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버드대학교와 트럼프 행정부 사이의 갈등이 세계적 화재로 떠올랐다. 이 갈등의 중심에는 ‘유학생 정책’이 있다.
특정 국가 출신 유학생에 대한 입국 제한을 강화하는 트럼프 정부의 조치에 대해, 하버드는 교육의 개방성과 학문적 자율성에 대한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하버드의 유학생 관련 I-20 서류 발급을 제한하고, 일부 연방 리서치 펀딩 지급도 보류하고 있다.
하버드 교수진들은 정치적 조치가 교육기관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행정부는 국가 안보는 정부의 권한 행사라며 정책 유지를 고수하고 있어서, 이 문제는 연방법원의 심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입시나 비자 행정의 문제라기보다, 미국 고등교육의 정체성과 그것을 누가 통제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미국의 대학은 자율적인 기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방정부가 여러 방식으로 대학을 통제하고 있다. 유학생 입국에 필요한 F-1 비자 발급 권한은 국무부와 국토안보부가 보유하고 있으며, 대학은 I-20라는 서류를 제공할 뿐 최종 판단권은 없다. 대학이 의존하는 연방 연구기금,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 세제 혜택 등은 모두 연방정부의 승인과 규제를 전제로 한다. 대학의 자율성은 조건부 자유에 가깝다. 단지 지금까지 연방정부가 대학들의 자율성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에 쟁점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법적으로 이러한 통제가 자의적이거나 정치적 의도를 내포할 경우, 헌법적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연방정부가 특정 국가 출신 학생의 입국을 광범위하게 차단하거나, 정치적 성향이 다른 대학에 대해 연구비를 제한할 경우, 이는 헌법상 표현과 학문 자유를 보장하는 제1수정헌법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무부의 비자 심사 기준은 명확하지 않으며, SNS 활동이나 과거 소속 단체를 근거로 삼는 방식은 기준의 자의성과 차별성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 대학이 특히 대학원 수준에서 유학생 없이는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재학생의 73%, 전기공학의 64%가 외국 국적자이며, 전체 이공계 박사과정 중 약 42%가 유학생이다.
이들은 단순한 학생이 아니라, 실험실과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력이다. 기초과학과 순수 인문학처럼 미국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분야에서는 유학생 의존도가 더욱 높다. 유학생이 줄어든다면 미국의 연구 생태계 자체가 약화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교육협회(NAFS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유학생들은 약 438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했고, 37만 개 이상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주립대학들은 유학생 등록금이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일부 사립대학 역시 유학생 유치를 통해 재정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유학생 유치는 단지 학문적, 경제적 이유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유학생들이 각국으로 돌아가 리더가 되는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미국의 가치와 제도를 체험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미국에 친숙한 사고방식을 갖게 되며, 이는 미국의 소프트 파워 확대와 국제적 입지 강화에도 기여해왔다.
한편, 시민권이 없는 학생, 특히 DACA 수혜자에 대한 교육 제한도 지속적인 논란이다. 일부 주에서는 이들에게 주립대 등록금을 차등 책정하거나, 장학금 및 연방 학자금 대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런 조치가 기회의 평등이라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 문제는 주마다 정책이 상이하며, 법적 해석도 분분한 상태다.
한인 사회 내에서도 입장 차는 존재한다. 유학생 자녀, 시민권 자녀, 영주권 대기 중인 자녀를 둔 가정들이 처한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공정성과 실익을 둘러싼 논의도 엇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육 기회의 분배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가치와 철학을 반영하는 공공적 사안이라는 점이다. 교육은 미국 사회에서 계층 간 이동의 거의 유일한 사다리로 간주된다. 따라서 유학생 문제는 단지 외국인을 도와줄 것이냐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가치에 따라 이 사다리를 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정치적 구호나 단기적인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미국은 과연 어떤 나라로 남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할 시기인 것 같다. 인재를 유치하고 개방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나라일지, 아니면 안보를 이유로 문을 닫고 나만의 성을 쌓는 나라일지. 유학생 정책은 단지 교육 정책이 아니라, 미국의 정체성과 세계적 위상을 결정짓는 전략적 선택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