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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풋살과 블루박스

Chicago

2025.07.3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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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손헌수

유럽축구가 ‘힘’이라면, 남미축구는 ‘개인기’다. 브라질은 남미축구를 대표하는 나라다. 좁은 공간에서 눈부신 개인기를 펼치는 브라질 선수들을 보면 마술을 보는 듯하다. 축구의 황제로 불리는 펠레를 비롯해 호나우지뉴, 네이마르까지—이들이 모두 풋살(Futsal) 선수 출신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그들이 훌륭한 축구선수가 된 배경에는 이들이 어릴 적부터 익혀온 ‘풋살’이라는 훈련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축구가 넓은 운동장에서 11명이 펼치는 경기라면, 풋살은 그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서 5명이 뛰는 경기다. 보통 축구보다 6배나 빠르다고 알려진 풋살에서, 선수들은 공을 가진 시간이 짧고, 결정은 훨씬 빨라야 한다. 그만큼 선수 한 명 한 명이 공을 접할 기회도 많고, 좁은 공간에서 정밀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개인기와 판단력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풋살이라는 ‘작은 공간의 집중 훈련장’이 브라질 축구의 창의성과 기술을 낳은 셈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항공 산업에도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1929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에드윈 링크가 개발한 ‘링크 트레이너(Link Trainer)’, 일명 블루박스는 외부가 파란색으로 칠해져 그렇게 불렸다. 블루박스는 실제 비행기 없이도 조종사를 훈련시킬 수 있는 최초의 비행 시뮬레이터였다. 특히 이륙과 착륙처럼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을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루박스’는 혁신적이었다. 실전 훈련이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상황을 가정하고, 그 안에서 조종사는 수십 번, 수백 번의 위기 대응을 익혔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장치는, 미군이 300여 대를 도입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미공군 전력의 핵심 기반이 되었다. 실제로 50만 명 이상의 조종사가 블루박스를 통해 실전 대응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종종 위대한 실력은 실전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오히려 제한된 공간에서, 반복된 훈련과 실패를 통해 탄생한다. 브라질 축구의 ‘풋살(Futsal)’과 항공 산업의 ‘블루박스’는 작고 안전한 환경에서 몰입도 높은 훈련이 어떻게 실전에서의 창의성과 침착함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들은 신입 직원들을 고용하면서 이런 질문을 가진다. "신입 직원에게 전 분야를 넓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게 하는 것이 좋을까?" 많은 조직이 전인적 교육, 즉 모든 것을 균형 있게 가르치려 한다. 실제 직원들도 모든 부분을 두루두루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언제나 ‘특정한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시된다. 그리고 그것은 깊이 있는 반복 훈련에서 길러진다.  
 
최근의 유능한 기업들은 이 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그들은 신입 직원을 처음부터 여러 부서로 돌리는 대신, 하나의 실무 영역에 집중 배치하고, 실전과 유사한 업무 시뮬레이션을 반복하게 한다. 풋살처럼 좁은 공간 안에서 반복된 터치와 판단을 익히게 하고, 블루박스처럼 실전에서 맞닥뜨릴 위기를 미리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전인적인 교육은 결국, 어느 하나에 깊게 빠져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분야가 달라도 한 분야에서 도가 통한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 도가 통한 사람과 서로 대화가 통한다고 하지 않던가?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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