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자 라디오한국 대표가 방송을 한인 사회와 소통하는 창구로 삼아온 철학을 밝히며 같은 뜻을 이어갈 후계자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준
“방송 철학 함께할 후계자 찾아”
서정자(84) 시애틀 라디오한국 대표는 1965년 6월 12일, 미국에서 한국어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주인공이다.
당시 20대 유학생이던 그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의 시간을 빌려 하루 30분짜리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을 계기로 한인 방송의 문을 열었다.
KBS 4기 성우 출신인 그는 1964년 영어 한마디 못한 채 미국 땅을 밟았다. “방송 하나만 보고 왔다”는 각오로 마이크 앞에 선 그의 노력은 이후 FM 보조 채널을 통한 24시간 방송 체계로 이어졌다. 1996년 라디오한국을 설립하고, 현재 워싱턴주 유일의 한인 방송국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서 대표는 “라디오한국은 음악과 뉴스는 물론 가수 공연, 노인회 미용봉사, 영정사진 지원 등 커뮤니티 활동을 함께하는 공간”이라며 “이 방송은 단순한 상업 미디어가 아니라 한인 사회를 살리고 외로움을 달래는 창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K팝 덕분에 비한인 청취자들도 점점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66년 방송 인생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이제 이 방송국을 맡아 운영할 후계자를 찾고 있다. “광고나 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송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기쁨을 전할 사람이어야 한다”며 “한국어 방송을 지키고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책임감과 봉사 정신이 있는 분을 기다린다”고 했다.
“내가 걸어온 길과 같은 방향으로 이어갈 사람이 나타나길 바란다”며 “그렇다면 조건은 상상 이상으로 열어둘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서 대표는 “라디오한국과 함께해 준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66년의 방송 인생이 가능했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마이크 앞에 서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