에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매디간도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한 것은 50년 가량 일리노이 정치계를 주름잡으면서 언론에 자신의 사생활이나 거튼 뒤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거래 등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희귀한 자료를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매디간은 7일 증언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가정 내에서의 갈등, 입양한 자녀와의 애틋한 사연 등을 공개했다. 이는 배심원들에게 개인사를 공개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매디간은 알콜 중독자였던 부친으로부터 빰을 심하게 맞는 등의 가정폭력을 당하고 단 한번도 부모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으며 가정내에서 포옹도 없었다는 점을 공개했다. 그가 어떤 배경에서 자라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언이다. 반면 재혼이었던 멕시코계 배우자와 결혼하면서 자신과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들을 입양하면서 겪었던 불우한 순간들도 진술했다. 특히 리사 매디간 전 일리노이 검찰총장이 어린 시절 친부와 통화하면서 심한 욕설을 들었고 울부짖던 리사에게 이제부턴 다시는 친부와 만나거나 연락할 수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리사에 대해서는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가 자신의 최대 정적이 될 것을 우려해 자신과 딸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는 점을 언급했고 관계가 매우 껄끄러웠던 공화당의 브루스 라아너 전 주지사와 예산안 처리를 두고 격돌할 당시에는 민주당 동료들에게 역사적인 의회 대치 상황에 대해 이는 민주당이 핵심 가치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며 적극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제 매디간의 직접 증언이 나왔다. 향후 검찰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교차심문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무슨 증언이 나오건 일리노이 정계에 기억될만한 발언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매디간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된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검찰측도 교차심문 일리노이 검찰총장 일리노이 정계
2025.01.08. 13:37
시카고 미술관에 가면 큰 벽화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시카고 미술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본관 2층의 인상주의 작품 전시실을 지나야 한다. 인상주의 전시실은 미시간길과 연결된 정문을 기준으로 미술관에 입장하자 마자 정면에 보이는 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2층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는 르느와르와 모네, 고흐, 고갱 등의 유명 작가의 주옥 같은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고흐의 ‘베드룸’, 쉬라의 ‘그랑 자트 공원의 일요일 오후', 모네의 ‘수련' 등과 같은 작품들도 이어진다. 이 전시실이 끝나면서 1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북쪽 벽면에 대형 그림이 하나 걸려 있다. 마치 인상주의 작품을 잘 감상했으니 이제는 다른 작품으로도 관람객들을 만족시키겠다는 배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림의 제목은 ‘구름 위의 하늘 IV’. 제목 그대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투박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요란한 기법이나 강렬한 색채 같은 것은 없다. 다만 하얀색의 구름이 마치 빙하가 녹아서 떨어진 모양처럼 하늘에 둥둥 떠 있고 저 멀리 하늘의 끝에는 주황색과 하늘색이 섞여 있는 모습이 아늑함을 주고 있다. 이 그림은 조지아 오키피라는 화가의 작품이다. 작품은 1965년 그려졌는데 당시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확산되던 때였다. 작가는 상업용 여객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날아가면서 이 작품의 모티브를 얻게 된 것이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비행기를 타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시대 상황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모습을 단순하면서도 따뜻하게,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그 찰나의 인상을 편안하게도 표현해 냈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화가 오키피는 위스콘신주 출생이다. 1887년에 태어나서 1986년까지 살았으니 100세 가까이 장수한 셈이다. 위스콘신주 남부, 일리노이주와도 멀지 않은 곳의 선 프레이리라는 지역에서 낙농업을 하는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헝가리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키피는 학창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시카고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이런 인연으로 유명 화가가 된 이후에도 오키피는 시카고 미술관과 끈끈한 인연을 유지하게 됐다. 시카고에서 미술 공부를 하다가 버지니아와 뉴욕, 뉴멕시코 등지로 이주하면서 그녀의 작품은 미국식 모더니즘이라는 장르를 선도하게 된다. 그녀의 주요 작품을 보면 단순하지만 화려하며 확실한 이미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구름 위의 하늘'로 대표되는 사물의 단순화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테크닉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다. 그녀 작품의 주제는 주로 소의 두개골과 같은 동물의 뼈, 꽃, 식물의 기관, 조개껍데기, 산 등의 자연을 택하고 있다. 아마도 오키피의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암소의 두개골, 적, 백, 청’, ‘검은 붓꽃' 등일 텐데 이 작품들이 이런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이런 작품들 역시 시카고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오키피 역시 화가 경력을 시작할 무렵에는 여느 작가와 마찬가지로 전성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작품에 몰두했다. 현재 시카고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지아 오키피:마이 뉴욕'이 그런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특별전은 오키피가 뉴욕에 5년간 거주했던 1920년대를 다루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925년부터 1930년까지가 해당된다. 이 기간 동안 오키피는 25개의 유화와 차콜, 파스텔, 드로잉 작품을 남겼다. 당시 오키피가 살았던 곳은 뉴욕의 셀튼 호텔이라는 곳이었는데 30층 높이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건물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전에 나온 오키피의 작품들은 전성기 때의 자연을 모티브로 했던 것 보다는 건물과 주변 환경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호텔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이스트 리버는 공장 굴 뚝에서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강에는 배가 지나다니고 있는데 건물 모양은 일률적으로 각진 형태다. ‘셀튼의 선스팟'이라는 작품은 그녀가 거주하던 건물에 비친 태양의 반사광선이 눈부시게 표현되어 있다. 그녀에게 뉴욕에서의 5년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주변의 특이함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오키피는 미국의 대표하는 여류 화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여성 화가로 자신의 이름이 붙은 최초의 미술관을 가진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뉴욕에서의 생활 이후로는 서부의 뉴멕시코 지역으로 주요 거처를 옮겼고 삶을 마감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는데 이때부터 사막과 동물, 꽃 등으로 작품의 대상이 변화했다. 이번 시카고 미술관의 오키피 특별전은 이런 작품 활동이 나오기 전에 오키피가 뉴욕에서 살면서 관찰하고 표현한 그녀의 초기 작품관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오키피 특별전은 9월 22일까지 열린다. 특별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기본 입장료 외에도 10달러의 추가 입장료를 내야 한다. 전시회를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오키피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기획이었다는 언급이 눈에 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시카고 미술관 인상주의 작품 시카고 미술대학
2024.06.05. 14:20
시카고 경찰은 매달 범죄 발생 현황을 공개한다. 그 달 발생한 총격 사건이나 살인 사건을 집계해 전달 혹은 전년 기록과 비교해 얼마나 많은 범죄가 발생하고 있고 그 추이는 어떻게 되는지를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치안 관련 현황을 숫자로 파악할 수 있다. 2023년 6월 범죄 발생 데이터도 마찬가지인데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추세가 그대로 나타났다. 6월은 또 상반기를 마감하는 달로 이 자료를 살펴보면 2023년 전반기 시카고에서 발생하고 있는 주요 범죄 현황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 3일 시카고 경찰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6월 시카고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모두 6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하면 1.49%가 감소한 수치다. 작년 6월에는 67명의 시카고 주민들이 살인 사건으로 숨졌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큰 변화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 총격 사건은 지난달에 265건이 일어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발생한 총격 사건인 283건과 비교하면 약 6% 정도가 줄어든 것이다. 쉽게 말해서 살인 사건은 작년과 같은 수준이었고 총격 사건은 다소 줄어든 상황인 것이다. 이 수치는 월간 상황을 보여주는 데이터였고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를 종합하는 숫자 역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살인 사건으로 상반기에만 모두 301명의 시카고 주민들이 사망했다. 이는 2022년 상반기의 320명에 비하면 5.9%가 감소한 수치다. 총격 사건 역시 지난달 1172건이 발생했고 이는 전년의 1253건에 비하면 6.4%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올해 상반기만 놓고 봤을 때 살인과 총격 사건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비교 시기를 2020년과 2021년으로 맞춰도 마찬가지다. 즉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각종 범죄가 크게 증가한 시기와 비교하면 올해 시카고에서 발생하고 있는 살인이나 총격 사건 등 강력범죄 발생 추이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살인 사건의 경우 지난 2020년 상반기에는 341건, 2021년에는 345건이 발생했다. 총격 사건 역시 2020년 1377건, 2021년 1510건과 비교하면 그나마 올해는 덜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총격 사건으로 인한 부상자 역시 2020년 1670명, 2021년 1864명에 비해 2022년 1523명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뒤 올해 1369명으로 2020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사건 발생 추이와 함께 중요한 수치가 해결률이다. 매번 일어나는 강력 사건 숫자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발생한 사건의 범인을 검거해 유사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 역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카고 경찰이 밝힌 상반기 살인 사건 해결률(the homicide clearance rate)은 54.15%다.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는 것이 시카고 경찰 발표다. 다음으로 최근 민감하게 다뤄지는 CTA 발생 폭력 사건과 차량 탈취(vehicle hijacking) 데이터다. 이 사건들은 이전까지는 그렇게 많은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요즘에는 대중교통의 안정성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내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표적인 범죄라는 점에서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CTA내 폭력사건은 상반기 12%, 6월에 22% 감소했고 메트라를 포함한 전체 대중교통 수단에서 발생한 폭력사건 역시 6월달 2%, 상반기 8% 줄었다. 차량 탈취 역시 상반기에만 584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차량 탈취 사건이 폭증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7%가 줄어들었다. 시카고 경찰은 또 차량 사건과 관련해 996명을 체포했는데 이 역시 작년 대비 46% 증가한 숫자다. 106건의 차량 탈취 사건 체포 중에서 62%는 미성년자로 밝혀졌다. 결국 올해 상반기 시카고 경찰국의 범죄 데이터를 보면 적어도 작년, 팬데믹 이후 증가 추세를 보였던 강력 사건 발생 비율이 점차 감소세로 돌아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데이터가 최근 4년간의 데이터를 가지고 비교한 것이기 때문에 이전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확인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경찰청장 인선을 통해 적임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과 같이 시장의 의중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는 인사를 할 경우 그 후폭풍은 명확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또 최근에 번지고 있는 청소년 그룹 약탈 사건과 같이 주민들을 불안에 빠지게 하는 주요 범죄에 대한 대책 역시 절실하다. 중서부를 대표하는 대도시면서 가장 보편적이고 미국적인 가치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호변의 도시 시카고의 범죄 현황이 앞으로는 또 어떻게 나타날 지 지켜봐야 한다.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강력범죄 발생 시카고 주민들 시카고 경찰
2023.07.05.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