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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포괄적 노인돌봄 고민하자

Los Angeles

2025.08.0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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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내과 전문의는 의사 역할만 하지 못한다. 치매 어르신이 진료실에서 정확하게 표현을 못 하고, 최근 일을 기억 못 하니, 사회복지사처럼 가족에게 연락해야 했다.  
 
진료실에서 역할이 단순한 ‘의료 서비스’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짧디짧은 진료 시간과 높은 환자 수는 한 분 한 분을 제대로 보살피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진심으로 다가갈수록 더 큰 소진이 찾아온다. 그래서 노년내과 전문의에게는 언제나 함께 일할 좋은 팀이 필요하다.
 
양로병원에서는 이런 팀이 소중함하다. 헌신적인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선생님들이 어르신 한 분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 주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이나마 제대로 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양로병원이나 요양시설을 ‘가면 끝’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다. 어르신과 가족 모두가 원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돌봄의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때 마지막 선택지처럼 내몰리곤 한다. 그러면 어떻게 연로한 어르신들을 팀으로 포괄적으로 돌보되, 요양병원으로 모시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스탠퍼드 노년내과 전문의 과정 시절, 통합 노인돌봄인 ‘포괄적 노인의료 서비스(Program of All-Inclusive Care for the Elderly, 이하 PACE)’가 우수성을 경험했다.  
 
어르신은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치과의사, 검안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한 팀이 되어 돌본다. 감기 같은 사소한 문제든, 낙상 위험 같은 큰 문제든 의료진이 상주하니 언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운동이 필요하면 오랫동안 환자의 몸을 잘 아는 물리치료사가 바로 옆에서 자세를 교정해 준다.  
 
의료만이 아니다. 사회복지 서비스, 영양 상담, 약물 관리, 치과 치료까지 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어르신 한 분을 위해 여러 직종이 정보를 공유하고 계획을 세우며 움직이는, 진정한 의미의 ‘팀 기반’ 돌봄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어르신이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않고도,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게 돕는 데 있다.
 
사실 PACE의 뿌리는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중국계 이민자 사회에서 시작됐다.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보내기 싫은 마음이 모여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마음은 우리 한인사회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병원에서 퇴원을 앞둔 어르신이 “나 요양병원은 싫다” 하시고, 자녀도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린다. 다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자녀는 낮 동안 일해야 하고, 아이들 학교도 챙겨야 한다. 간병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에게도 PACE 모델이 필요하다. 어르신이 집에 머물 수 있도록 돕되,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의료와 돌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이는 의료인 혼자서 다 할 수 없다. 가족 책임만으로 버거운 문제를 사회가 함께 풀어 가야 한다.
 
노인의료는 한 사람의 의사만으로는 부족하다. 팀과 효과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PACE는 바로 그런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이런 통합적 돌봄을 더 많은 어르신, 더 많은 지역사회에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 문의: (213)909-9888

임영빈 내과/연세메디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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