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를 포함한 중서부 지역을 흔히들 드넓은 평야라고 부른다.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부터 시작해 서부 로키산맥이 만나기 전까지 광활한 지역은 초원과 평야로 이뤄져 있다. 빙하기에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중서부 지역에 밀려 왔고 그 빙하가 녹으면서 평평한 지형이 완성됐다고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중서부는 비옥한 토지를 바탕으로 곡창지대가 됐다.
이로 인한 단점도 있다. 배수 문제다. 지대가 평평하다 보니 많은 비가 내렸을 때 원활하게 배수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시카고의 경우 시 경계 내에서 가장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의 차이가 100피트가 안될 정도다. 그만큼 평평하다는 얘기고 배수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배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다만 최근 악화된 기후변화의 여파로 폭우가 잦아지면서 홍수가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의 홍수는 2023년 7월에 발생했다. 이날 시카고 지역에 최대 7인치의 폭우가 내리면서 시 곳곳에서 홍수가 발생했다. 홍수 발생 지역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시 서부와 남부 지역이었다. 그 중에 차탐 지역도 포함되는데 차탐은 이전 늪 지대에 들어선 지역이었다. 그만큼 주변 지역보다 지대가 낮고 배수가 안되는 곳이었기에 홍수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다. 전문가들은 2023년 7월 홍수로 인한 피해액을 약 5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홍수로 지하실에 물이 차는 등의 피해를 입은 주택만 최소 7만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발생은 향후 더 악화될 것이라는게 지역 과학자들의 예상이다. 지난해 일리노이대학 연구자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5년내 24시간 동안 8인치 이상의 폭우가 내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지난 100년동안 시카고에 폭우가 내릴 가능성은 7배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카고의 현재 인프라는 이런 폭우에 대비할 수 없다. 100년도 훨씬 이전에 구축된 시카고의 하수도 시스템은 고작 2인치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수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은 아직 활발하지 못하다. 이에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신속하게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현재 건설된 딥 터널과 같은 대형 하수도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딥 터널과 이에 연계된 대형 저수지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원활하게 배수하기 위해서 지하 깊숙히 터널을 뚫고 시카고 강으로 빠져나가는 빗물을 저수지에 모았다가 서서히 배출하는 방식이다.
이런 대형 공사는 배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막대한 공사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과제다. 딥 터널 프로젝트는 지난 1975년에 착공해 2006년에야 완공됐으며 공사비용은 30억달러가 들었다. 일부 저수지 연결 공사는 2032년에야 끝날 예정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배수 시스템으로 곧장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지표면에서 서서히 배수관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중요하다고 본다. 쉽게 말해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빗물이 도로에 난 구멍을 통해 배수관으로 직접 들어오는 것보다 나무와 잔디를 심은 지표면에서 가급적 오래 머물게 한 뒤에 배수 시스템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야 딥 터널도 시간차를 이용해 빗물 처리를 잘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시카고 시청은 속칭 그린 뒷골목으로 불리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시카고의 뒷골목은 주로 쓰레기 수거차가 지나가거나 주택 주차장을 오고 가는 차량들만 주로 이용하지만 이 공간을 콘크리트나 아스팔트가 아니라 그린 스페이스로 만들면 빗물을 잠시 붙잡아 둘 수 있는 유용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시카고는 지난 2007년부터 시 곳곳에 2000마일에 달하는 500개의 그린 뒷골목을 설치했고 올해도 2000만달러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또 글렌우드 지역에서는 800에이커의 쿡카운티 삼림보호구역에 인공 늪을 조성해 빗물을 가뒀다가 배출하는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기도 하다. 공시 비용은 3억달러지만 이를 통해 3천가구의 홍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혁신적인 대안이 있어야 만성적인 시카고의 홍수 문제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문제는 폭우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정부의 홍수 피해 지원은 더디기만 하다. 2023년 7월 홍수로 연방 정부가 시카고 지역을 재해 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지원금 배분은 아직까지 단 한푼도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피해 주민들에게는 더욱 절망적이다. 쿡카운티의 경우 약 2억4400만달러의 지원금이 배정됐으나 아직까지 피해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더딘 행정 절차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사이 홍수로 지하실이 물에 잠겨 곰팡이가 곳곳에 피면서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주민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
시카고는 탄생과 동시에 배수 문제와 공존해왔다. 처음 시카고를 탐험한 외부인은 시카고 강과 미시간 호수가 만나는 지역에 거대한 늪 지대가 있다고 표현했다. 이후 도시가 성장하면서 폐수 배출로 인해 식수원인 미시간 호수가 크게 오염될 위험에 처하자 시카고 강의 물길을 반대로 돌려버린 기억도 있다. 이런 자연적인 조건을 슬기롭게 극복해 온 시카고가 현재 처한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가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라는 점을 인식하고 혁신적인 대책과 효율적인 정부 정책이 절실하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