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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전략 재점검] 로스 IRA 열풍…'은퇴 후 세율'이 핵심

Los Angeles

2025.07.2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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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인출 시 세율 더 높은 경우 상정해 가입 증가
연방 소득세 체계 매년 상향 조정 간과 경우 많아
소득 구조·세금·적립 여력·은퇴 시점 환경 따져야
국내 근로자들의 은퇴 준비가 나날이 체계화되고 있다. 뱅가드(Vanguard)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소비자들은 어떻게 저축을 하나(2025 How America Saves) 리포트에 따르면 401(k) 등 직장 기반 은퇴플랜에 가입한 근로자 비율은 8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납입률은 사상 최고 수준인 7.7%를 기록했고 고용주 부담금까지 포함하면 전체 납입률은 12%에 육박한다.  
 
이와 함께 흥미로운 변화가 하나 더 눈에 띈다. 로스 401(k) 또는 로스 IRA에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비율이 18%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많은 투자자와 재무설계 전문가들이 “앞으로 세금이 더 오를 것이니, 지금 세금 내고 은퇴 후 비과세로 받는 게 유리하다”는 논리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세율 오른다는 인식의 함정
 
로스 계좌의 장점은 분명하다. 지금 세금을 내고 은퇴 후 인출할 때 세금이 붙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전략이 효과적이기 위해선 중요한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은퇴 후의 세율이 지금보다 높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이 점을 간과한 채 막연히 ‘정부가 언젠가는 세금을 더 걷겠지’라는 감정적인 직관에 따라 로스를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은퇴 후에는 대부분 총소득이 줄어든다. 동시에 연방 소득세율 체계 자체가 매년 물가상승률에 맞춰 상향 조정된다. 이 현상을 ‘세율 인플레이션 (Tax Bracket Inflation)’이라 부른다. 즉, 명목소득이 크게 늘지 않아도 물가 상승에 맞춰 과세 기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 낮은 세율 구간에 해당하기 쉬운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은퇴 후 과세 대상 소득이 줄어드는 일반적인 근로자라면 로스보다는 지금 세금을 미루고 은퇴 후 낮은 세율로 인출할 수 있는 세금 연기(Deferred) 방식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의 맹점
 
이런 점을 짚어본 한 시뮬레이션은 로스와 세금 연기 방식의 실제 은퇴 자산 차이를 비교해준다. 시뮬레이션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부부가 중간 소득을 올리며 은퇴까지 20년 남은 상태이고 일정 비율의 소득을 은퇴계좌에 매년 납입할 경우다. 은퇴 후에도 보수적인 실질 수익률을 가정하지만 어쨌든 지속적인 투자수익이 발생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 부부는 은퇴 후 사회보장연금을 수령하고 일정 수준의 생활비를 지출한다. 중요한 것은 세율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물가 상승률과 세율 구간을 연동하는 것이다. 시중의 대부분의 로스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들은 이를 간과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로스에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결과를 내어주게 된다.
 
하지만 세율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계산법에 따르면 로스에 납입한 경우보다 전통적인 세금 연기 방식으로 저축한 경우에서 자산 고갈 시점이 더 늦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은퇴 기간 더 여유 있는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한창 일하는 현역 시절에는 소득이 높아 세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은퇴 후에는 소득이 줄 뿐 아니라 세금 구간도 올라가기 때문에 실질 과세율이 낮아지는 구조 때문이다.
 
즉, 로스 계좌는 지금보다 은퇴 후 세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클 때만 전략적 가치가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오히려 지금 필요한 현금흐름에는 불리하고 장기적인 복리의 힘도 약해진다.
 
▶전략의 기준
 
그렇다면 로스가 유리한 상황은 언제일까? 먼저 고소득자이면서 은퇴 후에도 상당한 소득이 지속할 경우라야 한다. 로스 적립이나 컨버전이 인기를 끌고 있는 주된 ‘이유’인 향후 세제 구조의 근본적 변화이다. 실제로 전반적인 세율 인상이 예상될 경우인 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상속 및 증여 전략의 목적으로 비과세 자산을 남기려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은 대부분의 중산층 은퇴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은퇴 후의 실질 세율’이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많은 재무설계 소프트웨어가 세율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로스 전략이 과대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재무설계나 은퇴계획을 수립할 때는 반드시 다음의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연금, 인출 등 은퇴 시점의 예상 소득을 고려하고 그때 적용될 예상되는 실질 세율을 반영해야 한다. 여기에 물가 상승률과 이와 연동하는 세율 구간의 조정 추세도 적용해야 한다. 또한 공제받지 못한 세후 소득에서 얼마나 적립할 수 있을지, 현실적인 경제적 여력이 장기적인 복리 효과에 미치는 영향도 계산해봐야 할 것이다.
 
로스는 강력한 도구지만 모든 사람에게 정답은 아니다. 뱅가드 리포트는 우리에게 현재 국내 소비자들의 은퇴 준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은 여전히 개인별로 다르다.
 
지금 나의 소득 구조, 세금 구조, 적립 여력, 은퇴 시점의 환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어떤 계좌가 더 좋은지는 세금이 아니라 타이밍의 문제일 수 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은 숫자보다 구조로, 직관보다 데이터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실제 세금 구조의 변화 가능성이나 타이밍이 불확실한 점을 고려한다면 세금 연기 플랜과 로스나 저축성 생명보험 등 기타 비과세 저축수단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당히 병행 준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켄 최 아피스 자산관리 대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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