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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에 빠지다] 한국에 ‘예술의 빚’을 진 일본

Los Angeles

2025.07.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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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털리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

로버트 털리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

필자가 처음 서울을 여행했을 때, 한국인 친구들은 나를 국립중앙박물관에 데려갔다. 우리는 연대순으로 한국의 도자 예술을 둘러봤다. 삼국시대의 도자기를 처음 봤을 때, 필자는 “이것은 일본의 스에키 토기와 매우 흡사하군. 한국인들이 일본의 영향을 받았나 보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국시대 도자기의 제작 연대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된 작품들이 일본의 가장 오래된 5세기 스에키 토기보다 훨씬 먼저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자는 “왜 일본이 한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 또한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지 궁금했다.
 
필자는 불교를 포함한 많은 예술 및 문화적 전통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래되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됐다. 이는 필자의 조국인 미국이 가장 인기있는 문화 자산인 음악의 기원을 제대로 인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일을 떠올리게 했다.
 
오랜 세월 동안 대부분의 미국인은 로큰롤이 엘비스 프레슬리나 제리 리 루이스 같은 1950년대 음악가와 가수들이 만든 음악 스타일이라고 믿었다. 로큰롤이 흑인 사회에서 수십 년 동안 이미 존재했으며, 1940년대에는 ‘리듬 앤 블루스’, 1930년대에는 ‘점프 블루스’, 그 이전에는 ‘부기우기’로 불렸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기 시작한 것은 불과 최근의 일이다.
 
영국의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은 한술 더 떠 흑인 음악가들의 노래를 훔치고도 그들을 원작자로 인정하거나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으며 그들의 공로를 부인하기까지 했다. (레드 제플린을 상대로 한 소송들은 승리해 이제 그 기록을 바로잡았고, 이 도용 행위에 대해 원작곡가들에게 금전적으로 보상했다.)
 
일본의 예술 전문가들은 자국의 한국에 대한 문화적 빚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더 폭넓은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1년 아키히토 일왕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한국 혈통을 밝혔을 때 일본에서는 큰 소동이 일었다. 많은 고고학자와 역사학자들은 오랫동안 일본 황실의 뿌리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일반 대중 대다수는 그들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에 이는 논란이 되는 소식이었다.
 
아마도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가장 아름다운 불교 조각상 일부가 한국의 예술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일본의 가장 소중한 예술 작품 중 하나인 교토 고류지의 유명한 반가사유상(미륵보살상)은 실제로 한국에서 제작됐다. 그리고 이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했다.
 
16세기 후반 임진왜란 당시, 일본은 한국의 장인들을 납치하여 일본으로 데려갔다. 그 시절 도공들의 후손 중 일부는 여전히 일본에 살면서 가마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이 일본 도자기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한국은 요리에서부터 K팝, 한국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일본에 문화를 계속해서 수출하고 있다. 이제 매일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일본의 젊은 세대와 함께 일본의 한국에 대한 빚이 더 널리 인식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인식이 모든 세대의 일본 국민들이 오랫동안 한국 예술과 문화의 수혜자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까지 확장되기를 희망한다.
 
우리 모두는 역사를 정직하게 기술하고 이해함으로써 이익을 얻는다. 미국은 여전히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씨름하고 있다. 사실에 대한 무지가 바로 인종차별이라는 괴물을 키우는 것이다. 모든 시민의 기여에 대한 지식을 확산하는 것이 증오와 편견을 물리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이것이 필자가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예술은 그 아름다움 외에도 항상 세상을 구하러 오고는 했다.  (이 글의 일부는 곧 출간될 로버트 털리의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에서 발췌했습니다.)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이메일([email protected])/페이스북( Facebook.com/RobertWTurley)

로버트 털리 /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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