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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시(詩)란

Chicago

2025.07.2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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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 잠드는 것이고 / 흔들려 깨어나는 것이다 / 그리하여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이다 / 단어를 주워 짜맞추는 게 아니라 / 가슴을 치는 일을 받아 적는 일이다 / 깨달음을 위해 애쓰기보다 / 길을 걷다 눈에 띈 들꽃을 / 노래하고 그리는 것이다 / / 쓰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 쓰여지는 것이다 / 지나온 걸음 속에서 /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 마음속에 흐르는 노래를 / 그저 흥얼거리는 것이다 / 사랑과 그리움, 절망을 / 아파하고 안아주는 일이고 / 널 보내지 못한 나를 꾸짖는 일이다 / 세상을 향한 날 선 독백마저 오늘 / 부딪치며 넘어지며 살아가는 / 나에게 보내는 편지요 / 당신께 드리는 용서인 것이다
 
[신호철]

[신호철]

나는 침대 모퉁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조금만 옆으로 움직이면 떨어질 것 같아 한 손으로 침대 모서리를 붙잡고 버티고 있다. 누가 나를 누르거나 밀쳐 내는 것이 아닌데 나는 여전히 침대 모서리에서 힘들게 잠을 청하고 있다. 꿈을 꾸고 있는 건지 비몽사몽 간에 한쪽 어깨가 저려 와 몸을 뒤척이다 결국 침대에서 떨어졌다. ‘쿵’ 소리를 듣는 순간 꿈이 아니고 현실이었다. 꿈과 현실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약간의 통증을 느꼈지만, 다시 침대에 누웠다. 졸음이 달아나 버렸다. 뜬눈으로 뒤척이다가 새벽을 맞고 있다. 잠깐 일이었지만 아주 긴 시간이 지나간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는 삶의 절박한 상황을 매일 맞이하며 살아가고 있다. 천년을 하루 같이, 하루를 천년같이 긴 시간을 짧게, 또 짧은 시간을 길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견디어낸다는 것이 내 삶의 전부였다. 하루를 견디어내고 한 계절을 견디어내야 했다. 빠르게 다가오는 나이를 견디어내야 했고 내 삶에 갑자기 찾아와 귀 기울여야 할 것들에 대해 응답해야 했다. 어느새 피어난 들꽃, 흔들리는 풀잎의 춤사위에, 무심히 흐르는 강물의 속삭임에 눈을 떠야 했다. 밤하늘 별자리를 세다 잠들고 싶었다. 깨어있는 새벽엔 그리운 이름을 부르기도 하면서 견디어 내야 했다. 내면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어제는 중앙대학원 이창봉 교수님의 첫번째 시 창작 강의가 있었다. 강의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눈초리와 교수님의 진지한 열강에 잠자던 세포들이 깨어나는 시간이었다. “당신은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까?” “그렇다면 내 안의 것을 사랑하십시오, 그 안에 세계가 있습니다.” 시인은 그렇다고 대답해야 한다. 시는 절박한 필요에서 나와야 한다. 사물과 존재의 본질을 깊이 보게 될 때 시는 탄생하기 때문이다. 고통과 상실은 시의 원천이 되고 내면으로 향하는 고독이 시가 되기 때문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삶과 죽음은 하나다.‘ 죽음을 두려운 것으로 보지 말고 우리가 경험해야 할 존재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 외로움과 고독을 내면의 성찰과 예술의 원천으로 바꾸라고 말한다. 결국 모든 사물을 정성스럽게 바라보면 단순한 대상도 깊은 존재의 신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지에, 우주에 존재의 근원과 우주의 질서를 다스리는 창조주의 손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 손길을 알아차리는 날은 뜬눈으로 밤을 새워도 가슴 저리는 시 한 구절에 새벽을 맞는다. (시인, 확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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