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설] 쿨링센터 이대로는 위험하다

Los Angeles

2025.07.16 19:3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남가주에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면서 LA시정부는 200곳이 넘는 ‘쿨링센터’ 목록을 발표했다. 정부의 책임있는 대응처럼 보이나, 본지 취재 결과 전시 행정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시가 폭염 대피소라며 홍보한 장소의 상당수가 일반 시민의 출입을 막거나, 담당자가 쿨링센터로 지정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더위를 피하러 온 시민을 위한 최소한의 의자나 마실 물조차 구비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결국 쿨링센터라는 이름만 걸어놓았을 뿐, 정작 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맞이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무늬만 쉼터’였다.
 
시의 안내만 믿고 무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헛걸음을 하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상황을 상상하면 아찔하다.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안전 정책이 이토록 허술하게 운영되었다는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본지의 지적 이후 LA시가 즉각적인 시정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다. 공원국은 부실 운영을 인정하고, 해당 시설들을 점검하며 직원 재교육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실제로 출입을 막았던 일부 센터는 지침을 다시 전달받고 시민들에게 문을 열기 시작했다. 언론의 감시와 비판에 귀 기울이고 잘못을 바로잡는 행정의 자세는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시 행정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문제가 터진 뒤에 수습하는 뒷북 행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시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특히 쿨링센터의 최소 운영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한다. 기존 공공시설에 ‘쿨링’이라는 이름만 붙이는 것이 아니라 폭염 시 시민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충분한 좌석, 식수 제공, 명확한 안내 표지판 부착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 시 당국과 현장의 소통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중요한 정책이 담당자에게 제대로 전달조차 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  
 
폭염은 이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지난해 LA에는 5차례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그 기간은 무려 34일에 달했고, 하루평균 1510명의 온열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폭염 첫날에만 16명이 숨졌다고 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LA시가 보여주기식 행정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행정을 펼쳐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