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보이는 것만큼 본다. 가슴은 느낄 수 있을 때만 흐느낀다. 슬픔은 눈물방울을 만들고 꽃잎이 피고 꽃잎이 흩어질 때 영롱한 이슬로 반짝인다. 상처는 지나간 시간의 아픈 흔적이다.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불교에서 오온(五蘊)은 생멸ㆍ변화하는 모든 것을 구성하는 다섯 요소를 말한다. 오온은 인간을 신체와 정신으로 나누고 정신을 다시 네 요소로 세분한다. 물질인 색온(色蘊), 감각 인상인 수온(受蘊), 지각 또는 표상인 상온(想蘊), 마음의 작용인 행온(行蘊), 마음인 식온(識蘊)이다. 석가모니는 무아상경에서 오온의 특성 중 ‘통제불가능성’과 ‘영원하지 않음’이 모든 고통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태어나서 변화하고 죽음에 이르는 것은 아주 작은 모래알 같은 일상의 반복일 뿐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는 라틴어다. 고대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라며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 자만하지 말고 덧없는 인생무상을 직시하라는 경고다.
나바호 인디언의 ‘메멘토 모리’는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너는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아라.’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참고 견디고 감추지 마라. 잘난 체 하지 말고, 못 나도 숨지 말고, 죽는 날까지 자신을 믿어라. 믿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자신도 믿을 수 있을 때까지만 믿기로 한다. 죽음은 선택이 불가능한 마침표다. 살아있는 동안 가슴 조리지 않고 편히 사는 것이 죽는 일보다 훨씬 수월하다.
인생이 좀 찌그려졌다고 실망하지 말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쓰다듬고, 나누고 싶을 때 마음껏 주고 받고, 혼밥 과식하다 홀로 일찍 죽지 말고, 좀팽이로 아끼고 절약하며 궁상 떨지 말고, 자식이나 친구들에게 있는 척, 잘 사는 척, 호들갑 떨지 말고, 보여주기보다 보이는 대로 살면 편해진다.
사는 게 슬프고 누군가 그리우면 사랑을 하자. 그리움과 슬픔은 같은 말이다. ‘욕심 많은 사람의 큰 그림은 기껏해야 자기가 가진 제일 큰 액자에 그림을 가득 채워 그리는 것이고, 현명한 사람의 큰 그림은 자기 액자를 부숴버리고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이다.’ 성진 스님의 화담이다.
원래 영어 ‘큰 그림(Big Picture)’의 의미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뜻이다. 좁은 시야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큰 전체를 보라는 말이다.
그리울 때 사랑하고, 울고 싶을 때 눈물 흘리는 사람은 무자비한 ‘모멘트 모리’의 한계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빛나는 인생의 그림을 그린다.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는 시각에 있다. 심미안은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눈이다. 같은 사물을 봐도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이 있고 보기싫은 것만 골라보는 사람이 있다. 심미안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꾼다.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면 인생은 아름다운 꽃밭이다. (Q7 Editions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