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첫 분석, "어디 사느냐가 삶의 질 좌우" BC주 1달러 가치, 뉴브런즈윅주 82센트와 동일
밴쿠버 중앙일보
같은 연봉을 받아도 캐나다의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이 사상 처음으로 지역별 실질 생활 수준을 분석한 결과, BC주가 캐나다 13개 주와 준주를 통틀어 가장 살기 팍팍한 '꼴찌'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높은 소득은 살인적인 물가에 잠식당했고, 공공서비스 가치까지 고려하자 최하위로 추락한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지역별 구매력 평가' 보고서는 캐나다의 경제 지형도를 다시 쓰는 수준의 충격을 던졌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가계의 명목 소득이 아닌, 지역별 물가(구매력)와 공공서비스 혜택까지 모두 반영해 '실질적인 삶의 질'을 측정했다는 점에서 최초의 시도로 평가받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BC주는 온타리오, 앨버타와 함께 캐나다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지역으로 나타났다. BC주에서 1달러를 쓸 때의 가치는 물가가 가장 저렴한 뉴브런즈윅주의 82센트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높은 소득이 이 살인적인 물가를 전혀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가를 반영해 실질 소득을 재계산하자, 명목 소득으로 전국 5위였던 BC주의 순위는 9위로 수직 추락했다. 4위였던 온타리오주 역시 8위로 미끄러졌다. 높은 연봉이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의료, 교육 등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가치를 더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온타리오주는 전국 12위로 밀려났고, BC주는 마침내 13개 주·준주 가운데 최하위인 '꼴찌'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높은 세금과 생활비 부담으로 인해 주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복지 수준이 캐나다에서 가장 낮다는 사실이 공식 통계로 확인된 순간이다.
반면, 다른 지역들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앨버타주는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소득 수준으로 이를 상쇄하며 상위권을 지켰다. 가장 극적인 반전은 누나부트 준주에서 나왔다. 명목 소득은 최하위권이었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가치가 월등히 높아 이를 반영하자 대부분의 주보다 높은 순위로 뛰어올랐다.
이번 통계청의 보고서는 "어디에 사느냐가 얼마나 버느냐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캐나다 최고의 도시라는 명성 뒤에 가려졌던 BC주의 고단한 현실이 드러나면서, 삶의 질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논의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