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민주당 소속 주 의원들이 공화당의 연방 하원 선거구 재조정을 저지하기 위해 집단으로 지난 3일 일리노이 주로 이동했다. 공화당이 추진 중인 2026년 중간선거 선거구 재획정 개편을 위한 의회 정족수 미달을 노려 일리노이 등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도피한 것이다.
지난 3일 저녁 오헤어공항에 도착한 12명의 텍사스 주 의원들은 듀페이지 카운티 민주당 본부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이번 행동을 "마지막 수단"이라고 표현하며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선거구 개편에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계인 진 우 텍사스 하원 민주당 코커스 의장은 "우리는 도덕적 확신 속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텍사스 주 하원은 총 150석 중 100석 이상이 출석해야 표결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현재 62석을 갖고 있는데 이 중 50여명이 타지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2021년에 이은 두번째 집단 피신이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의 투표권 제한 법안에 반대, 워싱턴 D.C.로 옮겨 38일간 의사일정을 중단시킨 바 있다.
공화당 주지사 그렉 애벗은 특별 회기를 소집해 이번 선거구 개편과 최근 텍사스 중부 지역 홍수 대응을 함께 논의하자고 했으나, 민주당은 회기 자체가 정치적 목적에 치우쳤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하원의장 더스틴 버로스는 예정대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며, “정족수가 부족하면 모든 옵션을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켄 팩스턴 주 검찰총장은 “도주한 민주당 의원들을 추적해 체포해야 한다”고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텍사스 주 하원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회의가 무산될 경우, 출석하지 않은 의원들에게 하루 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정족수 불참은 민사 위반으로 형사 구속은 어렵고 실제 체포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이들 텍사스 민주당 의원들과 사전에 피신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우위를 확보하고자 텍사스주 선거구를 조정하고자 하지만 원하는대로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텍사스 주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흔드는 것 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국 시민들의 권리를 박탈하고자 하는 시도다. 텍사스 주 민주당 의원들은 정당한 일을 하고 있으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